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설화는 산문이지만 문면에 기표화된 언술 내용 못지않게 이면의 심층적인 영역에 감추어져 있는 내용의 편폭이 상대적으로 넓은 장르다. 설화의 단어들은 마치 시가 장르의 그것처럼 고도의 상징과 비유로 점철되어 있다. 하나의 텍스트를 대상으로 한 서사구조와 서사구성 원리, 캐릭터의 성격과 상징체계에 대한 표층적인 차원의 연구를 기반으로, 그 이면에 내재한 향유맥락을 심층적으로 규명하려면 기표화된 언술과 상징구 사이의 틈새를 메꾸어 나가지 않을 수 없다. 즉 서사에 대한 분석 이외에 각 시기의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들의 행적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 동원되는 것이 바로 사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역사학계에서 연구가 한계에 부딪혔을 때, 연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 이용하는 것이 또 설화 텍스트다.
역사학계에서 연구 지평의 확대를 위해 동원하는 것이 결국 또 설화 텍스트라면, 설화 텍스트들의 유형별 성립.전개과정과 의미를 역사적으로 치밀하게 논증함으로써 오히려 역사학계에서 기댈 수 있는 연구결과물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역사학계의 논의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안 되고, 사료를 끌어 모으고 학설들을 꼼꼼히 검토하여 설화 텍스트를 기반으로 역사학계에서 입증하지 못한 사실들을 입증하거나 논리를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문학계에서 출발하여 사학계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학설을 제시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문(文)과 사(史)의 융합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설화 텍스트의 서사구조와 상징체계 분석만으로는 입증하지 못한 의미체계들이 명징하게 드러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시각을 기반으로 파주 지역에서만 전해지는 <설인귀 전설>의 독특한 향유맥락과 서사구조적인 특징, <송징 전설>의 제 계열과 역사적 형성과정, <장보고 전설>의 역사적 변동단계와 현재적 맥락, <이성계 전설>의 건국신화적 인식체계와 그 주변부 전설의 다문화적 상상력, <내암 전설>과 서술시각의 역사적 맥락 등을 콘텍스트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