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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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인으로 20년을 살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가 인생의 정점이라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언제나 나를 이겨야 하는 무거움이 유도의 즐거움을 짓누르기 시작하자 과감히 스물여섯에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후 모두가 세상이 끝날 거라 말했지만, 내가 선 곳은 결승점이 아니라 출발선이었다. 세 평 남짓한 유도장이 내 인생을 펼칠 유일한 공간이라 생각했는데, 세상은 훨씬 넓고 더 깊었다. 이제는 유도 빼고 다 재밌는 이단아, 남들이 하라는 것만 빼고 다 해보는 청개구리, 인생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 보는 좋게 말해 ‘프리랜서’ 포장 없이 표현하면 ‘백수’다. 그래도 제 밥벌이는 하라고 배워서 지하 유도장에서 유도를 가르치며 가끔 텔레비전에 얼굴을 비추곤 한다. 어디서든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해주시길. 아는 척해주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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