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장에서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를 연달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5월 21일에는 디즈니의 〈릴로 & 스티치〉, 6월 6일에는 드림웍스의 〈드래곤 길들이기〉가 개봉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원작을 본 팬들과 이번 영화로 처음 접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는 마치 양날의 검 같죠. 이미 검증된 IP이니 안정적인 흥행을 기대할 수 있지만, 원작의 감성과 다른 각색과 캐스팅으로 반감을 사기도 합니다. 디즈니는 일찍부터 실사화에 시동을 걸었으나 2019년 〈알라딘〉, 〈라이온 킹〉 이후 큰 흥행작이 없었고, 이후 〈인어공주〉, 〈백설공주〉 등은 저조한 스코어와 함께 혹평받았죠. 디즈니 실사 영화들이 생각보다 장기간 흥행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나타난 구원 투수는 〈릴로 & 스티치〉입니다.
내가 찾은 나의 ‘가됵’
〈릴로 & 스티치〉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국내에서는 경쟁작들에 밀려 고전 중이나, 〈릴로 & 스티치〉는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도 꺾고 글로벌 누적 흥행 수익 6억 1천만 달러를 돌파하며 흥행 기록을 쓰고 있습니다.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3D로 만들어진 스티치도 그렇지만, 릴로도 애니메이션을 찢고 나온 것처럼 사랑스러워서 화제가 됐는데요.
〈릴로 & 스티치〉는 외로운 소녀 ‘릴로’(마이아 케알로하)와 하와이에 불시착한 외계 생명체 ‘스티치’가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립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디즈니 실사화 희망 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이도 어른도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무난한 가족 영화인데요. 캐릭터들은 귀엽고, 스토리는 감동적이며, 무엇보다 각색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을 잘했다고 느꼈어요. 하와이 홍보 영화라 해도 좋을 만큼 하와이의 아름다운 풍광과 문화도 담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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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이 그랬듯 실사 영화의 메인 테마도오하나(가족)입니다. 릴로와 스티치의 우정도 주요 플롯이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릴로와 ‘나니’(시드니 아구동) 자매에 포커스를 맞췄어요. 릴로는 친구도 없이 따돌림을 당하고, 나니는 동생을 돌보기 위해 꿈도 포기하고 아둥바둥 하루하루를 보내는데요. 아직 어린데 가장이 된 나니가 릴로를 돌보는 데서 생기는 갈등과 희생이 이야기의 중심축이 되어 감정의 깊이가 더해졌습니다.
스티치가 릴로와 나니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도 뭉클한데요. 자신이 릴로와 나니 가족을 망친다고 생각해 떠나려는 것도 그렇고, 영화 후반부 바다 속에 홀로 남겨진 스티치의 모습에선 감정이 울컥 올라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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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I로 구현된 스티치는 다시 한번 기술 발전의 놀라움을 체감시켜 주기도 해요. 복실복실한 파랑 털에 큰 눈망울과 촉촉한 코까지 너무너무 귀여운데, 주변 배경뿐 아니라 인물들과도 별다른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서 인상적입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스티치와 교감하며 연기하기 위해 〈만달로리안〉의 ‘그로구’를 완성했던 퍼펫 조작 팀 일원이 투입됐고, 촬영엔 100개가 넘는 모형의 다양한 스티치가 활용됐다고 해요.
적절한 각색만큼 원작의 향수를 자극할 부분도 있는데요. 원작의 감독이자 스티치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크리스 샌더스가 다시금 스티치를 맡았고, 원작의 나니 역이었던 배우 티아 카레레가 릴로와 나니 자매를 따스하게 지켜봐주던 사회복지사로 출연합니다.
© 유니버설 픽쳐스
〈릴로 & 스티치〉처럼 〈드래곤 길들이기〉도 원작의 제작진이 합류해 많은 기대를 모았는데요. 당연한 얘기겠지만, 원작의 감성을 가장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이 프로젝트에 꼭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역설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날아오르는 완벽한 파트너
〈드래곤 길들이기〉
©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는 원작 애니메이션 3부작의 감독인 딘 데블로이스가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바이킹답지 않은 외모와 성격 때문에 인정받지 못하는 ‘히컵’(메이슨 테임즈)과 베일에 싸인 전설의 드래곤 ‘투슬리스’가 차별과 편견을 넘어 특별한 우정으로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인데요. 스토리 전개와 화면 연출이 애니메이션 1편과 거의 똑같아서 원작 팬들의 기억과 감상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어요. 러닝타임은 원작보다 길어졌는데 구체적으로 뭐가 바뀌었는지 바로 떠올리기 어렵더라고요.
이렇다 할 스토리 각색 없이 버크 섬의 풍경과 사람들, ‘드래곤 길들이기’ 세계관의 리얼리티를 표현하는 데 집중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배경이 되는 ‘버크 섬’은 아이슬란드, 스코틀랜드, 페로제도 등 다양한 로케이션을 통해, 그리고 주요 캐릭터들은 캐스팅된 배우들의 연기로 되살아났어요. 특히 히컵의 아버지 ‘스토이크’는 애니메이션 더빙을 담당했던 제라드 버틀러가 연기해 팬들에게는 더욱 뜻깊은데요. 히컵과 스토이크 부자의 감정선은 메이슨 테임즈, 제라드 버틀러의 섬세한 호흡으로 더 몰입감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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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슬리스는 원작보다 더 커졌습니다. 애니메이션 속 투슬리스는 개냥이 같으면서도 똑똑한 지능과 체구 대비 막강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드래곤이었죠. 실사화된 투슬리스도 매력적이지만, 생각만큼 마냥 귀엽지만은 않은데요. 파충류 같은 피부 질감이 실감 나게 두드러지고, 한층 커진 몸집과 울부짖음으로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히컵과 투슬리스의 첫 교감, 익숙한 테마곡과 함께 펼쳐지는 둘의 비행 액션도 원작과는 또 다른 벅찬 감정을 느끼게 해요.
원작을 충실히 따라가고 실현시킨 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원작 재현 외에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만의 의의를 찾을 수 없어 아쉽기도 했습니다. 드림웍스는 〈드래곤 길들이기 2〉의 공개일도 이미 확정한 상태인데요. 실사화 2편은 스토리와 인물에 좀 더 신선함이 실리게 될지, 애니메이션처럼 트릴로지로 완성될 수 있을지 지켜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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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을 넘어 우리 모두 공존할 수 있다”는 〈드래곤 길들이기〉의 메시지는 15년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죠. 꼬리와 다리를 주고받은 투슬리스와 히컵의 아이러니한 관계성 역시 곱씹게 됩니다. 〈릴로 & 스티치〉의 두 사고뭉치를 보면서는 나니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이처럼 추억 위에 새로 덧입혀지는 감정과 생각들이 있다는 것. 바로 이런 점이 기대 반, 걱정 반인 마음으로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를 찾아보게 되는 이유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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