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조선시대 조선 사람들의 성문화 및 그 제도에 대해 적나라하게 파헤치고자 했다. 단순히 은밀한 성에 대해 나열하는 것이 아닌, 조선시대의 유교사상에서 비롯한 신분제도와 그에 따른 결혼제도를 하나씩 짚어봤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또한 사회나 시대 속성에 따라 다른 기준으로 적용되고 변화되어온 성풍속의 인습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비교했다. 성풍속을 엄연한 역사의 일부로 보고, 조선시대의 성풍속 변화를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해석한 것 또한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조선시대의 합법적인 성 모럴과 비합법적인 성 모럴, 이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룬 주제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역사에 있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이 아이러니를 저자는 매우 속도감 있는 필체로 날렵하게 써내려갔다. 우리가 평소에 궁금해 했던 그것들, 이 책에서 모두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엄격한 유교사상과 신분제도가 낳은 조선시대 성풍속!
유교적 이데올로기가 정치, 사회, 문화를 지배한 시대, 엄격한 신분제도가 온 나라를 옥죄던 시대에 조선 사람들의 밤은 어땠을까? 엄격한 유교사상과 신분제도는 남성과 여성, 양반과 서민을 뚜렷이 구분 지었다. 이 책은 조선시대 성풍속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차이, 양반과 서민의 차이를 뚜렷하게 제시하고 있다. 후궁과 첩이 존재했던 시대, 그들로부터 밀려난 여성들의 눈물바람 이야기, 그리고 그 눈물바람이 일으킨 무서운 피바람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권력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에게 조선시대의 성풍속은 각각 어떻게 적용됐을까? 권력이 있기에 유리하기도, 또는 권력이 있기에 오히려 더 엄격하기도 했다. 이 책은 결혼, 정절, 순결, 간통, 매춘 등의 역사를 통해 조선시대의 전반적인 특성을 적나라하게 밝혀냈다. 독자 여러분이 조선시대 조선 사람들의 성풍속을 이해하는 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역사에서 변화란 우연이 아닌 필연적인 결과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현상을 변화시키는 필연적인 변수를 밝혀내는 것이야말로 역사가의 임무가 아닐까? 이러한 변화의 변수를 밝혀내는 일은 성풍속사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필자가 <조선의 섹슈얼리티>에서 다룬 주제는 조선시대의 합법적인 성 모럴과 비합법적인 성 모럴이었다. 합법과 비합법의 문제는 항상 인간 역사에서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간통이 문제되는 사회는 반드시 합법적인 결혼제도라는 성 모럴이 전제되어 있다. 다만 시대에 따라, 사회에 따라, 합법과 비합법에 해당하는 기준이 다를 뿐이다. 이 상이한 변수와 그 변수의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머리말 중에서
조선시대 성풍속의 구체적이고도 생생한 뒷이야기!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조선시대 조선 사람들의 성풍속을 수십 권의 사료를 바탕으로 아주 세세하고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지루함이 느껴지기는커녕, 충분한 예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우리가 몰랐던, 혹은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었던 조선시대 성풍속을 이토록 자세한 근거를 들어 논리적으로 설명한 책은 매우 드물다.
이 책의 목차만 보아도 이 책의 내용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탄탄한 구성을 바탕으로 했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는 공식적으로는 남자가 일부일처제였으나 비공식적으로는 일부다처제였다. 한편 여자는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일부일처제였다.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어떤 성풍속이 존재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첩은 대체로 용모가 곱고 젊은 여성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마련이었다. 투기하지 말라고 하지만, 인지상정상 첩에 대한 감정이 좋을 수가 없다. ‘씨앗 싸움엔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라든가 ‘계집 둘 가진 놈의 창자는 호랑이도 안 먹는다’는 속담은 이러한 부조리한 감정에서 탄생했다.
언제 식을지 모르는 남편의 애정에 매달려서 차별과 수모를 받아야 했던 것이 첩의 신세였다면, 부덕이라는 미명 아래 남편의 애정이 첩에게 쏠리는 현실을 감내해야 했던 처의 처지도 부부라는 대등한 관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와 같이 처첩제를 바탕으로 한 결혼제도는 남자들의 자유로운 성생활을 인정한 불평등한 결혼제도였다. 남자들은 첩을 얻어 자식을 얻을 수도 있고 애정행각을 벌일 수도 있었지만, 여자는 일부일처제와 배치되지 않는데도 재혼이 금지되고 수절이 강요되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조선시대 처첩제도는 일부일처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면이 있었다. 처첩제가 다처제와 달리 처와 첩의 지위를 엄격히 구별함으로써 일부일처제라는 외형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첩이 항상적인 배우자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남녀의 수적 균형을 파괴하기도 했다.
-국가가 공인한 축첩제도
또한 조선시대에는 지금보다 의학 수준도 현저히 낮았다. 때문에 이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민간요법, 또는 미신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등이 흔했는데, 이 책에서는 그 내용을 무척이나 자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얼굴을 보지 않고 가문이나 신분에 따른 결혼을 했다. 그러다 보니 남녀의 운명을 점쳐보거나 궁합을 맞춰보는 풍속이 매우 성행했다. 때문에 궁합은 결혼과 파혼의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이와 관련된 본문을 소개한다.
상극인 띠와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쥐띠와 양띠 - 쥐는 양 머리의 뿔을 꺼린다.
소띠와 말띠 - 소는 말이 밭갈지 않음을 노여워한다.
범띠와 닭띠 - 범은 닭의 부리가 짧음을 미워한다.
토끼와 원숭이띠 - 토끼는 원숭이 같지 않음을 미워한다.
용띠와 돼지띠 - 용은 돼지의 낯이 검음을 미워한다.
뱀띠와 개띠 - 뱀은 개 짖는 소리에 놀란다.
-궁합과 원진살
조선시대에는 엄격한 성윤리가 강조되던 시대였다. 그러다 보니 간통에 대한 처벌도 매우 무거웠다. 그렇지만 사형까지 처해지는 일은 매우 드물었는데, 결코 사형을 면할 수 없었던 간통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근친간의 간통이다.
근친간의 간통은 언제나 가장 금기시되는 문제다. 더욱이 조선시대의 유교 윤리 아래에서는 근친간의 간통이 특히나 크나큰 죄였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근친에 해당하는 친족의 범위 또한 어느 시대, 어느 나라보다 광범위했기 때문에 근친상간에 걸릴 가능성이 높았다. 다음은 그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한 본문 일부다.
조선시대 근친간의 간통 사례 중 특이한 것은 장모와 사위간의 간통이 상당히 많았다는 점이다. 장모와 사위간의 간통이 발생하는 이유는 전통적인 결혼풍속 탓이 크다.
앞에서도 살펴보았지만, ‘시집살이’를 하는 중국식 결혼풍속이 정착되기 이전에는 남자들이 처가에 들어가 사는 것이 전통적인 결혼풍속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위와 장모간의 간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마찬가지로 형부와 처제, 제부와 처형 사이 그리고 이종사촌간의 간통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근친상간
이처럼 <조선의 섹슈얼리티>에서는 조선시대 성풍속에 관한 이야기를 매우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풀어가고 있다. 갖가지 사건 사고를 소설 형식으로 엮어 소개한 단락 또한 옛날이야기 읽듯 매우 재미있게 전개된다. 그렇다고 역사적 사실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니어서, 조선시대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고, 그로 인한 성풍속을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나감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이 책 한 권으로 조선시대를 뒤흔든 유교윤리와 신분제도, 그리고 그에 따른 당연하고도 안타까운 성풍속을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