<퀸스 갬빗>은 얼핏 승리를 위해 달려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실은 누군가 나를 알아봐주는 것, 그리고 지지해주는 것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말한다. 하먼은 언제나 구렁텅이에서 가까스로 건져 올려졌다. 스스로가 나약하지 않다는 것을 믿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이의 애정과 노력이 수십 년에 걸쳐 이루어져야 하는가. 간신히 치열한 중독의 끝이 보인다. 승리는 그런 것이다.

새 엄마와 보육원 선생님들이 뻔하디 뻔한 악역이 아니어서 좋았다. 소련의 모습을 담아낸 방식도 부정적인 스테레오타입이 아니어서 더 좋았다. 누구 하나 나쁜 사람도, 계략도 없는 드라마에서 이렇게 큰 희열을 느끼다니. 노인과 체스를 처음 시작했던 소녀가 완벽한 화이트 퀸의 모습으로 노인과 체스를 두며 끝난다. 한 회 한 회 너무나 완벽했던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