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혜
5 years ago

노매드랜드
2021년 04월 15일에 봄
몇 년 전 마음 속으로 집을 버렸다. 대학 졸업 후 부모님 댁에 있을 때도, 자취할 집을 구해도 '여긴 내 집이 아니다'라고 되뇌었다. 내게 집은 언제나 거기 있어줄 안식의 공간인데, 정들면 나가야 하는 건물은 집이 될 수 없었다. 근데 집이라는 공간이 너무 소중한 사람이라 집이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펐었더랬다. 아니, 요즘 2-30대 대부분이 집이 없다는데. 이제 집 없는 걸 디폴트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고 전통적인 가정들을 다 폐기하고 싶었지만. 그것들을 모두 폐기한다면 실존의 불안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제 나는 집을 내가 관계 맺었던 모든 것들의 합이라 정의하고 싶다. 그러면 내가 사랑했던 당신의 유머 속에서, 우리가 함께 보았던 별에서도, 아침 이슬 젖은 흙 냄새 속에서도 살았었다고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