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무도회≫는 실제 있었던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3세의 시해 사건을 소재로 다룬 작품이었으나, 작곡 당시 교황청의 검열에 의해 배경을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영국 지배하의 17세기 미국 보스턴으로, 구스타프 3세를 보스턴 총독 리카르도로 바꾼 “보스턴 버전”으로 공연하게 되었다.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의 ≪가면무도회≫ 공연은 눈과 귀를 위한 성찬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무대 연출을 맡은 루이지 피치는 시각적으로 화사한 의상의 출연진과 고풍스런 돌기둥의 건물, 그리고 화려한 불꽃놀이로 관중들을 사로 잡았다. 음악 또한 최근 떠오르는 신성인 안드레아 바티스토니의 지휘하에 활력적이면서도 친근한 선율을 선사하며, 리카르도역의 주역테너 프란체스코 멜리와 아멜리아역의 프리마돈나 후이 헤는 환상적인 화음으로 아리아를 들려준다. 또한 좀처럼 외국인에게 무대를 내주지 않는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한국인 최초로 사무엘을 노래하는 베이스 최승필의 힘있는 아리아 역시 관전 포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