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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출동을 대기하고 있던 형사들. 무전을 받자마자 그들은 어느 가정집으로 출동하고, 13세 소년 ‘제이미’(오웬 쿠퍼)를 살인 혐의로 체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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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들은 호송차 안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를 달래며 경찰서에 도착하고, 이어서 유치장과 취조실까지 카메라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계속 따라가는데요. 시청자는 관찰자가 되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그 상황을 직접 목격하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살해 용의자가 된 10대 소년과 그 가족의 이야기. 넷플릭스 영국 시리즈 〈소년의 시간〉은 사건 담당 형사와 심리 상담사, 소년의 가족이 진실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포착하는 작품입니다.
혹시 〈소년의 시간〉을 보며 딱히 편집점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셨나요?
맞습니다🙆🏻♀️
〈소년의 시간〉에는 씬과 씬을 연결하는 부분이 없어요.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끊지 않고 찍는 ‘원 테이크’(one take) 기법으로 촬영했기 때문이죠. 총 4부작인 이 영드는 각 에피소드를 실시간으로 한 번에 촬영했다고 알려져 화제가 됐습니다.
실내에서 야외로, 땅에서 하늘로 바뀌는 화면과 그에 맞춰서 일사불란하게 등장하고 또 사라지는 배우들을 보면 이게 진짜 원 테이크인지, 원 테이크처럼 보이게 편집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기는데요.
영화 〈버드맨〉이나 〈1917〉을 떠올리신 분도 계실 거예요. 그렇지만 이 작품들은 원 테이크처럼 보일 뿐이지 실제로 한 번에 촬영이 진행된 것은 아닙니다. 두 작품 모두 장면을 나눠서 찍은 후, 정교한 촬영과 편집으로 컷이 전환되지 않고 한 번에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원 컨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 방식으로 완성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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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년의 시간〉은 ‘찐’ 원 테이크로 찍은 드라마입니다. 회차별로 짧게는 51분, 길게는 65분인데 대사도 상당히 길고 많아요. 드라마틱하지 않을지라도 공간 변화도 계속 있고, 주요 배역을 제외한 단역들도 지속적으로 화면에 걸리고요. 때문에 세심한 계획과 많은 준비가 필요했는데, 〈소년의 시간〉의 필립 배런티니 감독은 전작에서도 이런 연출을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2021년 영국에서 개봉한 영화 〈보일링 포인트〉는 필립 배런티니 감독이 동명 단편을 장편으로 확장한 작품인데요. 크리스마스 시즌의 런던 고급 레스토랑 주방의 리얼한 모습을 ‘롱 테이크’(long take) 방식으로 촬영했습니다. 90여 분의 러닝 타임을 한 번에 담아내기 위해 리허설만 2주 넘게 진행했고, 극 중 대사 대부분은 배우들의 즉흥 연기로 구성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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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링 포인트〉의 필립 배런티니 감독과 매튜 루이스 촬영 감독, 주연이었던 배우 스티븐 그레이엄, 이 세 사람은 〈소년의 시간〉으로 다시 합을 맞추게 됐는데요. 스티븐 그레이엄은 제이미의 아버지 ‘에디’ 역으로 출연하는 동시에 드라마 각본에도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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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시간〉은 많은 리허설과 테이크로 탄생된 드라마입니다. 출연진과 제작진은 약 3주간 각 에피소드마다 가능한 한 자주 리허설을 했는데, 촬영을 준비하며 대본의 일부를 리허설하고 매일 조금씩 더 추가하는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첫날에는 5분부터 시작해서 이후 진행하면서 점점 추가해서 주말에는 전체 런스루를 하는 식으로요. 리허설 동안 출연진들은 동선을 연습하고, 촬영 감독은 전체 테이크를 통해 카메라의 위치와 스태프의 움직임을 계획했습니다. 일부 스태프가 화면에 남아 있어야 할 경우, 작품 의상을 입고 엑스트라 역할로 섞일 수 있도록 했어요.
이후 촬영은 약 1주일 동안 매일 2회의 테이크로 10회차가 넘게 진행됐습니다. 처음에는 각 에피소드를 오전에 1회, 오후에 1회, 5일 동안 총 10회 촬영할 계획이었으나, 포기하고 다시 시작해야 할 때도 있어서 일부 에피소드는 10회 이상 찍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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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 끝나고 프로듀서는 각 에피소드의 테이크 중 가장 좋은 것을 골라냈습니다. 그렇게 1화는 촬영 1일 차의 2번째 테이크, 2화는 촬영 5일 차의 13번째 테이크, 3화는 촬영 5일 차의 11번째 테이크, 4화는 촬영 5일 차의 16번째 테이크가 선택됐어요. 13번의 테이크가 들어간 2화의 경우, 학생 역을 맡은 320명의 청소년과 교사나 학부모 등으로 출연한 성인 50명이 모두 적시에 정확한 장소에 있어야 했습니다. 인원수도 엄청난데 2화 말미에는 심지어 드론 촬영 장면까지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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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찍었다고 합니다. 촬영 감독이 하교하는 학생을 와이드 샷으로 촬영하고 ⇒ 출연자가 길을 건너기 전에 한 팀이 드론에 카메라를 부착하고 ⇒ 드론이 약속된 지점까지 날아가면 ⇒ 카메라 오퍼레이터와 그립 팀이 다시 카메라를 잡고 클로즈업 샷으로 전환했대요. 마치 이어달리기 바통을 넘기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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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에피소드를 원 테이크로 찍었다는 것만큼 제이미 역을 맡은 아역 배우 오웬 쿠퍼의 연기도 인상적입니다. 놀랍게도 〈소년의 시간〉이 데뷔작인데요. 3화에서 심리 상담사와 끊어질 듯 말 듯 팽팽하게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감정을 폭발시키는데 존재감이 대단했어요. 작은 체구에서 그만한 에너지가 어떻게 나오는지, 어떻게 데뷔작에서 그것도 롱 테이크로 감정선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끌고 가는지 감탄이 나옵니다.
끊기는 순간이 없어서 더 몰입되고, 집중해서 보게 되는 것. 원 테이크 작품들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 아닐까요? 도전적인 시도를 멋지게 구현한 〈소년의 시간〉 팀의 다음 테이크가 기다려집니다.
아래 관련 콘텐츠를 통해 〈소년의 시간〉 예상 별점을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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