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들이 세상에 나와도 될까요?”

3개월 전

30편의 매력적인 단편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옴니버스 스낵무비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 1월 14일 가장 먼저 개봉한 1막, ‘예열’ 섹션에서 〈우리가 죽기 전에〉를 연출한 남궁선, 〈30번 환생한 남자〉를 연출한 김태엽 감독을 만났습니다  💌

 

남궁선, 김태엽 감독 © 왓챠피디아



W.  왓챠피디아 유저분들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 남궁선: 안녕하세요, 영화 만드는 남궁선입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각본, 감독, 미술, 음향 디자인, 편집, 자막 번역, 자막 디자인, 크레딧 디자인 등을 맡았습니다.

 

- 김태엽: 안녕하세요, 드라마 만드는 김태엽입니다. 저 소개를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웃음) 저는 이번 영화에서 각본, 연출, 촬영, 편집, 색보정을 맡았습니다. 

 

 

W. 영화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 어떤 작품인지 각자의 버전으로 소개해 주세요.

 

© CJ ENM

 

- 남궁선: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는 저희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의 30주년을 기념해서 한예종 출신 감독님들 서른 분이 3분짜리 영화를 30편 만들어서 엮은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 김태엽: 한예종 영상원 30주년, 부산국제영화제 30주년, CJ 30주년. 그래서 ‘30’이라는 키워드로 영상원 출신 감독들 30명이 만든 3분짜리 영화들을 묶어서 상영하자는 기획으로 시작됐는데요. 그래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을 했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극장 개봉까지 하게 돼서 영광스럽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W. 30편 중에서 남궁선 감독님이 연출하신 단편 〈우리가 죽기 전에〉, 김태엽 감독님이 연출하신 〈30번 환생한 남자〉는 각각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가요?

- 남궁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런 취지의 프로젝트가 있다고, 해 보면 어떻겠냐는 연락을 받았어요. 언제까지 작업하면 되냐고 했더니 다음 달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조건 안에서 할 수 있는 걸 고민하다가 (당시 여름이었는데) 더우니까 그냥 어디 실내에 들어가서 떠드는 걸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우리가 죽기 전에〉 스틸 © CJ ENM

저희 영화의 키워드는 ‘30’, 그리고 ‘전조증상’이었는데 찍다 보니 그냥 영화에 관한, 그리고 영화의 현 상황과 그 안에서 저희가 느끼는 애정과 애증 등의 감정들이 담겼어요. 그리고 지금 이 시대의 자본 속에서는 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답답함들을 막 풀어냈던 것 같아요. 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웃음)

 

- 김태엽: 처음 프로젝트 제안을 받았을 때 PC방에서 김덥 배우와 함께 ‘배틀 그라운드’를 하고 있었어요. 김덥 배우가 무슨 전화냐고 묻기에 고민이 된다고 얘기했더니 그 특유의 말투로 “내가 광인 역할로 뭐 하나 찍으면 되잖아. 네가 레오 까락스 하고 내가 드니 라방 해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덥 배우는 제가 단편 작업을 할 때 늘 광인 역할로 캐스팅해서 함께하곤 하거든요. 이번 영화 속 캐릭터와 평소 모습이 거의 일치한다고 보시면 돼요.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광인이에요. 그래서 30이라는 키워드를 놓고 가장 매력적인 광인을 구상했죠. 그렇게 떠올린 게 자기가 30번을 환생했다고 주장하는 남자예요. 

 

〈30번 환생한 남자〉 스틸 © CJ ENM



W.  대중들에게 뮤지션으로 더 익숙한 김덥 배우님과의 인연은 어떻게 이어오셨는지도 궁금했어요. 

〈30번 환생한 남자〉 스틸 © CJ ENM

 

- 김태엽: 20대 때, 덥 배우님이 연극 연출을 하시는 작품에 제가 배우로 출연했었어요. 지금과는 반대의 상황에서 만난 거죠. 그때 친해졌는데 김덥은 제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다재다능해요. 뮤지션이면서 뮤직비디오 감독이고, 영상 작업을 하는 연출자이기도 하면서 연기도 잘하시죠. 저와 취향도 잘 맞아서 15년 동안 제일 친한 친구로 지내면서 여러 작업을 같이 해 왔어요.



W.  남궁선 감독님도 전작들에서 호흡을 맞춘 적 있는 최성은, 신은수, 천명우 배우와 함께하셨는데, 〈우리가 죽기 전에〉는 작품 타임라인으로 치면 언제쯤 촬영하신 작품인가요? 촬영할 때 분위기가 어땠는지도 들려주세요. 

- 남궁선: 〈힘을 낼 시간〉으로 영화제를 다녀오고 나서 〈고백의 역사〉 오픈하기 직전에 약간 틈이 있어서 그때 촬영을 했죠. 전작에서 이제 함께한 배우들의 또 다른 모습이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최성은 배우에게는 예전부터 한 번 보고 싶었던 시니컬한 이미지를 맡겼고, 신은수 배우는 어리숙하고 귀여운 역으로 자주 보다보니 이번엔 좀 쿨한 언니 같은 느낌도 줘 보고 싶었죠. 〈고백의 역사〉에서 반장 역할을 너무 잘 해줬던 천명우 배우도 다른 느낌으로 한번 시켜보고 싶었고요. 뭘 찍을지는 모르는 채로 ‘그런 거 한번 해보자’고 얘기를 했어요.

 

〈우리가 죽기 전에〉 스틸 © CJ ENM

〈고백의 역사〉 팀과 〈힘을 낼 시간〉 팀이 섞여서 촬영을 했는데 현장이 정말 즐거웠어요. 오랜만에 동창회 하는 느낌? 다만 저희가 더위를 피해서 실내로 간 거였는데 녹음기사가 욕심 낸다고 에어컨을 꺼서 덥기는 정말 더웠네요. (웃음) 그래도 현장 사진 보면 다 웃고 있더라고요. 처음 소개할 때 이런저런 역할을 많이 했다고 했는데, 오랜만에 우리끼리 시끌벅적, 이것저것 다 했던 작업이라 굉장히 즐거웠어요. 더운 것만 빼면요. 

 

〈우리가 죽기 전에〉 현장 스틸 © 남궁선 감독 제공

 

 

W. 〈우리가 죽기 전에〉에서는 작업실을 배경으로 대화가 진행되고, 〈30번 환생한 남자〉에서는 카페에서 인터뷰가 이루어지는데요. 공간에 대한 이야기도 각각 들어보고 싶어요. 

- 남궁선: 영화에 담긴 작업실은 〈힘을 낼 시간〉의 음악 작업을 같이 했던 ‘모임 별’이라는 팀의 작업실인데요. 저희가 워낙 아지트처럼 자주 찾는 공간이기도 해요. 공간 자체에 대한 애정도 있어서 한 번 정도는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우리가 죽기 전에〉 현장 스틸 © 남궁선 감독 제공

 

- 김태엽: 인터뷰 장면을 찍은 곳은 종합 예술가 ‘한받’이라는 분이 운영하시는 ‘만유인력’이라는 무인 독립 서점이에요. ‘사람또사람’이라는 팀명으로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이번 영화의 스텝으로 도와주셨거든요. 그분들이 시나리오를 보고 동네에 이런 공간이 있다고 소개해 주셔서 가 봤는데 매력적인 곳이더라고요. 영화랑도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촬영을 하게 됐습니다.

 

 © 만유인력 SNS @ manyoupowerpeople



W.  ‘진짜 영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가 죽기 전에〉 속 대사처럼 이제 사망 신고를 해야 할까요?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으신지도 궁금합니다. 

- 남궁선: 일단 사망신고까지는 아니고 연명 치료? 라고 하면 너무 울적하겠죠? (웃음) 우선 저희는 심폐 소생을 시키겠다는 각오로 영화를 하고 있고요. 재미로 넣은 대사이긴 했는데, 제가 생각하는 ‘진짜 영화’는 삶의 균열을 낼 만큼의 감각과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들인 것 같아요. 저는 영화가 경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재미든 어떤 다른 감각이든 삶에 균열을 낼 정도로 강렬한 임팩트가 있어야 하는 것 같고, 저도 그런 걸 만들고 싶어요. 계속 만들고 싶고 경험하고 싶으니까 사망신고까지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대사에 넣어봤어요. 저희가 심폐 소생해서 벌떡 일으켜 세우는 거예요. 

 

 

W.  김태엽 감독님은 전생에 어떤 존재였을 것 같나요? 극 중에 나온 표현처럼 31번 환생을 하더라도 창작 활동을 또 하실 건가요?

 

〈30번 환생한 남자〉 스틸 © CJ ENM

 

-  김태엽: 사실은 저는 전생을 안 믿어요. 이 질문을 받고 처음으로 고민을 해 봤는데, 이 영화에 나오는 남자처럼 창작을 하지만 성공하지는 못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었네요. 다시 태어난다면 창작 활동은 이제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고 싶은데… 그런데 왠지 또 하게 되지 않을까요? (웃음) 



W. 단편 영화만의 매력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세요?

- 남궁선: 단편 영화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영화인 것 같아요. 그냥 어떤 시점에 창작자가 원하는 바를 표현하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다 보니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응축해서, 현재적인 이야기들이 바로바로 반영된다는 게 단편의 즐거움인 것 같고요. 짧은 포맷 안에서 일일이 부연 설명하지 않고, 특정한 하나의 측면만을 보여준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습니다.

 

-  김태엽: 일단 짧다는 게 제일 매력인 것 같아요. 저는 러닝 타임과 매체가 콘텐츠의 여러 가지를 결정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요즘은 쇼츠가 대세잖아요. 사람들이 점점 짧은 걸 좋아하게 되는 것 같은데, 짧은 러닝 타임 안에서도 그 포맷에 맞는 내용과 형식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게 매력이죠.



W. 영화를 만들면서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나 감정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 남궁선: 오랜만에 상업적 목적이나 기획적인 제약 없이 뭔가를 쏟아내는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3분짜리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막상 찍어놓고 보니 소스가 너무 많아서 다시 압축하는 작업을  했는데요. 그러면서 구구절절한 드라마는 빼고, 짧은 러닝타임 안에 나름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들을 많이 넣어뒀어요. 

그리고 이 작업을 하면서 다시 힘이 좀 생긴 것 같아요. 즐거운 영화를 하나 만들고 났더니 부글부글 끓는 갈증이나 냉소 같은 게 좀 쌓였는데, 그것들을 시원하게 말로 풀어내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죠. 다 찍고 상영을 할 땐 ‘내가 너무 많은 말을 했나?’싶어서 좀 쫄기도 했고요. (웃음) 저희 작품이 약간 디스 랩 같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우리가 죽기 전에〉 현장 스틸 © 남궁선 감독 제공

 

-  김태엽: 드라마를 하게 되면서 많은 인원과 함께 작업하게 됐는데, 가끔 예전에 소규모로 뭔가를 만들던 시절이 그립더라고요. 이번 영화 덕분에 초심으로 돌아가서 그런 작업을 다시 했더니 또 너무 즐겁고 재밌었어요. 다시 소규모 작업을 해 보니 한편으로는 드라마를 할 때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스태프,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W.  관객들이 어떤 마음으로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는지,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 남궁선: 우선 어디까지나 영화이고 농담이라는 것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고요. 저희 영화 안에 30가지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만큼, 무엇을 기대하셔도 그것보다 더 이상할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 열린 마음으로 가볍고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태엽: 저는 즐겁고 재미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일단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혹시라도 즐겁고 재미있는데 마음의 여유가 좀 남아 있다 하시는 분들은 영화를 통해 평소에 안 하던 생각도 좀 하게 되신다면 너무 감사할 것 같습니다.



W. 두 분의 영화 〈우리가 죽기 전에〉와 〈30번 환생한 남자〉에 직접 별점과 코멘트를 남겨주세요!

남궁선 감독의 〈우리가 죽기 전에〉 코멘트 © 왓챠피디아

김태엽 감독의 〈30번 환생한 남자〉 코멘트 © 왓챠피디아




아래 관련 콘텐츠를 통해 영화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 예상별점을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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