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는 아이코는 어린 시절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아빠와 절연한 채 살고 있다. 어느 날 아이코는 아빠의 부고 소식을 듣고 복잡한 심경을 지닌 채,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 마을을 찾는다. 그곳에서 아이코는 아빠의 두 번째 부인과 이복동생을 만나게 된다. 자신에게는 괴물이었던 아빠가 이들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사랑을 쏟았다는 사실에 아이코는 분노와 무력감을 느낀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의 자카 압드라흐마노바의 장편 데뷔작 <토요일, 아빠는 먼 길을 떠났다>는 카자흐스탄의 작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새로운 가족이 되어야 하는 세 명의 여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배경을 선택했지만, 결코 지극히 민족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야기는 아니며,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다. (홍상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