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가 한 편의 소설 같아요 🥹

29일 전

흥미로운 코멘트와 유저를 직접 만나보는 '코멘터뷰'! 💌

지난 9월 개봉한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에 남겨진 장문의 코멘트가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는데요. 해당 코멘트를 작성한 왓챠피디아 유저, 천수경 님을 만나 취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코멘트 (https://x.com/oopsididitag4in/status/197546278997322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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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천수경이라고 합니다. 등단을 목표로 소설을 쓰고 있어서 가리지 않고 드라마, 영화, 책을 다 보는 편이에요.

 

W. 최근 천수경 님이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에 남기신 왓챠피디아 코멘트가 SNS에서 굉장히 큰 화제였어요. 혹시 반응을 체감하셨나요?

- 옛날 사람처럼 느껴져서 부끄럽지만 사실 제가 X(트위터)를 안 해요. 그래서 가끔 친구들이 반응을 전해주는데, 꼭 유명한 사람이 아니어도 일파만파 글이 퍼지고 화제가 될 수도 있는 그 시스템이 신기하더라고요. 친구들이 저한테 동굴에서만 살지 말고 나와서 좀 보라고 말할 때도 있어요. (웃음) 아무래도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친구이다 보니 주변에 영화업계 종사자나 미디어 쪽 일을 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 ‘누구누구의 직장동료가 (영화에 대한 코멘트를) 알고 있더라’라는 등의 얘기를 전해 들을 때가 종종 있어서 그때 좀 체감이 되는 것 같아요.

 

W. 왓챠피디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왓챠피디아(당시 왓챠)의 존재를 알게 된 건 8년 전쯤이었어요. 제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는데 막 학기에 어떤 교수님께서 ‘너희가 신방과생이라면 여러 채널을 겪어 보는 게 중요하니 다양한 SNS를 해 봐라”라고 하시면서 그중에서도 왓챠를 꼭 하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제가 너무 존경하는 교수님이라서 (제 생각엔 교수님이 시네필이셨어요) 왓챠를 시작했고, 당시 페이스북이랑 연동이 돼서 현실에서 안 친한 사람들과도 왓챠 친구였던 기억이 나요. 한번 시작한 뒤로는 지인들과 서로가 가진 의외의 취향을 알게 되는 게 재미있어서 쭉 이용했죠. 예전에는 취향 매칭률이 지금보다 조금 더 야박하게 나왔던 것 같은데. (웃음) 그래서 어쩌다 80%가 넘는 사람을 만나면 현실에서 친하지 않더라도 괜히 내적 친밀감이 생기기도 했어요.

 

W.  하나의 코멘트를 쓰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시나요?

- 작품을 보고 나서 가슴이 웅장해질수록 코멘트를 빠르게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한 작품을 곱씹으며 오래 고민할 때도 있지만, 감동이 클수록 한자리에 앉아서 휘리릭 쏟아내게 되더라고요. 영화를 보고 집에 오는 길에 걸으면서 쓴 코멘트도 많아요.

 

W. 직접 쓰신 코멘트 중 가장 마음이 가는 코멘트가 있다면?

- 4년 전에 남긴 영화 〈소울〉의 코멘트요. 사실 코멘트를 보고 ‘좋아요’는 쉽게 누를 수 있는데 댓글이 달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시에 달린 댓글들을 보고 이 세계에서는 같은 영화를 본 사람들끼리 연결되고 만날 수 있으니 좀 더 진심을 담아 내밀한 이야기를 꺼내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왓챠피디아에 코멘트를 더 열심히 남겨야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됐죠.

 

W. 어떤 작품을 좋아하세요?

- 완전히 응원하게 되는 인물 나오는 작품들을 좋아해요. 설령 그 인물의 성격이 제가 현실에서 절대 친해지지 못할 것 같다거나 결함이 보인다고 해도 극장에서 다 같이 그 인물을 응원하는 공기가 느껴질 때 말이죠. 〈언컷 젬스〉를 볼 때 그랬어요. 특히 션 베이커 감독의 영화들에도 이런 인물들이 나와서 좋아해요. 현실에서는 이상해 보일 수 있는 사람이지만 이 이상한 인물을 수백 명이 다 같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사람 오늘 하루만이라도 잘 됐으면 좋겠다’하고 자연스럽게 바라게 될 때. 그런 서사의 힘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좋아요. 

취향은 변하는 것이기도 한데요. 예전에는 무언가를 동경하는 삶의 태도를 가진 인물이 나왔을 때 그 작품 전체를 좋아하게 됐다면, 요즘은 어떤 창작자가 하고 싶은 명확한 이야기를 정말 공들여서 진행한 게 느껴졌을 때 마음이 동하더라고요. 새로운 기준점이 생기고 나서는 현실보다 판타지에 가까운, 이상적이고 유토피아적인 장면을 그려내는 순간들이 좋아요.

 

W. 나에게 취향이란?

- 취향이란 일단 ‘매혹당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매혹이라는 게 추상적인 개념이라서 사람들이 때로는 자기가 무엇에 매혹당했는지 모를 때도 있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을 만나고 반평생이 지난 뒤에야 그 만남이 무르익어 터지며 온전히 실현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거듭 반추하게 된다.” 

최근에 니콜 크라우스의 단편 소설 [스위스]를 읽다가 만난 구절인데, 사람이 접하는 작품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아 내가 그 작품의 영향을 좀 받았구나’, ‘그 작품 속 인물이 삶을 대하는 태도나 그 인물이 내린 선택이 나에게 영향을 미쳤구나’를 깨닫게 되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취향이라는 걸 정의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고요. 

다만 취향이 비슷하다는 건 비슷한 것들에 매혹당하고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뜻이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생기는 모종의 신뢰가 있다는 건 확실하게 믿어요. ‘이걸 보고 감동을 안 받아? 나의 주적으로 간주하겠어’ 같은 마음이랄까요.(웃음) 이런 생각들로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거고요. 세상에 필요한 소중한 그림이 무엇인지에 대해 동의하는 이들끼리의 공감이죠. 이런 현상들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요.

 

W. 왓챠피디아에 코멘트를 남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같은 작품을 본 이들은 특정 여행지에 함께 다녀온 것이라고도 생각해요. ‘저도 거기에 다녀왔어요’, ‘저는 이런 생각이 났어요’라고 남겨두면 2-3년 후에 똑같은 걸 목도하고 온 누군가 댓글을 달아주는 게 재미있어요. 물론 좋은 작품을 영업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과소평가 당한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은 변호하고 싶은 마음이랄까요?(웃음) 특히 저예산 독립영화들 중에는 만듦새가 조악해도 너무나 사랑스러운 작품들이 있는데, ‘막상 보시면 분명 보길 잘했다고 생각하실 거예요!’라는 마음으로 불특정 다수를 향해 외치는 거죠. 

영화를 보고 남기는 모든 코멘트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대한 응답이에요. 좋은 걸 봤을 때 응답하고 싶은 마음은 인간이라면 참을 수 없는 근원적인 에너지라고 생각하거든요. 공감 가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라고 털어놓게 되는 것처럼 그저 응답하고 싶은 마음. 저는 모든 작품을 일종의 편지라고 받아들여요.

 

W. 그렇다면 천수경 님이 ‘좋아요’를 누른 코멘트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왓챠피디아에서 천수경님의 취향과 코멘트를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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