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 메모리아
Trans Memoria
2024 · 다큐멘터리 · 스웨덴, 프랑스
1시간 12분

〈트랜스 메모리아〉는 트랜스젠더 당사자인 감독 빅토리아 베르소가 연출한 자전적이고 내밀한 고백의 다큐멘터리이다. 빅토리아를 비롯해 아테나, 아미나는 모두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친구 사이로, 2019년에 함께 태국의 한 호텔을 방문한다. 그 호텔은 2012년에 빅토리아가 지금은 세상에 없는 메릴과 함께 성전환 수술을 위해 머물렀던 곳이다. 그녀와 친구들은 과거의 흔적들을 하나씩 되짚으며 메릴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죽음의 기원을 찾아 나선다. 이를 위해 당시 빅토리아가 수술 과정에서 남긴 비디오 다이어리 영상, 친구들의 대화와 연기, 그리고 폐허의 이미지들이 나열된다. 그것들은 남성의 신체를 여성의 신체로 인위적으로 재구축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육체적 고통의 순간들을 증언하고 은유한다. 빅토리아는 흔들리는 카메라 앞에서 감당하기 힘든 고통으로 눈물을 흘리고, 친구들은 불완전한 여성의 몸으로 남성과 관계 맺는 삶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해안 생물의 잔해가 남긴 해변가의 살풍경, 물이 들어차고 이끼가 낀 폐건물, 그리고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는 과일 등 태국의 이국적 이미지들은 인위적으로 떼어낸 살점의 깊은 생채기와 그것을 견디는 몸의 끔찍한 상태와 공명한다. 그 모든 증언과 이미지들은 메릴의 죽음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일 수 있음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남은 세 친구는 서로의 곁을 지키며 죽음의 극복은 고통을 나누는 관계 안에 있음을 증명한다. (김경태)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