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는 스위스 베른 구시가지의 옛 흔적 사이를 지나는 차들과 15세기 제단화 ‹성 히폴리투스의 순교›의 세부 장면을 교차 편집한 작품이다. 제단화는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거의 나체 상태지만 침착하고 평온한 모습을 띤 성인을 그리고 있는데, 우아하게 차려입은 귀족들이 보는 가운데 네 마리의 말에 묶여 사지가 찢기는 형벌을 받기 직전 성인의 모습을 포착한다. 작품 속 수정 버전에서 비버스는 쏟아지는 빛줄기에 의해 나뉜 듯한 그레고리 마르코풀로스의 모습과 찢어진 자신의 사진, 그리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깨진 유리창을 병치함으로써 영상 속 제단화만큼이나 충격적인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J. 호버맨, 빌리지보이스) [제22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