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파의 아버지
마티스의 삶과 예술을 만나다
아름다운 색의 마술사, 마티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는 20세기 현대미술로 나아가는 혁명을 주도한 화가이다. 인상주의 화가들과의 교유 속에서 색과 빛에 대해 탐구하고, 신인상주의의 객관성과 질서정연함을 경험한 그는 자신에게 내재된 충동적 열정을 표출하며 마침내 야수파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색 자체가 지닌 힘에 대해 숙고하고 순수한 색의 질서를 추구하는 과정은 이례적인 색의 배합으로 그를 이끌기도 했다. 그의 작품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강렬한 색상 대비와 평면적인 색면 처리, 물결치는 장식적 윤곽선은 색과 조형에 대한 꾸준한 실험의 결과이다.
시공아트시리즈 57번째 책인 『아름다운 색의 마술사 마티스』에는 마티스 초기 작품의 소박한 사실주의 그림에서부터, 눈에 보이는 형태를 해체하고 색의 아름다운 본질을 탐구해 가는 여정이 담겨 있다. 빛의 균형과 이상적 색의 화합이 조화를 이루는 마티스의 작품을 통해 그의 뜨거운 삶과 예술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화가가 된 법률사무소 서기
프랑스 북부에서 곡물상의 아들로 태어나 법률사무소 서기가 된 마티스는 뒤늦게 미술에 입문했다. 그림을 그릴 때 느끼는 편안하고 해방된 기분을 즐겼던 그는 파리의 아카데미 줄리앙에서 미술 공부를 하다, 구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의 눈에 띄어 에콜데보자르에서 수강하게 되었다. 모로의 지도 아래서 색채 화가로서의 뛰어난 자질을 드러내었으며, 모네, 반 고흐, 시냐크, 터너 등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접하면서 색채를 탐구하고 경험을 쌓아갔다.
야수파를 이루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색을 구성 요소로 생각했다면 마티스는 색을 사물로부터 해방시키고자 했다. 그는 신인상주의의 점묘법을 구사하거나 일본 미술, 이슬람 미술에 흥미를 보이기도 했는데, 순수한 색채와 평면성에 대한 관심이 강해지면서 점차 조형적인 구조가 와해되는 독특한 특징을 드러내게 된다. 1905년, 살롱도톤에 「모자를 쓴 여인La femme au chapeau」과 「열린 창문La fenere ouverte」을 출품한 마티스는 드랭, 블라맹크 등과 함께 ‘야수들Les Fauves’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이후 자연색에 대한 규약으로부터 벗어나 색 자체를 대상물로부터 분리시키고 빨간색과 초록색을 주축으로 색의 대립에 기초를 둔 양식을 전개해 나갔다.
야수파를 넘어 이상으로 향하다
야수파에는 순간적인 충동성이 있었다. 마티스는 이러한 야수파에서는 찾을 수 없는 평온하고 지속적인 조화의 상태를 추구했다. 다른 이들이 야수파의 시각적인 강렬함에 주목했지만 그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순수한 질서를 향한 실험을 계속했다. 실물의 외관을 넘어선 현대미술의 내적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모든 요소를 간소화시켰고 야수파의 필법이 아닌, 부드럽고 유연한 선을 사용한 석판화를 제작하거나 단순화되고 변형된 유기적 형태의 인체 조각상을 제작했다. 단순화를 통해 정제된 형상들은 이슬람 미술의 세밀화로부터 영향을 받은 장식적인 요소와 함께 결합되어 이전보다 계획적인 장식문양의 배열로 변형되었다. 가장 간소한 수단으로 가장 직접적인 감정을 고취할 수 있다고 여긴 마티스는 색의 본질적 가치, 평면적인 색의 덩어리, 시각적 질서, 개조된 형태, 절제된 선으로 진보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예술세계의 성숙과 완성
감각적이고 원색적 야수파에 뿌리를 둔 마티스의 조형적 기법은 점차 성숙되어 절정에 이르렀다. 그는 절제된 조형적 요소들을 자유자재로 제어하며, 과감하고 대범하게 표현해 냈다. 선명하고 평평한 색상의 대비는 더욱 명백해졌고, 주제와 바탕은 균형을 이루었다. 말년에는 1930년대부터 해오던 종이 오리기 기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잘려진 종이의 기하학적 곡선과 색 조각 자체를 활용해 독자적인 꽃을 피웠다.
20세기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되는 그의 작품들은 거대한 리듬감과 유동적이고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림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전체적인 배열이 이루는 균형은 결합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마침내 마티스는 감각과 자연의 조화 속에서 영속적인 순수한 이상세계를 실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