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벡카리아의 범죄와 형벌은 출간된 지 250년이 경과한 지금까지도 기념비적 고전으로 자리잡고 있다. 각국의 근대 형사법제와 인권의 토대가 되었을 뿐 아니라, 권력남용을 견제하고 인도주의를 추구하려는 입지점은 시대를 초월하여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저서는 출간 즉시 유럽의 전 지역에 퍼졌고 각국어로 번역되었지만, 최근에도 각국에서 재번역되고 있는 중이다. 역자가 한글판 번역을 내놓은 것은 1995년에 이르러서이다. 이 책은 널리 소개되었고, 꾸준히 읽혔다. 전공자들에게는 필요한 참고서였고, 학생들에게는 교양서로서의 기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출판사가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문을 닫게 되었다. 그러던 차 박영사로부터 이 책을 재출간하겠다는 의향을 전달받았다. 번역상의 미진함을 여러 차례 느껴오던 터라, 이번 기회에 미진한 부분을 해소하고자 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몇 문장을 수정하는 정도로 될 일이 아님을 알았다. 그래서 완전히 새 번역을 하기로 작정하고 집중적으로 작업했다. 최근의 여러 해외판을 함께 참조하면서, 목차와 내용에서 가장 진전된 부분을 담고자 했다. 특히 정확하고 쉬운 번역을 지향했다. 벡카리아의 저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계몽사상과 공리주의 철학에 대한 지식이 요구된다. 저자가 핍박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만든 부분들이 적지 않아 정확한 해석이 무엇인가의 고민도 있었다. 여러 번역본을 함께 참고하면서 원문의 정확한 의미를 짚어보고자 애썼다. 아울러 소위 번역체를 줄이고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문장에 많은 신경을 썼다. 이전에는 이 책의 독자층을 대학생 이상으로 잡았다면, 이번 번역에서는 고등학생도 읽고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이전 번역판과 같은 문장이 거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개정판이 아니라 새 번역판이라 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