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에 시위대의 일원으로 참가했던 감독은 이후 혼란스러운 체제 속에서 형제를 잃었고, 결국 고국을 떠났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이란의 마지막 왕의 부인이자 망명생활 중인 왕비 파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한다. 정치적인 견해는 달랐지만, 혁명은 두 사람에게 같은 상처를 남겼고 놀라운 우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참으로 얄궂다. 이런 만남이라니. 한 나라의 왕비였던 여자 그리고 그 왕과 왕비, 군주제에 반대해 가족을 잃고 고국을 떠나야 했던 여자. 할 말 많은 두 여자가 한 다큐멘터리에서 만났다. 이 왕비, 파라 디바 팔라비 (군주제에 반대했던 민주화 세력을 탄압한 이란의 마지막 왕, 모하메드 팔라비의 아내)에게 감독은 질문한다. 많은 민주화 세력을 짓밟은 당신과 당신 남편의 행동, 반성합니까? (감독의 남동생은 민주화 운동으로 이란 이슬람 혁명 때 처형당했고 결국 감독은 30년 전 고국 이란을 떠났다.) 왕비는 "우리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라며 구체적 답변을 피한다. 왕비 역시 망명생활로 많은 것을 잃어야 했고 -왕비는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 이란을 떠나야 했고 망명생활 중 왕과 공주가 사망했다- 고국이 그리워 가져왔다는 이란의 흙을 비닐봉지에서 주섬주섬 꺼내는가 하면 화분에 꽂아 둔 이란의 나뭇가지를 보여주며 여왕이기 전에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감독을 회유한다. 우리는 모두 소중한 것들을 잃었다는 점에서 같지 않겠느냐는 이 왕비를 사랑해야 하나 미워해야 하나. 감독이 답하지 못한 이 질문에 대한 숙제는 시청자와 관객의 몫이다. 단, '왕비란 이런 것'을 몸소 보여주는 왕비의 미모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공정한 판단이 어려우므로 주의! (박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