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사람, 취향에 대한 이야기 ‘왓피인터뷰’! 💌
영화 〈차가운 것이 좋아!〉의 박유림 배우를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났습니다.
© BH엔터테인먼트
W. 전주국제영화제에는 영화 〈차가운 것이 좋아!〉로 오셨어요. 어떤 작품인가요?
- 좀비 시대에 공무원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나희’(박유림)가 좀비 시체 처리 업무를 하는 도중 이성이 있는 좀비인 ‘은비’(방원규)를 만나요. 은비를 알래스카로 피신시키기 위해서 떠나는 여정을 그린 이야기예요.
W. 〈차가운 것이 좋아!〉는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이에요. 처음 관객분들을 만나보니 어떠셨나요?
- 설레고 감사한 마음이었어요. 확실히 영화로 이렇게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는 게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객석에서 관객분들이랑 같이 영화를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옆에 앉아 계신 분들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느껴져 그걸 신경 쓰느라 영화는 제대로 못 봤어요. (웃음) 저희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는데 관객분들이 웃어주시고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서 뿌듯하고 다행이었죠. 다음엔 좀 마음 놓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JEONJU International Film Festival ALL RIGHTS RESERVED ( Major )
W.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 홍성은 감독님이 가장 큰 이유였어요. 전작인 〈혼자 사는 사람들〉을 너무 감명 깊게 봤거든요. 감독님 특유의 차가운데 따뜻하고, 따뜻한데 차가운 시선과 이야기가 정말 좋았어요. 처음 연락 주셨을 때 홍성은 감독님이 좀비 이야기를 하신다고 해서 너무 흥미로웠고, 대본을 읽고 바로 하고 싶다고 먼저 회사에 전화드렸어요.
W. ‘사나희’라는 캐릭터 이름도 그렇고 유머러스한 설정들이 돋보이더라고요. 현실과 살짝 동떨어진 듯한 톤도 인상적이었는데,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어떠셨나요?
- 좀비라는 설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긴 하지만 그걸 좀 걷어내면 그냥 내 이야기, 혹은 제 친구들의 이야기 같다고 느꼈거든요. ‘나희’가 일, 사랑, 시대, 삶, 자아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잖아요. 불안하고 고민이 많은 시기인 거죠. 제 이야기 같기도 하고 친구들과 나눴던 이야기들도 생각나서 공감이 많이 됐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불안함 속에서도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다고 믿거든요. 그래서 나희의 이야기를 통해서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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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배역을 준비하실 때 철저하게 캐릭터에 연구하고, 작품 노트 등을 적으신다고 들었어요. 이번에 맡으신 ‘나희’ 캐릭터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 철저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요. (웃음) 보는 분들이 공감하셨으면 해서 ‘나희’를 준비하면서 인물의 감정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인물의 흐름과 시간이라고나 할까요? 극 중 나희가 은비를 만나면서 무모한 일탈을 시작하잖아요. 그 과정에서 갈등, 화해, 우정, 사랑 등 많은 이야기가 밀려오다 보니 그걸 시간 안에 담아내면서도 잘 연결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감독님과 함께 경험담을 끌어오기도 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준비했어요.
W.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낭만을 놓치지 않는 작품인 것 같아요. 박유림 배우님이 느끼기에 가장 낭만적이었던 대사나 장면은 어떤 것이었나요?
- 낭만! 저희 영화에 있는 이 단어가 너무 좋아요. 질문을 듣고 생각을 해봤는데 나희가 은비랑 화해를 하고 차 안에서 다시 만나자면서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런데 진짜로 기다렸고, 찾아왔고 만났다는 게 낭만적인 것 같아요. 정말 그 만남이 성사됐다는 게 너무 낭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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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실제 박유림 배우님과 ‘나희’ 성격의 싱크로율은?
- 사실 잘 모르겠어서 매니저님한테 여쭤봤는데 70%라고 하셔서 ‘그렇게 높은가?’라고 생각했어요. 연기할 때 실제 저의 모습이 투영되긴 하지만 어떤 부분은 극대화되어 담기기도 하고, 조금씩 다른 부분들이 있거든요. 나희한테는 제가 가진 밝은 면들이 많이 담긴 것 같아요. 저는 자존감이 낮아져 있을 때 뭐든지 저로부터 다시 채워야만 하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편이죠. 그런데 나희는 남자친구나 타인들로부터 자꾸 그걸 확인하고 자존감을 채우려는 인물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저랑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W. 영화에서 트럭 운전을 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직접 운전을 하며 촬영하셨나요?
- 이 질문 너무 반가웠어요. 자랑하고 싶어서요. (웃음) 제가 운전하는 걸 원래 좋아해서 쇼핑하거나 카페에 가거나 드라이브할 때 혼자 운전해서 잘 다니거든요. 그런데 영화에 트럭을 운전하는 장면이 있어서 너무 반가웠죠. 사실 트럭 운전은 보통 1종 면허가 있어야 할 수 있는데, 저희 영화에 나온 트럭은 제가 직접 운전해야 해서 2종 면허로 운전 가능한 차를 구해주셨어요. 너무 재밌게 운전하면서 촬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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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평소 영화를 많이 보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영화관에도 자주 가시나요?
- 영화관 자체를 좋아해서 보고 싶은 영화가 새로 나오거나 좋아하는 영화가 재개봉하면 최대한 영화관에 가서 보려고 해요. 큰 스크린과 좋은 사운드가 있고, 극장에서는 핸드폰도 안 하고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해요.
W. 영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 어렸을 때 아빠가 영화관을 정말 많이 데리고 다니셔서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저희 아빠는 지금도 영화관 가서 개봉작을 많이 챙겨 보시거든요. 어렸을 때도 〈해리포터〉나 〈포켓몬스터〉 같은 영화들이 개봉하면 엄마랑 같이 항상 저를 데리고 가셨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 영화를 보면 새로운 세계관을 만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했어요.
W. 특히 좋아하시는 장르나 서사도 있나요? 최근에 재미있게 본 작품도 소개해 주세요.
- 두루두루 다 좋아하는 취향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라스트 오브 어스〉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봤어요. 여기에도 좀비가 나오는데요. (웃음) 그 안에 인간적인 서사와 이야기들이 많이 있어서 좋았어요.
〈핫스팟: 우주인 출몰 주의!〉이라는 일본 드라마도 요즘 보고 있어요. 〈나기의 휴식〉처럼 엉뚱한 드라마도 좋아하죠. 〈체르노빌〉이랑 〈빅 리틀 라이즈〉, 〈와이 우먼 킬〉 같은 드라마도 재밌게 봤어요.
W. 나를 배우로 이끌어준 작품, 혹은 늘 나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을 하나만 꼽는다면?
- 진부할 수도 있지만 〈드라이브 마이카〉예요. 제가 그 당시에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도 정말 많았거든요. 처음이자 마지막 영화로 그 작품을 찍고 연기를 그만두려고 했던 작품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이 자리까지 저를 이끌어준 영화가 됐죠. 그때 정말 살아있었던 저의 느낌과 모습들이 스스로에게 영감을 주기도 해요.
W. 영화, 드라마, 연극도 하시고, 뮤직비디오에도 종종 출연하고 계세요. 작품을 선택하실 때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보시는지 궁금해요.
- 제 마음이 가는 작품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이건 내가 안 하면 안 되겠다’라는 본능적인 끌림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있어요. 그리고 스스로 도전할 만한 새로운 것들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뒤늦게 무섭고 두렵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더라도 처음 만났을 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선택하는 편이에요.
W. 도전해 보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 제가 〈팬텀 스레드〉라는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거기 나오는 ‘알마’라는 캐릭터요. 알마가 ‘레이놀즈’의 뮤즈이자 연인이잖아요. 그런데 레이놀즈의 규칙에 순응하지 않고 자기만의 이상하고 별난 방식으로 사랑을 지키고 주도권을 만들어 나가는 흔들림 없는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W.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신가요? 목표가 있다면?
- 저는 지금 제가 어떤 배우인가에 대해서 스스로 알아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장르나 캐릭터, 플랫폼 등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작품들을 하면서 도전하고 고민하고 많이 얼굴 비추는 배우이고 싶어요.
W. 박유림 배우님이 애정하는 별 다섯 개 만점 영화 다섯 편을 알려주세요.
- 말 나온 김에 〈팬텀 스레드〉. 사랑을 병적으로 그린 작품인데요. 꼭 아름답게만 그리는 게 아니라 이상하고 강박적으로 표현한 방식이 너무 좋아요. 그 안에 지배, 욕망, 애정, 헌신, 이렇게 복잡한 감정들이 막 몰아치거든요.
〈데몰리션〉도 좋아해요. 주인공 ‘데이비스’가 헤드폰을 끼고 춤추는 장면을 정말 사랑하거든요. 그때 저도 함께 희열을 느꼈어요. 감정 감옥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킨 느낌이었죠.
〈버드맨〉은 보고 엉엉 울었어요. 저의 존재에 대해서 고민이 진짜 많았을 때 이 영화를 봤는데요. 나라는 존재를 스스로 인정하고 세상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주인공 ‘리건’도 그렇더라고요. 마지막에 리건이 날아오르는 장면에서는 자유를 얻어서 비상했다는 생각에 위로받는 느낌이라 막 눈물이 났어요. 그 캐릭터가 갖고 있던 고민이나 이런 게 저랑 많이 비슷했던 것 같아요.
〈해리포터〉 시리즈를 다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볼거리가 많은 걸 보고 싶을 땐 ‘불의 잔’, 스토리 위주로 보고 싶을 땐 ‘비밀의 방’이나 ‘아즈카반의 죄수’를 봐요.
마지막은 〈드라이브 마이 카〉예요. 촬영할 때도, 봤을 때도 위로를 많이 받았던 작품이거든요. 저에 대해서 회피하지 않고 돌아보게 하는 영화라서 좋아해요.
W. 마지막으로 관객분들이나 왓챠피디아 유저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우선 〈차가운 것이 좋아!〉로 인사드릴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요. 인스타로 가끔 왓챠피디아에 별점 안 남기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제가 너무 쑥스러워서 못하고 있거든요. (웃음) 저도 영화에 대해서 찾아볼 때 왓챠피디아 평점도 참고하고, 리뷰를 읽기도 해요. 그러니까 유저분들이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해 주시면 저도 왓챠피디아에서 영화 찾아보고 감상하겠습니다.
W. 영화 〈차가운 것이 좋아!〉에 직접 별점과 코멘트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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