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함께 즐기는 재미.
대세 유튜버 햄튜브를 ‘왓챠디깅클럽’에서 만나 왓챠파티와 취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W. 평소에 왓챠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 저는 왓챠를 ‘마음의 고향’이라고 적어놨어요.
취향에 맞는 콘텐츠도 많고 ‘덕후’같은 면이 좋아요. 편집할 때마다 자주 클릭하게 되더라고요. 편집 친구, 야식 친구, 내 업무 부스터 같은 느낌. 저는 왓챠피디아를 오래전부터 써왔어요. 지금은 흔하지만, 당시에는 영화를 아카이빙 한다는 개념이 신기했거든요.
W. 2,000편 가까이 되는 작품을 평가하셨던데.
- 소위 말하는 ‘똥영화’들도 많이 봐요.
사실, 그런 영화들은 리뷰를 쓰고 싶어서 끝까지 보는 것도 없지 않아 있죠. 욕이라도 한마디 얹으려면 끝까지 봐야 평가를 남길 자격이 생기는 기분이라. (웃음)
진짜 좋은 작품은 보면서 ‘이거 써야겠다’ 생각하기도 하고, 보고 나서 할 말이 없는 작품도 있고요. 사실 코멘트를 남기는 데엔 40초도 안 걸려요. 부담 제로. 초반에는 그냥 일기처럼 적다가 사람들이 제 계정의 존재를 알게 되니 점점 의식하게 돼서 ‘이 영화 본 사람은 좀 웃기겠다’ 싶게 낚시성으로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어요.
W. 왓챠피디아 코멘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운데, 어떤 기분인지.
- 그렇다면 더 열심히 남겨야겠네요.
피디아엔 대부분 에세이같이 묵직한 코멘트들이 많잖아요. 제가 가볍게 툭 던지는 게 그런 묵직함을 중화시켜 주나 봐요. 그래서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요? 저는 분석을 하면서 콘텐츠를 감상하는 게 아니라 보다 보면 어떻게 코멘트를 남길지 느낌이 와요. 예를 들어, ‘쟤 좀 짜증 나는데?’ 하는 가벼운 느낌이요! 사실 헛소리가 반이죠. 사람들이 코멘트를 좋아해 주시면 힘이 나면서도 어리둥절해요. 고민시 배우의 ‘시상식 짤’처럼요. ‘이상하다, 희한하네. 그래도 공감은 되고 있나 보다’ 하는 거죠. 사실 빠르고, 가볍게 남긴 평가와 코멘트다 보니 과거에 별점을 낮게 준 영화를 5점으로 수정한 적도 있어요. 오락가락해요. 기억력도 안 좋고. (웃음)
W.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타이밍이 따로 있나요?
- 옛날에는 극장에도 자주 가고, 저녁에 엄마랑 술 한잔하면서 보는 등 분위기를 아예 세팅해 놓고 집중해서 보는 걸 좋아했거든요. 옆에서 핸드폰 하면 막 한숨 쉬고. (웃음)
OTT들이 나오면서 정주행하는 일이 많아지니까 요즘은 주로 편집할 때 틀어놓는 편이에요. 극장에 가려면 멀고 비싸기도 하고요. 하루 종일은 아니어도 집에서 컴퓨터로 할 일이 있으면 봤던 걸 또 틀어놓고 계속 보죠.
W. 왓챠파티를 평소 자주 진행하시더라고요.
- 이게 한번 시작하니 멈출 수 없더라고요.
제가 재밌게 본 작품을 남에게 보여주는 걸 좋아해서, 보통은 봤던 작품을 골라 파티를 진행해요. 이 작품을 처음 보는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일이 즐겁거든요. “이 장면에서 빵 터지겠지? 훗훗훗…” 하면서 채팅방에서 숨죽여 기다리고 있달까요. 이미 본 작품은 틀어놓고 밥을 먹거나 화장실을 가도 되고,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구독자분들과 파티를 하는 건 제가 재밌게 본 작품을 강요하는 일종의 권력남용이라고 할 수 있죠. (웃음)
제가 보라고 해서 작품을 봤다며 팬카페에 글을 써 주시는 분들이 있을 때 영향력이 체감되곤 해요. 하지만 제가 아무리 같이 보자고 해도 〈닥터 후〉 같은 작품은 못 보겠다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W. 〈닥터 후〉를 좋아하신다고 알고 있는데.
- 네. 그래서 왓챠에서 내려가기 직전까지도 열 명 정도 데리고 계속 봤어요.
W. 보통 비공개로 파티를 하시는 것 같던데,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시는 건가요? 저희도 참여할 수 있을까요?
- 어떤 식으로 진행하냐면, 제가 팬카페에 공지글을 써요.
‘조립식 키보드 물 세척해도 되나요?’라는 식으로 낚시성 제목을 적어 놓으면 많이들 클릭하시거든요. 들어와 보면 왓챠파티를 하자는 내용의 글인 거죠. 공개로 진행해 볼 의향도 있는데, 팬분 중에서도 저 같은 분이 많아서 수줍어하실 것 같기도 해요.
〈닥터 후〉 파티를 공개로 할 걸 그랬네요. (웃음)
W. 예정되어 있는 파티에는 어떤 게 있는지.
- 제가 〈브러쉬 업 라이프〉를 재밌게 봤는데, 아직 파티를 안 했어요. 이미 두 번이나 봐서 좀 기다렸다 볼까 싶기도 했지만, 곧 진행해 볼까 싶어요.
W. 취향 작품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좋아하시는 감독이나 영화 장르가 있나요?
- 저는 정말 안 가리고 보는데 취향이라면 엽기, 똥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웃음)
‘이 감독 영화 좀 재밌다’하는 분은 있어요. 이름이 너무 어렵네요. 요르고스… 란티모스. 박찬욱 감독님 영화도 좋아해요. 그리고 옛날에 이정현 배우가 출연하신 〈시실리 2km〉라는 영화가 있거든요. 신정원 감독님의 개그 코드가 저한테 잘 맞아요. 이 작품도 파티로 보면 재밌겠네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도 좋았어요.
W. 재밌게 본 작품 몇 가지만 알려주세요.
- 몇 가지만 뽑기가 힘드네요. 믿고 보는 작가와 배우들이 많거든요.
요즘은 일본 드라마를 많이 보는데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가 쓴 드라마를 다 재밌게 봤어요. 〈콰르텟〉이라는 드라마에서 믿고 보는 배우도 생겼어요. ‘스즈메’ 역할로 나왔던 미츠시마 히카리인데, 최근에 출연한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도 재밌게 봤죠.
또 재밌게 본 드라마로는 〈첫사랑의 악마〉, 〈미스터리라 하지 말지어다〉, 〈세브란스〉 등이 있어요. 영화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극장에서 두 번 정도 봤고, 〈에이리언 vs. 프레데터〉도 좋아해요.
W. 이 글을 읽을 구독자들에게 꼭 보라고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 딱 하나만 뽑자면 〈닥터 후〉예요.
다른 건 설득을 하면 어느 정도 보시던데 〈닥터 후〉는 안 보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시즌이 너무 많은 데다가 세계관의 진입장벽이 높아서 그런가 봐요.
W.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한마디!
- 저의 왓챠파티에 많이 들어와 주세요.
한번 하면 6시간은 달리니까 다들 각오하시고요!! (웃음)
왓챠도 롱런하시길 바라요. 제가 연 구독자거든요. 앞으로도 이상한 영화 많이 가져와 주세요.
💌 ‘왓챠디깅클럽’은 그동안 왓챠가 담아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비정기적으로 풀어보는 코너입니다.왓챠와 왓챠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드릴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