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의 시대정신은 나눔과 베풂 그리고 섬김
암울한 정치현실 타개 방안, 성인들에게서 찾다!
갈등과 혼돈의 시대의 처방전은?
정치와 종교는 개인보다는 전체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종교나 정치 모두 본연의 모습에서 이탈된 채 자기의 이익만을 챙기면서 유례없는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종교의 배경이 된 성인들은 나를 버리고 남을 배려할 것을 주장했지만 요즘 이러한 가르침이 철저히 외면 받으면서 우리 사회는 빈부격차와 가정 붕괴, 각 이해집단 간의 갈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성인에게 듣는 시대정신》(권오문 지음, 생각하는 백성 발행)은 격변기에서 태어나 인류에게 개혁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한 성인들이 전대미문의 혼란상을 겪고 있는 오늘날 이 땅에 온다면 과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각종 현안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것인가를 묻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 책이다. 이 책은 예수나 붓다, 그리고 공자가 오늘날까지 존경받는 것은 혼란기를 헤쳐 나갈 지혜를 제시하고 몸소 그것을 실천했기 때문이며,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각종 난제들도 그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나눔과 베풂, 섬김 정신을 되살릴 때 해소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오늘 이 땅에 성인들이 온다면
저자는 “유사 이래 최대 격변기를 살고 있는 인류에게 가장 큰 위기는 현대 자본주의가 불러온 빈부격차와 성윤리 붕괴로 인한 가정 해체 현상, 이기주의에 매몰된 국내외의 암울한 정치 현실”이라면서 현대인 스스로가 “나는 과연 행복한가? 우리는 언제까지 갈등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가?”라고 던지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성인들로부터 듣고자 했다.
특히 저자는 성인들이 등장할 당시에는 사회의 혼란상이 극심했으며, 성인들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근본 처방을 내렸고, 그들의 가르침은 오늘날까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예수가 활동하던 당시 유대사회는 로마제국의 식민통치 아래서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었지만 유대교는 모든 체제 위에 군림하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소외층을 양산한 결과 사회적 갈등이 심각했으며, 예수는 유대교가 만들어낸 온갖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새로운 사회 개혁을 통해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에게 희망을 주었다. 춘추전국시대의 극심한 혼란기를 살아온 공자도 관직을 그만둔 뒤 인(仁)과 덕치주의(德治主義) 실현을 위해 14년 동안 온갖 냉대를 받으면서 천하를 주유했지만 어느 나라도 그 뜻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자 후일을 기약하면서 고향으로 돌아와 제자들을 가르쳤다. 붓다는 무아(無我), 무소유 사상을 설파하고 열반에 이를 때까지 몸소 걸식을 하면서 모든 탐욕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국 고통받는 중생을 향한 이들의 끝없는 사랑과 삶이 성인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고 저자는 보았다.
그리고 저자는 종교와 정치는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오늘날 정치인이나 종교지도자들도 성인들의 삶과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본주의 탄생의 배경 역할을 한 오늘날 기독교는 현대사회의 고질병인 빈부격차 문제 해결을 위해 예수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예수가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이야기를 통해 자기 배만 채우는 부자는 결코 하늘나라 백성이 될 수 없다고 밝힌 것처럼 예수가 강조한 나눔공동체 이상을 이 땅에 정착시키기 위해 기독교 지도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교는 붓다가 중생의 고통을 없애고 누구나 차별 없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했듯이 현대 자본주의 아래서 구조적으로 고착된 중생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이제 우리 사회는 인도사회에서 고통받는 하층민을 제자로 받아들이고 열반의 순간까지 제자의 아픔을 챙긴 붓다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치인들이 개인의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정치를 악용한다거나 정파의 이익을 앞세우게 될 때는 반드시 그 여파가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정치가 개인의 이익보다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대의명분에서 벗어나서는 안 되며, 덕(德)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모든 국민이 행복해지고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고 주장한 공자의 정치사상을 실현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근본으로 돌아갈 때
또한 저자는 인공지능 시대는 부의 불균형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성인들이 주창한 나눔, 베풂 그리고 섬김의 가르침이 더욱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전망했다. 그래서 종교나 정치가 근본으로 돌아가 모두가 차별 없이 골고루 나누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온힘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그럴 경우 오늘날의 종교나 정치는 칠흑처럼 어두운 때를 맞이하고 있지만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찾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저자는 기득권층으로부터 온갖 박해를 감내하면서 사회 정의와 인륜도덕을 바로 세우고자 했던 성인들의 정신이 되살아날 때 ‘흙수저’, ‘헬조선’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 때문에 좌절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좌절하고 가치관의 부재 현상 등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될 것으로 보았다.
결국 이 책은 우리 모두가 갈등과 분쟁이 없는 평화로운 사회는 사랑과 나눔 운동을 통해서만이 실현될 수 있다는 성인들의 경고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며, 성인들이 제시한 이러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현대사회의 위기를 극복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그들이 꿈꾼 것처럼 정치나 종교가 모든 사람이 골고루 나누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정의사회 건설에 앞장서야 한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