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인도의 역사는 인도신화의 역사, 그 자체이다”
인도의 문화와 사상의 근원, 인도신화
브라만교와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까지 수많은 종교가 탄생한 인도에는 그 많은 종교만큼이나 신도 많다. 오죽하면 인도인의 수만큼 수많은 신이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이다. 그리고 이 수많은 신들은 그저 ‘존재’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종교 세력의 변화에 따라 위상이 강해지거나 약해지고, 또 역할이 교체되는 등 그 위치가 엎치락뒤치락 변화했다. 인드라가 ‘신들의 왕’으로 여겨지던 시기를 지나 베다 시대 말에 이르러 브라흐마가 창조신으로 받들어지고, 불교의 세력이 커진 시기에 이르러서는 브라흐마(대범천왕)와 인드라(제석천왕)가 붓다를 공경하는 등 그 예는 수없이 많이 찾아볼 수 있다.(훗날 불교 대신 힌두교가 강세를 보이는 시기에 이르면, 붓다는 비슈누의 아홉 번째 화신으로 여겨지게 된다.) 그래서 인도신화는 복잡하면서도 괴이하지만 그만큼 신비로우면서도 매력적이다.
이렇듯 현대의 우리에게 ‘재미있는 이야기’ 또는 ‘비과학적인, 꾸며낸 이야기’ 정도로 느껴지는 인도 신화이지만, 당대 사람들에게 진실이자 진리로 받아들여지며 가치관과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이런 사상적 바탕은 오늘날 인도 사회와 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뿌리 깊게 계승되고 있다. 우리 눈에는 악습으로 보이는 ‘사티’라는 풍습이 그 한 예이다. 남편이 죽으면 시신을 태우는 불에 아내가 뛰어들어 그 뒤를 따르는 사티는 남편 시바를 지극히 사랑한 아내 사티의 신화적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인도의 사상과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도신화에 대한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 권으로 읽는 인도신화는 인도신화 속 수많은 신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신들의 대표적인 이야기만을 뽑아 한 권으로 엮었다. 창조신 브라흐마와 질서와 유지의 신 비슈누, 파괴의 신 시바와 같은 대표적인 신부터 그 배우자 여신들, 태양과 달, 불 등의 자연을 상징하는 신, 전쟁과 지혜, 사랑 등 인간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을 관장하는 신까지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신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과 대립하는 악마와 마귀들의 이야기를 함께 실어, 이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만으로 인도신화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신화를 넘어 설화와 영웅담까지
인도의 모든 ‘이야기’를 한 권에 담은 책
베다나 우파니샤드와 같은 ‘전문 서적’에 남아 있는 신화는 결국 지배 계급인 브라만이 남긴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수적으로 많은 하층민들을 포함한 다른 계급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생활상을 생생히 담고 있는 설화나 우화, 영웅담과 같은 ‘이야기’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만 설화나 우화, 영웅 서사시 역시 신화 못지 않게 방대한 분량과 원전 번역의 어려움 때문에 그동안 국내에 소개된 관련 도서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또한 출간된 도서들 역시 설화나 우화, 혹은 영웅 서사시 등 한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어 대중적인 접근이 제한적이었다. 신화는 물론이고, 설화와 영웅 서사시 등 인도신화와 인도의 전래 설화를 종합적으로 담은 이 책은 가히 인도의 모든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할 수 있다. 붓다의 전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자타카>부터, 세계 최초의 우화집으로 꼽히는 <판차탄트라>, ‘이야기의 바다’라는 뜻의 제목에 걸맞게 350편의 갖가지 설화가 수록된 <카타사리트사가라>까지, 고대 인도의 사회상을 드러내는 설화집과 우화집, 여기에 인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영웅 서사시인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까지 모두 다루고 있다. 또한 방대한 분량의 원전 가운데 핵심이 되는 내용만을 가려뽑고 주요 장면을 중심으로 압축, 요약하여 인도의 설화와 영웅 서사시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이 책 한 권이면 신화는 물론 설화와 우화, 영웅 서사시까지 인도의 사상과 문화를 이해하는 기초를 모두 다질 수 있다.
인간처럼 실수하는 신과 주사위 놀이를 좋아한 영웅 등
판에 박히지 않아 더 재미있는 인도의 이야기
우리가 신화나 설화, 영웅담과 같은 이야기를 읽는 것은 그 속에 담긴 옛사람들의 지혜와 사고방식을 알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호기심’과 ‘재미’ 때문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신이 실수를 하거나 곤란해졌다가 이를 해결한 이야기나 선한 사람은 좋은 결과를 얻고 악한 사람이 벌을 받는 이야기, 타고난 능력이 뛰어나고 성품도 좋은 영웅이 온갖 고난을 겪다가 결국 승리하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권선징악’이나 ‘인과응보’ 같은 단순한 교훈을 주기도 하지만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느껴지는, 흥미진진함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이다. 특히 인도신화와 영웅담에는 전지전능한 신도 완벽한 영웅도 없다. 어설프고 실수 잦은 인간을 닮았다. 사악한 존재에게 잘못 은혜를 내려 다른 신들을 곤란에 빠뜨려놓고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절절매는 신도 있고, 주사위 도박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자신은 물론 형제들까지 추방되어 떠돌이가 되도록 만든 영웅도 등장한다. 결말을 추측할 수는 있어도 어떻게 해결될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물들이다. 이야기 자체에 담긴 이런 재미를 최대한으로 끌어내고자 저자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운문으로, 혹은 운문과 산문이 혼합된 형태로 전해져서 읽기 어렵고 단번에 이해하기도 어려운 원전을 현대적인 표현으로 고치고 산문으로 재구성하여, 단번에 읽고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각각의 이야기 속 의미와 배경이 되는 지식에 대한 설명은 최소한으로 구성해 이야기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이야기 자체가 지닌 재미에 흠뻑 빠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잃어버렸던 감성과 꿈, 상상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복잡다단한 인간 심성과 다르지 않은 신들의 모습을 거울로 삼고, 멀고 낯설게만 느껴지는 인도의 뿌리를 살피며 다른 문화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