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우리 탈과 탈춤도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 인간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사는데 방해나 장애가 되는 악귀·잡신·고통·번뇌·천변·지변·교통사고·질병, 혹은 욕심으로 생긴 돈탈·명예탈 등 나쁜 탈들을 막는 것을 탈(좋은 탈)이라 한다.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탈을 막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탈이 없었으면 종교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탈은 민속학·고고학·역사학·종교학·생태학·신화학·문화콘텐츠학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새롭게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그간 민속학자들에 의해 훌륭한 연구 성과가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문화콘텐츠학이나 신화적 관점에서 분석된 사례는 없다. 문화콘텐츠학에 대한 논의는 다음의 과제로 남겨놓기로 하고, 먼저 신화적 접근을 시도하고자 한다. 많은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탈에 대한 신화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이 책의 의의가 있다.
신화는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역사적·정신적으로 확인하는 근원이 되는 것으로, 한 민족에 큰 영향력을 끼친다. 고대인들은 신화가 그들의 근원을 설명해 준다고 믿었다. 신화는 비논리적으로 보일지라도 나름대로의 분명한 논리를 갖고 있으며, 인간이 수만 년의 세월을 헤쳐 나올 수 있었던 지혜를 담고 있다.
신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사물의 근원을 이해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본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할 때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탈의 본질을 살펴보는 데 있어 신화적 측면을 빠뜨리게 되면 근원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 신화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우리 탈의 수수께끼를 풀어 줄 수 있는 새로운 실마리가 되어 줄 것이다.
탈은 수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보물상자라고 할 수 있다. 이 보물상자는 그것을 들여다보려고 시도하는 사람에게 한없이 풍성한 선물을 약속한다. 탈을 직접 만들어 보는 어린이에게는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창의력을 선물한다. 경제적으로 활용하려는 사업가에게는 문화 상품으로, 학자에게는 좋은 연구 소재가 된다. 우리 탈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보편성과 특수성은 국가 이미지까지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