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1998년 한국백상출판문호상 기획 부문
1999년 간행물윤리상
2005년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조명하는 話頭, 書院
서원은 유생들이 모여 강당(講堂)에서 학문하는 강학(講學)의 기능과, 사우(祠宇)에 선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드리는 제향(祭享)의 기능을 갖춘 곳이다. 뿐만 아니라, 향촌 지역공동체를 이끌어간 정신적 지주로서의 역할과, 정치적·사회적 기구로서의 성격 또한 강하게 지닌 곳이다. 이와 같이 서원은 도학을 이상으로 삼던 사대부 사림 세력들의 정신세계가 반영되어 형성된 것으로서, 성리학이 만들어낸 가장 대표적인 조선시대의 산물이다. 이러한 서원건축에는 절제되고 단아한 건축 형식과 질서, 그리고 주변 자연에까지 사고를 확대하여 자연과 인공을 합일하려는 건축공간 처리와 배치형식으로 성리학적 이상이 극명하게 반영되어 있다.
『書院』은 하루가 다르게 본래의 모습을 잃어 가는 서원건축 양식을 기록해, 우리 학문의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 온 공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하며, 또 한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가 그곳을 통해 집약되고 확산된 그 연원을 캐내면서 한국 정신의 정체성을 가닥잡아 나가려는 목적 아래 기획되었다. 그리하여 서원의 진정한 모습을 통하여 우리 세대에게 서원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그 속에 흐르는 도저(到底)한 선비정신의 새로운 면모에 대해서 일깨움을 줄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우리 내면에 잠자고 있는 정신과 환경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며 그 존재 의미를 부여케 하는 문화유산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자 함이다.
『書院』에서는 전국에 현존하는 주요 서원들을 선정·정리하였다. 이러한 서원들은, 각 서원의 연혁·봉향인물(奉享人物)·건축공간 등을 아우르는 글과 상세한 배치도를 바탕으로 하여, 600컷에 달하는 컬러 사진으로 그 모습이 풍부하게 나타난다. 성리학적 세계관으로 구현된 서원건축의 절제된 조형미와 그 정신세계를 사진언어로써 형상화한 이러한 사진작품들은 각 서원의 환경과 성격에 따라 알맞은 계절과 시간에 촬영되었다. 그리고 서원의 역사적 의미와 발전·쇠락 과정, 건축형식 등을 역사적·사회적 상황과의 연관 속에서 일괄해 보여주는 「조선시대 서원의 역사와 서원건축」은 서원에 관한 전체 맥락을 놓치지 않고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책 말미에 수록된 서원 일람표는 900여 곳에 달하는 서원들의 정보를 한 곳에 모음으로써 이 책의 자료적 가치를 한층 더해 주고 있다.
개정증보판의 보완 내용
이번 개정증보판에서 이루어진 보완 작업은, 조선시대 중요한 서원이었으나 초판에 포함되지 못했던 서원들을 추가하는 작업, 초판 출간 후 4년 동안 새로 건물이 들어선 서원들에 대해 다시 사진을 찍고 관련자료를 정리하는 작업 등으로 이루어졌다.추가된 서원은, 세조에 의해 왕위에서 물러난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가 죽었거나 절개를 지킨 분들을 모신 영월 창절서원(彰節書院), 퇴계 이황과 사단칠정(四端七情)에 관한 논변을 벌이며 조선 유학을 발전시키는 데 크게 공헌한 고봉 기대승을 모신 광주 월봉서원(月峰書院), 한훤당 김굉필 등 동방오현(東方五賢)을 모시며 주목을 받은 나주 경현서원(景賢書院), 고려말의 문신 정가신을 모신 나주 설재서원(雪齋書院), 퇴계 이황을 모시며 퇴계의 수제자인 서애 유성룡과 학봉 김성일을 종향(從享)하면서 신위의 위차(位次) 다툼으로 병호시비(屛虎是非)의 발단이 되기도 한 안동 호계서원(虎溪書院), 산림에서 은거생활을 한 선비이자 영남 사림을 일으킨 장현광을 모신 구미 동락서원(東洛書院) 등 여섯 서원이다. 새로 자료를 보완한 서원은 지난 4년 사이에 동재와 서재를 새로 짓고 경내를 정리한 논산 돈암서원(遯巖書院), 강당과 재사를 새로 지은 파주 자운서원(紫雲書院) 등이며, 세세한 부분에 대한 수정·보완은 책에 수록된 많은 서원에 걸쳐 이루어졌다. 이로써,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초판에 수록된 64곳의 서원에 여섯 서원이 추가되어 모두 70곳의 서원이 소개되었다. 남한에 있는 조선시대의 중요한 서원은 거의 모두 망라된 셈이다.
『書院』은, 전통건축이 지닌 의미와 가치를 사진으로 기록하고자 오랜 동안 애써온 사진작가 안장헌과, 전통 건축공간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그것의 현재적 의미를 탐구하는 인문학적 상상력을 갖춘 학자 이상해(성균관대 교수, 한국건축역사학회회장)가 만나 이룬 결실이다. 서원이 지닌 정신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글과 사진들은 글쓴이와 사진작가가 수차례 동행답사하면서 이룬 성과로서 기획 취지에 가장 적합하게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