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뮤지컬 영화 〈위키드〉. 도대체 왜 이렇게 인기인 걸까요? 나만 빼고 모두가 아는 듯한 이 초록 마녀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한 당신을 위해 준비했어요 🤓
🧙🏻 영화 〈위키드〉는 어떤 작품?
〈위키드〉 보도스틸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를 영화화한 〈위키드〉는 ‘오즈’의 세계에서 사악한 마녀로 알려진 ‘엘파바’와 착한 마녀 ‘글린다’의 우정과 갈등을 그립니다. 뮤지컬이 세계 각지에서 공연되며 사랑받았기에 할리우드에서도 영화화 이야기가 한참 오갔는데요. 2022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존 추 감독이 연출을 맡으며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존 추 감독은 영화를 총 두 파트로 나누어 제작하겠다고 발표했고, 신시아 에리보를 ‘엘파바’, 아리아나 그란데를 ‘글린다’ 역으로 캐스팅했습니다.
2024년 11월 20일 국내 개봉한 〈위키드〉는 두 편의 영화 중 첫 번째 파트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뮤지컬 기준 1막의 내용만을 담았습니다.
🔮 〈위키드〉의 탄생 스토리: 원작을 찾아서
〈위키드〉 보도스틸
‘오즈’에서 마법사를 찾는 ‘도로시’의 여정처럼, 〈위키드〉의 원작을 찾아가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20년 넘게 공연된 육각형 뮤지컬 ‘위키드’
영화 〈위키드〉는 기본적으로 뮤지컬 ‘위키드’를 바탕으로 제작해 공연 장면과 넘버들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뮤지컬 ‘위키드’는 동명 소설을 위니 홀즈먼이 각색하고, 스티븐 슈월츠의 음악을 더해 만든 극인데요.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입덕작’으로 자주 언급되는 만큼 서사, 음악, 연출까지 모두 우수한 작품으로 꼽힙니다. 브로드웨이 초연 오리지널 캐스트에는 〈겨울 왕국〉의 이디나 멘젤이 ‘엘파바’, 토니상 수상자 크리스틴 체노웨스가 ‘글린다’ 역으로 참여했어요. 한국에서는 2013년 초연 이후 세 번째 시즌까지 공연됐죠.
〈위키드〉 보도스틸
원작 소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재해석한 팬픽
뮤지컬 ‘위키드’의 원작은 1995년 그레고리 맥과이어가 집필한 총 네 권의 소설입니다. 소설 [위키드]는 L 프랭크 바움의 1900년 고전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원안으로, 기본적인 세계관과 캐릭터를 공유합니다. [오즈의 마법사]에는 주인공 ‘도로시’의 모험을 방해하는 악당, 사악한 초록 마녀가 등장하는데요. 그레고리 맥과이어는 마녀가 무조건 나쁜 역할로 치부되는 것에 의문을 품고 초록 마녀의 입장에서 새로운 스토리를 쓰기로 합니다. 이 초록 마녀가 ‘오즈’에 오기까지의 배경 스토리를 그린 소설이 바로 [위키드]입니다. 즉,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재해석한 팬픽(2차 창작)인 거죠.
〈위키드〉 보도스틸
또 하나의 원작, 영화 〈오즈의 마법사〉
[오즈의 마법사]는 여러 차례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됐는데, 그중에서 가장 사랑받은 작품은 빅터 플레밍 감독이 1939년 연출한 영화 〈오즈의 마법사〉입니다. ‘도로시’ 역의 주디 갈랜드가 직접 부른 노래 ‘Over the Rainbow’로 유명한 작품인데요. 할리우드의 황금기에 제작된 이 영화는 당시 흔치 않았던 테크니컬러 화면을 흑백 화면과 대조적으로 표현해 인기를 얻었습니다.
뮤지컬 ‘위키드’에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가져온 설정들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작곡가 스티븐 슈월츠가 ‘Over the Rainbow’의 8개 음 중에서 첫 7개를 차용해 뮤지컬 대표 넘버 ‘For Good’의 멜로디를 만들었다는 일화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24년 〈위키드〉에서도 〈오즈의 마법사〉와 비슷한 타이틀 디자인, 노란 벽돌길과 ‘도로시’ 일행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오프닝 장면 등 영화에 대한 오마주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모두의 팬심을 모아 만든 영화 〈위키드〉
어릴 적부터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한 아리아나 그란데는 열 살 때 ‘위키드’ 초연을 보고 오랫동안 ‘글린다’ 배역을 꿈꿔왔다고 합니다. 신시아 에리보는 스물다섯 생일에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 ‘위키드’를 예매해서 봤고, 살아있는 기분이었다고 당시 공연을 본 소감을 고백하기도 했죠.
〈위키드〉 비하인드 스틸
존 추 감독은 뮤지컬 ‘위키드’의 브로드웨이 초연 전, 샌프란시스코에서 트라이아웃 공연(개발 단계의 작품을 선보이는 과정)을 봤다고 밝혔는데요. 작품에 대한 팬심을 간직하며 20여 년을 기다린 끝에 영화의 연출을 맡게 됐습니다. 한 인터뷰에서는 살면서 딱 한 편의 영화만 만들 수 있다면 〈위키드〉를 고를 것이라고 망설임 없이 답하기도 했죠. 감독과 배우, 제작진들이 모두 ‘위키드’의 팬인 만큼, 영화 〈위키드〉에서는 원작 뮤지컬의 매력을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영화적인 문법을 도입한 연출이 돋보입니다.
〈위키드〉 비하인드 스틸
존 추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진짜 ‘오즈’에 와 있는 듯한, 손끝에 ‘오즈’의 세계가 만져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길 바랐기 때문에 세트를 굉장히 사실적으로 구현했습니다. ‘에메랄드 시티’와 ‘먼치킨랜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튤립 9백만 송이를 심고, 58t 무게의 정교한 기차 장치를 동원하기도 했죠.
🧹 〈위키드〉가 담고 있는 주제
〈위키드〉 보도스틸
〈위키드〉는 다양한 주제와 상징을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 ‘엘파바’는 초록 피부를 가지고 태어나 평생을 손가락질 당하는 인물로, 모든 소수자들을 대표하는데요. 결국 자신만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자신의 본모습을 사랑하고,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또한, 오해에서 출발한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을 통해 ‘관계’가 삶을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원작 소설의 의도대로 선과 악의 경계에 대한 새 시각을 제시하면서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을 던지기도 합니다.
〈위키드〉 보도스틸
‘피예로’ 역의 조나단 베일리가 말하는 〈위키드〉의 주제는 ‘정체성’입니다. 내가 누구이고 뭘 믿는지, 그리고 신념이 어떻게 행동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혔죠. 영화 크레딧에서 아리아나 그란데의 이름은 ‘아리아나 그란데-부테라’라는 풀 네임으로 표기됐는데요. 아리아나 그란데는 이 이름이 뮤지컬 ‘위키드’를 처음 봤을 당시 자신의 본명이었고, 크레딧을 보며 한동안 잃어버렸던 스스로를 되찾은 것 같아 의미가 남다르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신시아 에리보는 〈위키드〉가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당신을 위한 자리가 있다”고 말하며 안아주는 듯한 이야기라고 표현했습니다.
〈위키드〉 보도스틸
모두를 포용하는 이야기인 만큼, 관객들은 누구나 두 주인공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며 영화 속에서 수많은 은유와 메시지를 만나게 됩니다.
✍🏻 에디터의 〈위키드〉 감상평
원작을 꼭 알고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알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몰라도 상관없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키드〉 보도스틸
영화 〈위키드〉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은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케미스트리인데요. 두 배우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 캐스팅된 만큼 섬세한 연기를 통해 ‘엘파바’와 ‘글린다’가 서로에 대해 느끼는 미묘한 감정 변화들을 담아냈습니다.
처음 제작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이번 작품이 첫 번째 파트에 그친다는 점을 우려했어요. 하지만 〈위키드〉는 화려한 볼거리와 감정선, 디테일하게 채운 서사를 통해 걱정을 말끔히 씻어주며 완결성 있는 스토리로 첫 파트를 마무리 짓고 울림 있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위키드〉는 뮤지컬 팬과 영화 관객을 동시에 사로잡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되는데요. 뮤지컬 팬이라면 공연에서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던 장면들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는 짜릿함을, 뮤지컬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쉬즈 대학교’와 ‘오즈’의 신비로운 세계를 처음 만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아래 관련 콘텐츠를 통해, 〈위키드〉와 관련된 작품들을 확인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