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나면 학교 앞은 시끌시끌합니다. “이따 공터에서 만나자.”
아이들은 빨리 집으로 가서 책가방을 던져두고 놀 궁리를 하지요. 그런데 아이에게 집으로 가는 골목길은 참 멀기만 합니다. 아이는 집으로 가는 길에 친구들과의 약속은 잠시 잊고 자기 세계에 빠져 딴짓을 합니다. 새끼 고양이가 예뻐서 쓰다듬기도 하고, 가게 앞에서는 군것질거리를 살까 말까 잠시 고민도 합니다. 누군가 그려 놓은 사방치기를 하고 또 발길을 옮깁니다. 아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 얼굴도 보지 않고 책가방을 방에 던져 둔 채 약속 장소로 잽싸게 뛰어갑니다. 한겨울 눈이 오는 동네 공터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놉니다. 해가 저물자 골목 여기저기에서 아이들을 부르는 소리가 동네에 울려 퍼집니다.
“오빠, 엄마가 밥 먹으래!”
한걸음 한걸음 아름다운 골목으로의 시간 여행!
남성훈 작가는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골목 여행을 떠났습니다. 좁고 허름한 골목길이지만 골목 곳곳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묻어납니다. 무엇보다 따뜻한 정이 느껴지지요. 집과 학교는 구불구불한 좁은 골목길로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아이들은 등·하굣길에서도 자연스럽게 놀이 문화를 접하게 됩니다. 구멍가게 앞에서는 주머니에 동전이 적어 갈등을 하기도 하고, 동네 할머니는 우리 모두의 할머니여서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듬습니다.
아파트 생활문화에 젖은 지금은 이러한 정경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이보다는 학원을 전전하며 하루를 마감합니다. 빨리 가고, 앞서 가는 것이 미덕이 되어 가고, CCTV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할 수밖에 없는 각박하고 위험한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지요. 작가는 순수했던 어린 시절 친구를 그리워하며 엄마 목소리를 찾아내고, 할머니의 따스한 사랑을 기억해 냅니다.
이 책이 아직도 남아 있는 골목길에서 아이들과 잠시 시간 여행을 하며 여유를 느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