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옹시
1 year ago

영원에 빚을 져서
타인을 정말로 이해하기 위해서, 벗어나기 어렵지만 벗어나려고 애써야 하는 것은 결국 '나'의 한계라고. 이 소설의 '나'가 혜란과 함께 석이를 찾아가는 과정은 결국 관성적인 '나'로부터 벗어나는 여정이 아닐까. 나의 기억, 나를 중심으로 한 멀고 가까움, 내가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자의식, 나의 도덕적 기준, 나의 판단····· 이것들을 내려놓기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나를 내려놓아야만 하는 일들이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마치 나를 구성하는 관계가 동시에 나의 와해를 요구하는 것처럼. 나는 엄마의 죽음을 통해 갈라지고 쪼개지고 으깨지고 녹아내렸다. 상실은 극복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수많은 상실을 겪은 채 슬퍼하는 사람으로 평생을 살아가게 될 거고 그것은 나와 관계 맺은 이들에게까지 이어질 것이다. 엄마를 잃음으로써 내가 상실을 겪었듯, 누군가도 나를 잃음으로써 상실을 겪을 것이고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 상실의 늪 속에서 깊은 슬픔과 처절한 슬픔, 가벼운 슬픔과 어찌할 수 없는 슬픔들에 둘러싸여 종국에는 축축한 비애에 목을 축이며 살아가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