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주민들이 노처녀라며 수군대거나 말거나, 또래 친구들이 남편도 자식도 없는 처지를 동정하거나 말거나, 달콤한 패스트리 한 조각이면 족한 에테로. 산속에서 블랙베리를 따다가 죽을 뻔한 사고를 간신히 면한 어느 날 갑자기, 생애 처음으로 뜨거운 열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린다. 엘레네 나베리아니의 세 번째 장편 영화는 보수적 가부장제 문화가 지배하는 조지아에서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선택한 여성의 부드럽지만 강인한 모습을 주연 배우 에카 차블레이쉬빌리의 호연으로 완성시킨다. 결혼이라는 제도와 출산 및 육아라는 ‘당연한 수순’에 한 번쯤 의문을 제기한 경험이 있다면, 에테로가 자신이 진정으로 욕망하는 삶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숱하게 맞서게 되는 편견의 장벽이 소름 끼치도록 낯익을 것이다. 영화 말미 찾아온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에테로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지만, 어떤 것이든 온전히 자신의 선택임을 확신할 수 있다. (박가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