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사람, 취향에 대한 이야기 ‘왓피인터뷰’! 💌
싱그럽지만은 않기에 특별한 성장 영화, 올해의 문제작 ⟨올 그린스⟩의 고야마 타카시 감독을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났습니다.
⟨올 그린스⟩ 고야마 타카시 감독 © yamakasi_koyama
W. 두 번째 장편 영화 ⟨올 그린스⟩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관객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계신데요. 어떤 작품인가요?
- ⟨올 그린스⟩는 일본 시골에 사는 여고생들이 어떤 물건을 만들어서 마을을 탈출하고자 계획하는 이야기를 굉장히 통쾌하고 유쾌하게 그린 영화예요. 이 영화 자체가 일본의 팝 컬처를 굉장히 많이 다루고 있어서, 이 부분을 한국이나 세계의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매우 궁금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입니다.

W. ⟨올 그린스⟩는 나미키 도의 소설 [우리들의 비밀 온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죠. 영화화를 결심하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 프로듀서의 제안으로 원작을 처음 읽었어요. 정말 엄청난 여고생들이 등장하잖아요. 이 아이들이 각자 무거운 문제를 갖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비참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우선 그 지점에 굉장한 매력을 느꼈고, 영화화하는 과정에서도 이 본질을 절대 잃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걸 더 극대화할 수 있는 연출을 해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
W. 그렇다면 원작과 일부러 다르게 표현하신 부분도 있으신지 궁금해요.
- 원작에서는 ‘보쿠 히데미’(미나미 사라), ‘야구치’(데구치 나츠키), ‘이와쿠마’(요시다 미즈키)라는 등장인물 세 명이 각각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해요. 하지만 영화에서 저는 보쿠 히데미라는 캐릭터 한 명이 이야기를 하게끔 집중시키는 방식을 택했죠. 그리고 영화의 후반에 여고생 세 명이 거래를 위해 도쿄로 떠나는 장면을 새롭게 만들었어요. 보쿠 히데미가 영화의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랩을 하는 부분도 이 영화의 오리지널입니다.
W. 영화 속 보쿠 히데미는 랩을 하고, 미루쿠(야구치)는 영화감독을 꿈꿨고, 이와쿠마는 만화를 좋아하는 등 세 캐릭터 각각의 개성과 매력이 상당했는데요. 캐스팅 과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 먼저 보쿠 히데미는 좀 시니컬하고 쿨한 캐릭터인데, 그러면서도 동시에 고등학생답게 약간의 허당미를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찾고 있었어요. 그리고 과거에 이런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없는 배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처음 떠오른 배우가 미나미 사라였어요. 랩을 하는 캐릭터라 개인 지도를 받고 연습도 해야 했는데, 상당히 빠르게 습득하는 배우라서 훌륭하게 표현해 줬습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보쿠 히데미 역을 가장 먼저 캐스팅했고, 그다음으로 미루쿠(야구치) 역의 데구치 나츠키 배우를 만났는데요. 미루쿠는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어야 했어요. 배우 자체가 배역을 넘어 인간적으로도 매력 있고 반짝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데구치 씨가 딱이었던 거죠. 정말 좋은 연기를 보여줬어요.
© mizukiyoshida_official
마지막으로 이와쿠마는 개성이 강한 두 사람과 함께 섰을 때 겁먹거나 위축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또 다른 매력을 표현할 수 있어야 했어요. 요시다 미즈키 배우를 발견했을 때 마침 일본에서 ⟨룩백⟩이 개봉했었는데, 그 작품에서도 아주 좋은 연기를 보여준 게 기억에 남아서 캐스팅하게 됐습니다.
W. 극 중에서 만화를 좋아하는 이와쿠마가 만화를 직접 그려보라는 말을 듣고 ‘내가 좋아하는 걸 싫어할 위험을 감수하기 싫다’라고 하는 대사가 있었는데요.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았다가 잃어버린 많은 분들이 공감할 만한 대사라고 생각했어요.
- 원작 소설에는 없는, 영화의 오리지널 대사예요. 제 주변에도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꿈을 꾸다가 도중에 포기했거든요. 좋아하는 것을 싫어하고 싶지 않아서 애초에 도전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좋아하는 일에 뛰어들어 그걸 계속하다가 싫어하게 된 사람도 있죠. 그런데 이건 결국 어른이 되고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어쨌든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첫걸음을 떼야 하잖아요. 극 중 보쿠 히데미는 사춘기 때 그 한 걸음을 뗀 사람이고, 이와쿠마는 결국 그 한 걸음을 떼지 않은 사람인 거예요. 대개 사춘기, 청소년기에 이런 분기점들이 몇 개 있는 것 같은데요. 관객분들도 이 영화를 보면서 그때를 돌아보고 분기점들을 많이 발견했으면 좋겠습니다.

W. 세 주인공들이 공통적으로 ‘변화하지 않고 멈춰 있다는 것’에 상당한 두려움을 느끼고, 그게 곧 행동의 동기가 되는 것 같았어요.
- 제 안에도 계속 같은 일을 반복하는 삶에 대한 공포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특히 ⟨올 그린스⟩의 세 인물들에게는 마을 교차로에서 차에 치인 여성이라든가 부모님처럼, 어쩌면 자신들의 미래, 결말을 보여주는 것 같은 사람들의 사례가 있었잖아요. 그런 것들을 바로 가까이에서 목격하게 하면서 마을을 탈출하고 싶다는 동기를 표현해나갔습니다.
W. 처음 영화 소개에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영화나 만화 등 실제 작품들이 팝 컬처 레퍼런스로 많이 언급되더라고요.
- 원작에 언급된 작품을 그대로 쓰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추가하기도 했어요. (웃음)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만사형통⟩ 같은 경우에는 원작에 언급된 작품이고, ⟨가여운 것들⟩은 제가 추가한 작품이죠.
고등학생 시절을 돌이켜 보면, 내가 좋아하는 걸 얘기했는데 친구한테는 안 통하는 그런 경우들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친구들과 연결된 듯 연결되지 않는 미묘한 감각과 느낌을 좋아해서, 그게 영화에도 표현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극 중에 미루쿠가 ⟨파이트 클럽⟩을 흉내 내는 부분도 나오잖아요. 이런 것들을 통해 강요하지 않고 가벼운 느낌으로 관객들이 웃을 수 있는 포인트를 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영화나 만화 등의 레퍼런스들을 담으면서도, 팝 컬처에 대한 지식이 없는 관객들 역시 지장 없이 이야기를 즐길 수 있게끔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W. 감독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은데요. 가장 처음 영화를 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 ⟨올 그린스⟩의 등장인물들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저도 시골에 살았고 답답함을 느꼈거든요.
학창 시절에 좋아하는 게 많아서 음악도 즐겨 들었고, 소설도 읽고, 만화나 애니메이션, 영화도 봤는데요. 악기는 다룰 줄 몰랐고, 그림도 못 그렸지만 영화라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W. 영화에서도 살짝 감독님의 취향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어떤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개인적인 취향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 이번에 두 번째 장편영화를 만들면서 더 명확하게 생각하게 된 건, 이야기가 관객을 데려가는 그런 스토리를 아주 좋아한다는 거였어요. 보는 동안에는 어디로 가는지, 목적지가 어딘지 알 수 없더라도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굉장히 먼 곳까지 와 있다는 걸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영화 말이에요. 그래서 앞으로도 나름대로 저만의 엔터테인먼트 작품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W. 고야마 타카시 감독님이 애정하는 별 다섯 개 만점 영화를 알려주세요.

- 어려운 질문이네요. (웃음) 일단 첫 번째 작품은 래리 클락의 〈키즈〉라는 영화예요. 뉴욕의 젊은이들을 굉장히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인데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촬영했죠. 이야기 자체에 결국 구원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력이 크게 느껴져요. 가끔 생각이 날 때 챙겨보는 영화입니다.
두 번째 작품은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을 맡은 〈콘스탄틴〉인데요. 이유 없이 너무너무 좋아요. (웃음) 1년에 한 번은 꼭 보는 작품이죠. 퇴마에 사용하는 무기들이 진짜 멋있잖아요. 그리고 키아누 리브스가 굉장히 멋있어서 솔직히 모두가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세 번째는 〈들개〉라는 작품이에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영화는 전반적으로 다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하죠. 한 형사가 권총을 도둑맞으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는데, 그걸 계기로 누군가는 범인이 되고, 누군가는 범죄자가 되고, 누군가는 형사가 되거든요. 같은 일을 경험하고서 정반대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게 굉장히 흥미로워요.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형사가 범인을 추궁하는 부분에서 눈 클로즈업 연출이 나오거든요. 근데 그 클로즈업을 보면 누가 범인인지 누가 형사인지 구분할 수 없는 순간이 있습니다. 구조나 연출적인 부분,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전부 대단해서 좋아하는 영화예요.
네 번째는 설경구 배우가 주연으로 나온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인데요. 이 영화는 그냥 압도적이에요.
보다 보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정말 생명을 깎아서 영화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를 보면서 계속 괴로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다섯 번째는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만든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라는 작품인데요. 작화도 정말 좋은 데다가 모빌슈트나 전투 장면이 멋지고 휴먼드라마까지 훌륭해요. 빈틈이 없는 영화라서 1년에 한 번은 꼭 보는 영화입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W.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말한 것처럼 ‘카르마’ 따위는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청춘,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우리 같이 힘냅시다! (一緒に頑張りましょう!)
W. 영화 〈올 그린스〉에 직접 별점과 코멘트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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