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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아가와 다이고’(야기라 유야)는 실어증에 걸린 딸의 요양을 위해 아내와 함께 고즈넉한 쿠게 마을의 순경으로 부임합니다. 전임자가 실종됐다는 게 찜찜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새로 온 아가와 가족을 따뜻하게 맞이해주는데요.
어느 날, 마을 유지인 고토 가문의 당주가 산에서 죽은 채 발견됩니다. 곰에게 습격당해 죽었다는데 시신의 팔에는 사람에게 물린 자국이 있어서 다이고는 이를 수상하게 여기는데요. 다이고는 수사를 이어가며 고토 가문과 마을 사람들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데, 그가 진실에 다다가려 할수록 마을 사람들도 본색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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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 만화를 각색한 일본 드라마 〈간니발〉은 카니발리즘(식인)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룹니다. 차레차례 일어나는 사건과 고조되는 긴장감, 서스펜스로 가득한 시리즈인데요. 소재가 소재인만큼 잔인한 장면들이 있어서 미스터리한 고어 스릴러 같다가도, 외부와 고립된 마을에 온 외지인의 이야기라 포크 호러(Folk Horror)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포크 호러물로는 〈미드소마〉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떠오르는데요. 포크 호러는 전통 민속 신앙이나 풍습, 폐쇄적인 공동체 등을 비추며 공포를 이끌어내는 장르죠. 외딴 마을 혹은 자연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기이한 의식, 수상한 공동체와 맞서야 하는 이방인의 구조 등 〈간니발〉에서도 포크 호러의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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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니발〉 시즌 1에서 주인공 다이고는 인육을 먹는 기상천외한 관습과 ‘그 사람’이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괴물까지, 고토 가문과 쿠게 마을이 숨기고 있던 끔찍한 비밀을 목도합니다. 시즌 2는 다이고의 길고도 긴 24시간을 그리는데요. 가족을 지키고 모든 일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다이고의 처절한 사투와 함께, 고토 가문과 쿠게 마을이 얽힌 역사가 공개됩니다. 그 사람의 실체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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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시즌이 다이고를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시즌 2는 고토 가문의 새 당주인 ‘고토 케이스케’(카사마츠 쇼)와 ‘고토 긴’(츠네마츠 유리)의 젊은 시절 등 이야기의 축이 늘어났어요.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은 그저 가축”이라는 선민사상에 찌든 고토 구성원들의 태도도 충격적이지만, 그들에게 절대 복종하며 배타적으로 행동하던 마을 사람들까지 광기에 휩싸여 폭주하는 모습이 보는 사람을 아연실색하게 만듭니다.
고토 가문이 대체 뭘 했길래 공권력보다도 더 위세가 높은지, 쿠게 마을 사람들은 왜 그렇게 고토 집안에 쩔쩔매는지에 대한 해답은 나오지만 씁쓸함은 여전합니다. 특히 긴이 고토 가 당주가 된 전말이 드러났을 때는 일순 안타깝다가도, 그게 그녀가 저지른 무수히 많은 악행을 정당화할 수 없기에 꺼림칙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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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니발〉은 정말 그로테스크한 작품입니다. 잔혹하고 폭력적인데다 기괴하다 못해 음습한데 몰입감 하나는 확실해요. 이해가 안 가는 상황과 캐릭터도 물론 있지만, 비교적 탄탄하게 서사를 쌓아 나갑니다.
시즌 1, 2의 분위기도 사뭇 다른데요. 시즌 1은 스산하고 음침하면서도 긴장감이 팽배했는데, 시즌 2는 풀악셀을 밟고 난장판을 만들어버려서 조금 더 절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편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자주 유혈이 낭자하고 제법 규모가 있는 액션 시퀀스도 있지만, 다이고의 하루에 긴의 과거까지 8부작으로 보여주니 속도감도 살짝 부족하게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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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스러운 면이 없지는 않지만, 〈간니발〉은 정교한 연출부터 로케이션지의 풍경과 미술까지 기존 일본 방송사의 TV 드라마와는 사뭇 다른 자본의 힘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간니발〉을 연출한 가타야마 신조 감독은 인터뷰에서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스릴러라는 점에서 큰 참고가 되었다”고 밝혔는데요. 가타야마 신조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마더〉의 조감독으로 참여하기도 했죠. 각본은 〈드라이브 마이 카〉를 각색한 오에 타카마사가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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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케이스케로 분한 카사마츠 쇼는 시즌 1에서도 의뭉스럽게 등장해 존재감을 발휘했는데, 시즌 2에서는 반전과 함께 복잡한 감정선을 세밀하게 소화해냅니다. 다이고와 함께 시즌 2의 주역이라고 해도 손색 없는 활약을 보여줬어요. 긴의 과거를 맡은 츠네마츠 유리도 이 배우가 이런 얼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돋보인 건 다이고 역의 야기라 유야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로 데뷔한 야기라 유야는 14세의 나이에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죠. 당시 경쟁 후보 중에는 〈올드보이〉의 최민식이 있었고, 그가 세운 이 최연소 수상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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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기라 유야가 연기하는 다이고는 반골 기질도 좀 있고, 열혈 경찰이라고 하기엔 범인을 검거할 때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했던 전적이 있습니다. 상대가 아무리 긁어도 끄떡 없어 보이지만, 일정 선을 넘어버리면 그때부터는 폭력적으로 돌변하는데요. 다이고가 끝까지 붙들고 있는 마지노선이 사회 정의도 직업적 신념도 아닌, 오직 아내와 딸을 지키기 위한 본능적인 의지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간니발〉에서 야기라 유야는 깊은 눈빛으로 액션은 물론 감정선까지 놓치지 않는 밀도 높은 연기를 선보이는데요. 시즌 1에 나온 다이고의 욕설 장면은 야기라 유야의 애드리브였는데, 그게 캐릭터의 시그니처 대사가 되기도 했죠. 가타야마 감독은 “(야기라 유야가) 누군가를 때리는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웃는 것처럼 보였다. 웃어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고, 본인도 웃었다고 느끼지 않았을 텐데, 그 미묘한 표정이 현실감을 살렸다”라고 촬영 비화를 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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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의 기다림이 길었기 때문인지, 좋은 점도 아쉬운 점도 분명하지만 다행히 마무리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입니다. 대망의 엔딩에서는 악연과 업보가 되풀이되는 절망이 아닌, 질기고 길었던 악행의 사슬을 이제는 끊어낼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과 희망을 남기는데요.
광기와 폭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남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쿠게 마을 사람들은, 또 다이고는 과연 어떤 앞날을 맞이하게 될지. 15개의 에피소드가 많아 보이지만, 다음 화를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충분한 시리즈입니다.
아래 관련 콘텐츠를 통해 〈간니발〉 시즌 1, 2 예상 별점을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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