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크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
식당이라는 공간은 트래킹을 통해 영국의 문학적 전통(랜슬롯이 바람을 피는 아서왕 로맨스라거나 셰익스피어의 비극 등)을 함축한 우주로서 확장되고, 음식과 섹스에 대한 걸신들린 탐욕은 마치 태피스트리 혹은 램브란트의 유화처럼 전시되며, 동시에 이는 도살장에 걸려 있는 동물의 사체와 병치됨으로써, 고전적인 장엄함의 미학을 포스트모던하게 해체하고 풍자한다. 폭군의 수평적인 운동성은 최후의 순간에야 수직적인 운동으로서 전복되며, 아내의 정부를 먹어치우겠다는 그의 협박이 남성적 허장성세였음이 폭로되면서 극을 마친다.
이 작품에서 요리사는 프랑스의 억양이나 요리 방식, 행동 양식을 반복하여 조롱하며, 아내의 정부는 프랑스 혁명사를 전공한 지식인으로서 묘사된다. 프랑스와 달리 뿌리 깊은 계급적 질서가 전복되어 보지 못 한 보수적인 영국사회에 대한 반감을 프랑스 문화권이란 타자에 투영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둑은 누구인가? 영국 사회의 계급 질서에 정점에 자리해 왔던 상징적인 폭군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뒤에서, 마치 내시처럼 그의 폭정을 부추기는 늙은 여자는 누구인가? 얼마 전에 죽은 대처, 그리고 영국이 자랑하는 빅토리아 여왕이 아닌가?
영국 소설은 가상의 세계를 경유하여 자신들의 사회 시스템을 풍자하는 뛰어난 문학적 전통을 지니고 있다. <걸리버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