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 시스터〉 레아 미렌 인터뷰

약 2개월 전

작품, 사람, 취향에 대한 이야기 ‘왓피인터뷰’! 💌

〈어글리 시스터〉의 배우 레아 미렌을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났습니다.

 

 

Copyright © 왓챠피디아

 

W.  영화 〈어글리 시스터〉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으셨어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 한국에는 처음 와 봤는데요. 조명이나 소음 등 도시의 모든 게 크고 강렬해서 처음엔 압도당하고 낯선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에겐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니까요. 이틀 정도 지나니 적응이 돼서 이 모든 것들이 흥미롭고 감사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음식도 기대만큼 맛있고요. (웃음) 아무 편견 없는 열린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를 직접 다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고, 지금 매 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W.〈어글리 시스터〉는 전 세계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비틀어 새언니 입장에서 재해석한 작품이죠.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셨나요?

 

 

- 처음 대본을 읽고 탄성을 내뱉었을 정도로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여러 감정들에 압도되는 동시에 안도감이 들더라고요. 왜냐하면 노르웨이에는 이런 종류의 영화가 잘 없거든요. 대본을 읽었을 당시에는 제 역할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이런 페미니즘적인 호러 무비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신났어요. 

〈어글리 시스터〉는 제 첫 장편 영화인데, 꿈의 데뷔작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배우로서 늘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의미를 줄 수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런 주제를 다루는 영화에서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W. ‘엘비라’라는 인물 안에 있는 취약함과 호러적인 집착을 동시에 잘 담아내신 것 같아요.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 우선 특수분장을 신경 써서 준비했는데요. 분장은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이긴 하지만 결국 굉장히 감정적인 영역이에요. 엘비라의 몸을 단지 ‘못생겼다’고 전시하는 게 아니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지향점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단순히 못생긴 소녀가 예뻐지는 전형적인 ‘프린세스 메이크오버’처럼 보이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했어요. 

 


© (주)플레이그램, 해피송

 

엘비라의 감정적인 변화도 중요했어요. 처음에는 그냥 순진한 아이처럼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었죠. 누구나 어릴 때 왕자와의 만남을 꿈꿀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아이가 자신의 육체가 사회에서 어떤 의미나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원래는 자기가 ‘못생겼다’는 것도 몰랐다가 엄마가 뚱뚱하다고 말하니까 자신에 대한 확신과 아이다움을 점점 잃어가는 거죠. 그렇게 상처와 고통을 받아서 생긴 자기혐오로 인해 악한 행동도 하게 되고, 악순환이 시작된 거예요. 

그래서 사랑스러운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보여주는 게 중요했어요.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잖아요. 여성은 분노도, 욕망도 가진 존재라는 것을 그리는 데 집중했어요.

 

W. 영화에서 음식을 먹거나 토하는 장면도 있었고, 말씀하신 대로 특수 분장도 받으셔야 했어요. 쉽지 않은 작업이셨을 것 같은데 그 과정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어요. 

- 특수 분장 아티스트인 토마스 폴더버그와 영화를 찍기 반년 전부터 함께 준비했어요. 먼저 제 몸 전체를 스캔하고 얼굴을 본떠서 특수 분장 도구들을 만들었죠. 분장을 받는 데에만 4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촬영을 하다 보면 10시간 이상 그 상태로 있어야 했어요. 

 


© Thomas Folderberg SNS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디 호러 장면들이 가장 재미있더라고요. 신체를 사용한 표현들이 흥미롭다고 느꼈어요. 저는 파리에서 신체극을 공부하면서 제 몸을 어떻게 컨트롤하고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배웠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직접 보여줄 수 있어 좋았죠. 영화에서 가장 파격적이기도 했던 촌충을 토하는 장면을 만드는 게 상당히 재미있어서 기억에 남는데요. 양쪽이 뚫린 호스를 입에 물고 실을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찍었어요. 

배우로서 이런 장치들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마음껏 분출할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일상 속에서는 비명을 지르거나 크게 소리칠 일이 잘 없는데 이 배역을 통해 마음껏 소리를 지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죠. (웃음)

 

W.  엘비라와 본인이 얼마나 닮았다고 느끼는지, 어떤 부분에서 공감하셨는지 궁금해요.

- 사실 자존감이 낮은 엘비라와는 달리 현실의 저는 이미 자기 확신을 찾아서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사랑하는데요. 그런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이 인물을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캐릭터를 미워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엘비라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제가 인생에서 쌓아온 울타리를 스스로 부수는 작업도 필요했어요. 인물이 느끼고 있는 이 불안감을 온전히 느끼는 게 중요했거든요. 

사실 엘비라의 감정들은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사회에서 늘 몸에 대한 평가를 받고 SNS나 광고에서는 보정을 통해 ‘완벽한’ 얼굴과 몸매들을 전시하니까요. 10대 때는 저도 몸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는데요. 근육이 많은 몸매라든가 몸에 털이 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았던 경험이 있어요. 결국에 저는 내면에서 스스로 힘을 찾아내 이걸 극복했는데, 이 영화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도 그런 힘을 찾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기했습니다.

 

W. 평소 극장에 자주 가시는지,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 저는 현재라는 시점에 어떤 장소에 직접 가서 감정을 느끼는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거기엔 특별한 힘이 있죠.  

영화는 스토리텔링 자체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행동을 시작하게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기도 하거든요. 우리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예술이 필요한 것처럼 영화가 그런 창의성의 근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실제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많이 극장에 직접 가서 영화를 보길 바랍니다.

 

W. 어떤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개인적인 취향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 우선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티탄〉이나 〈로우〉처럼 바디 호러 영화들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도 좋아하죠. ‘미친’ 영화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웃음) 잉마르 베리만이나 로이 안데르손 감독의 영화처럼 정적인 작품들도 좋고요. 

 

W. 레아 미렌 배우님이 애정하는 별 다섯 개 만점 영화 다섯 편을 알려주세요.

- 지금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로 이야기할게요. 
〈미스터 론리〉, 〈포제션〉, 〈불 속의 연인: 카티아와 모리스 크래프트를 위한 진혼곡〉, 〈클로즈〉. 그리고 〈러브 라이즈 블리딩〉도 재미있게 봤어요.

 

W. 앞으로 하고 싶은 배역이나 작품이 있다면? 

- 지금까지는 노르웨이 작품들을 했지만 국제적으로도 다양한 감독들과 만나보고 싶어요. 특히 이번 영화처럼 감독의 데뷔작이 있다면 꼭 참여하고 싶네요. 왜냐하면 데뷔작에는 야심차고 새로운 것들이 넘쳐서 호기심을 자극하거든요. 

천천히 불타는 듯한 그런 스토리의 영화도 좋아하고, 판타지나 SF도 좋아요.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작품이라면 다 하고 싶네요. (웃음) 물론 그 이상의 뭔가가 있어야겠죠. 미쳐가는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려고 사람들이 영화관에 오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바디 호러 같은 파격적인 장르 안에서도 진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인간성에 대해 말하는 영화들이 좋아요.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사랑, 우정, 평화와 같은 것들을 찾는 거죠. 

그래서 열려 있는 자세로 좋은 서사와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들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W. 마지막으로, 영화 〈어글리 시스터〉에 직접 별점과 한 줄 평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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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 미렌 - ⭐️ 5.0 

“껄끄럽고 웃기고 제정신이 아니면서도 약간의 섹스와 구토가 가미된, 귀여움 가득한 영화.
엘비라(모든 여성들), 계속 소리쳐!” 

 

 

✍🏻 손은 에디터

 

 

아래 관련 콘텐츠를 통해 레아 미렌 배우가 직접 뽑은 별 다섯 개 영화들을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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