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사람, 취향에 대한 이야기 ‘왓피인터뷰’! 💌
영화 〈비밀일 수밖에〉의 장영남 배우를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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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영화 〈비밀일 수밖에〉로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으셨어요. 어떤 작품인가요?
- 전주국제영화제에 처음 와 봤어요. 전에 출연했던 〈나와 봄날의 약속〉이라는 영화가 전주에서 상영했었는데, 직접 와 보지는 못해서 계속 궁금했거든요. 작품으로 참석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비밀일 수밖에〉는 김대환 감독님의 작품이고, 저는 ‘정하’라는 배역을 맡았어요. 정하는 학교 미술 선생님인데 몸이 안 좋아서 학교를 휴직하게 되고, 캐나다로 유학 보냈던 아들이 갑자기 집으로 돌아오면서 뜻하지 않은 일들이 벌어져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소소하지만, 동시에 소소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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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2022년에 촬영하신 작품인데, 상영을 오래 기다리셨을 것 같아요. 당시 현장은 어땠나요?
- 춘천에서 두 달 동안 촬영한 작품이에요. 영화에 나온 정하의 집이 정말 예뻤는데, 당시에 매물로 나와 있던 집을 저희 영화 팀이 잠시 빌려서 찍었어요. 마당이 참 예뻤고 앞에 나무도 많았죠. 집 옆에 보시면 정하가 그림도 놓고 화실로 쓰고 있는 별실이 있는데, 그 공간은 촬영을 위해서 새로 지으셨대요.
영화 현장은 사실 굉장히 정신이 없었어요. 인물도 많았고 짧은 시간 안에 찍어야 할 게 많아서 하루하루 일정이 녹록지는 않았는데요. 배우들이 다들 재밌었고 감독님도 선한 분이셔서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다들 초집중해서 ‘촬영을 빨리 끝내야 된다’는 사명감을 갖고 의기투합해서 찍었던 기억이 나요. (웃음)
W. 완성본을 보신 소감도 궁금해요.
- 사실은 저는 제 작품을 볼 때마다 부끄러워요. 좋은 것보다 제가 부족했던 부분이 너무 많이 보여서 ‘아 이건 내가 놓치고 간 부분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좀 더 인물을 파고들었어야 했다는 생각에 반성을 많이 했어요. 사실은 ‘정하’가 좀 어려운 캐릭터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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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정하’ 캐릭터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 제목처럼 비밀을 안고 있는 인물이고 굉장히 극단적인 상황들만 모아놨잖아요. 사면초가죠. 그런데 오히려 좋았던 건, 인물의 심리는 포화 상태인데 주변 인물들의 상황 때문에 일상에 섞이고 녹아들면서 그게 분산되니까 그냥 평범한 이야기가 돼 버리더라고요. 정하라는 인물 한 명에게만 압박을 가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느낌이었죠.
보통 우리도 살면서 내 앞에 큰 산이 있을 때 ‘어떻게 넘겨야 되나’ 고민하다가도 주변의 어떤 상황들로 인해서 무뎌진다거나 어쩌다 보니 넘어와 있고, 잊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게 저희 영화의 묘미가 아닐까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그동안 세고, 무섭고, 과한 캐릭터들도 많이 했었는데요. 정하는 상황이 극단적인 경우라서 오히려 감정을 과하게 표현하고 싶지 않기도 했어요.
W. 이 작품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 작품에 동성애 코드가 있는데 거기에 완전히 포커스가 맞춰지지 않아서 좋았어요. 제가 꽂혔던 건 ‘엄마’라는 키워드였어요. 저도 엄마잖아요. ‘만약 내 엄마가 그렇다면?’ 이 생각에서 시작하니 이야기가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그래도 결국 엄마는 엄마인 거잖아요.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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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정하가 교장선생님에게 “저 전근 안 가려고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말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학교에 소문이 나고 전근을 권유받은 상황이라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 어려운 얘기예요. 정하는 그때 자신을 받아들인 것 같아요. 정하는 직업이 선생님이고, 가장 보수적인 집단에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떳떳하지 못하고 계속 숨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그 허물을 스스로 깨 보는 거죠. 사회와 당당히 맞서겠다, 이제 나를 두려워하지 않겠다, 떳떳해지고 싶다, 이렇게 마음먹으면서 자기를 받아들이는 순간이었어요.
교장선생님에게 학교를 계속 다니겠다고 그러는 건 결국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거든요. 마음 한 켠에 두려움은 남아 있겠죠. 하지만 우선 마음을 먹고 첫걸음을 내디딘 거예요. 앞으로는 정하의 몫이겠죠. 더 무섭고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 (웃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든 내 위치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공부시키는 선생님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어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뿐이지 정하는 그대로거든요. 나는 변하지 않았잖아요. 주변의 시선만 달라지면 되는 거죠.
W. 실제 장영남 배우님과 ‘정하’ 성격의 싱크로율은?
- 글쎄요. 저는 아직 정하만큼 그렇게 용기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생각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 오히려 숨어 있던 정하의 모습이랑 좀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가끔 연기할 때는 용기가 튀어나오기도 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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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배우님의 개인적인 취향도 궁금해요. 작품을 보실 때 특별히 좋아하시는 서사나 장르가 있으세요?
- 사실 재밌는 건 다 좋아하는 것 같아요. 사실 요즘은 아이가 있어서 뭔가를 집중해서 보기가 힘든데요. 우연히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한번 봤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방송하는 날마다 기다렸다가 챙겨봤던 기억이 있어요.
재미있는 스릴러도 좋아하고, 예전에는 판타지물도 상당히 좋아했어요. 어렸을 땐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애니메이션도 좋아했죠. (웃음) 요즘은 사람 사는 이야기가 좋더라고요.
W. 가장 처음 영화관에 갔던 기억이나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 어릴 때 영화관을 자주 갈 수 있는 넉넉한 세대는 아니었는데요. 제가 신림동에 살아서 동네에 신림극장이 있었던 게 생각나네요. 당시 제 기억엔 그 극장이 엄청 크게 느껴졌거든요. 〈에이리언〉을 신림극장에서 봤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그때는 지금처럼 멀티플렉스가 아니라 소소하게 작은 극장들이 군데군데 있었어요. 상영 중인 영화의 간판이 대부분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는데 버스 타고 지나가면서 늘 그걸 봤던 게 생각나요.
또 주말에는 TV에서 〈명화 극장〉이라는 영화 프로그램을 해줬어요. 서부 영화를 많이 틀어줬는데 아빠가 그걸 좋아하셔서 같이 많이 봤어요. 무서운 것도 좋아해서 이불 뒤집어쓰고 〈전설의 고향〉 같은 것도 많이 봤죠. (웃음)
W. 상업영화, 독립영화, 단편영화, 드라마와 연극까지 다양한 형태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계신데요. 꾸준히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 고여 있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요. ‘고인물’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 흐르는 물이 돼야죠. ‘물이 흐를 수 있게 길을 터줘야 하는데 그 길은 끊임없이 내가 파고들어야 된다.’ 이 생각이 저의 원동력인 것 같아요. 그렇게 움직이지 않으면 몸이 굳거든요.
W. 작품을 선택하실 때 배우님만의 기준이 있으신가요?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보시는지 궁금해요.
- 〈비밀일 수밖에〉에도 하나의 포인트가 있었잖아요. 작품의 규모나 형태에 상관없이 그렇게 저를 탁탁 건드리는 순간들이 있어요. 재밌어 보여서 모험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느끼는 작품들을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연기를 하다 보면 진짜 저랑 안 맞는 캐릭터도 있어요. 그런가 하면 어떤 캐릭터는 생각지도 않게 제 안에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해 주기도 하고요.
나이를 점점 먹어가도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내 안의 새로운 모습이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계속 궁금한 것 같아요. 저한테 또 다른 모습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늘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계속 여러 가지 도전해 보고 싶어요.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라고나 할까요?
W.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신가요?
- 연기할 때 시청자분들이나 관객분들께 진심이 닿으면 좋겠죠. 너무 상투적인 말이긴 하지만 진짜 그러려고 하는 것 같아요. 지금 내가 표현하고 있는 나의 말과 진심이 오롯이, 깊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지금 직접 만나고 있지는 않지만 작품을 통해 같이 소통하고 서로 마음의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어요.
W. 장영남 배우님이 애정하는 별 다섯 개 만점 영화 다섯 편을 알려주세요.
- 영화는 〈타인의 삶〉, 〈피아니스트〉를 좋아하고요. 멕시코 감독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초창기에 찍은 〈아모레스 페로스〉도 좋아해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애니메이션도 정말 좋아합니다. 그리고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어릴 때 멕 라이언을 정말 좋아했어요.
W. 드라마도 다섯 편 알려주실 수 있나요?
- 일단 〈동백꽃 필 무렵〉이요. 〈여명의 눈동자〉랑 〈모래시계〉 두 편은 꼭 들어가야 되고요. 〈커피프린스 1호점〉.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서 고르기 어려운데 어떡하죠? 좀비물도 좋아하거든요. 〈워킹 데드〉로 할게요. 잔인한 걸 잘 못 보는데도 눈을 가리면서 재밌게 봐요. (웃음)
W. 마지막으로 관객분들이나 왓챠피디아 유저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비밀일 수밖에〉는 처음 타이틀롤을 맡게 돼서 부담감도 크고 걱정도 있었던 작품이에요. 아무쪼록 영화 〈비밀일 수밖에〉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더불어 사랑을 주시면 더욱더 저희 영화가 배가 부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왓챠피디아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 더욱더 많이 많이 사랑해 주시고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W. 영화 〈비밀일 수밖에〉에 직접 별점과 코멘트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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