킵 스텝핑

거리의 춤꾼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킵 스텝핑>은 호주 최대의 스트리트 댄스 경연 행사인 ‘Destructive Steps’의 조직과 이 이벤트에 참여한 댄서들의 경쟁을 축으로 진행된다. 댄스의 카테고리에 따라 부문별로 진행되는 컨테스트를 따라가는데, 두 경연 참가자의 스토리가 서사의 몸체를 이룬다. 둘 모두 이민자 여성들인데, 칠레-뉴질랜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여성 가비와 루마니아에서 온 브레이크 댄서 패트리샤가 그들이다. 여성, 이민자, 비주류, 청년 세대를 의제화한 영화는 스트리트 댄스라는 서브 컬처의 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우정 어린 경쟁을 통해 그 자신을 단련해나가는 사람들의 조용한 노력을 감동적으로 묘사한다. 설립자인 한국계 청년 조 원(Jo One)과 스태프들, 원근각지에서 온 스트리트 댄서들은 편을 갈라 서로를 공격하는 세상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경쟁과 공존의 방식을 보여준다. 최근 한국에서는 <킵 스텝핑>에 등장하는 가비, 패트리샤 같은 여성 스트리스 댄서들을 조명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스 Street Woman Fighter’가 거대한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는데, 이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왁킹 댄스의 대가로 알려진 립 제이가 ‘Destructive Steps’의 심사위원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Keep Stepping’이라는 제목은 불우한 환경과 멸시, 인내의 기나긴 터널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멈추지 말고 가라고 독려하는 주문처럼 들린다. 실질적인 주인공인 가비가 자신의 카테고리에서 우승한 뒤 쇼케이스 자리에서 추는 마지막 춤은 꿈과 고뇌, 에너지, 멋, 열정이 가득한 여성의 이야기를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분투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바꾼다. [2022년 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