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지옥〉 등 비교적 규모가 큰 상업 작품들로 알려진 연상호 감독이 저예산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약 2억 원의 제작비로 만든 영화 〈얼굴〉인데요. 단 13회차, 3주 동안 20여 명의 소규모 스태프들과 함께 촬영한 이 작품은 예산의 규모와 영화의 완성도가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사례입니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9월 11일 개봉한 〈얼굴〉은 연상호 감독이 직접 그려 2018년 공개했던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연상호 감독은 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고 나니 어떻게든 영화화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처음에는 스마트폰 촬영까지 고려해 1억 원 규모로 제작할 생각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박정민 배우의 합류를 시작으로 점점 퀄리티를 갖춘 프로젝트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기존 상업 영화의 틀을 따르지 않아 기동성 있는 제작 방식 덕분에 프리 프로덕션 기간에 배우들과 직접 긴밀하게 소통하며 원하는 장면들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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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연상호 감독이 일관성 있게 사회의 부조리함과 인간 본성의 민낯을 포착해 왔기에, 작품들을 한 데 묶어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는데요. ‘이 사회의 혐오를 이겨내고 극복한다는 것의 의미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영화 〈얼굴〉 역시 연니버스의 계보를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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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앞을 못 보지만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권해효, 박정민)와 살아가던 아들 ‘임동환’(박정민)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극 중 실종된 어머니 ‘정영희’(신현빈) 캐릭터는 사건의 중심에 위치한 인물임에도 얼굴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독특한데요. 모두가 ‘못생겼다’고 증언하는 이 인물의 추한 외모가 영화의 주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반응을 보여주고, 계산된 앵글로 상황을 비추는 과정들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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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든 영화 속에서든 우리가 어떤 사람을 볼 때 가장 먼저 인식하게 되는 부분이 바로 ‘얼굴’인데요. 핵심 인물의 얼굴을 배제한 상태로 스토리를 전개하기 위해, 연상호 감독은 정영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뒷모습, 손, 상체의 클로즈업을 활용하거나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인물을 완전히 부감으로 촬영하는 등의 방식을 택했습니다.
연상호 감독은 〈얼굴〉을 통해 아름다움과 추함이라는 가치, 특히 이것을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프레임에서 의도적으로 정영희의 추한 얼굴을 가리는 동안 관객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주인공 임영규, 그리고 사진 한 장 없이 40년 전 사망한 어머니의 흔적을 쫓는 아들 임동환과 동일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데요. 한 사회가 합심하여 지우고자 했던 한 여자의 얼굴을 상상 속에 그리며 영화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관객들 역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에 휘둘리고 가치 판단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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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연출, 제작 과정 등 모든 면에서 기존의 틀을 깨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유니버스를 구축해가는 연상호 감독은 "지금까지 영화를 만드는 기준과는 다른, 이런 형태의 영화가 계속 나왔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연상호 감독이 〈얼굴〉을 통해 영화 안팎으로 제시한 새로운 시각이 한국의 사회와 영화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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