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개념어총서 WHAT 004 신지영 지음 ‘내재성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가?” <개념어총서 WHAT>의 네번째 책 ‘내재성이란 무엇인가’(신지영 지음)는 플라톤 이래 서양철학을 지배해 온 초월성과 그에 기초해 사유했던 철학자들과 대립각을 세웠던 들뢰즈의 핵심개념인 ‘내재성’에 대한 사유를 보여 주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내재성-초월성의 구도와 더불어 현대의 철학자인 바디우(Alain Badiou)의 논의를 덧붙여 ‘사유의 환경’, ‘현실적인 것/개념의 생산 원리’로서의 내재성을 다루고 있다. 내재성은 어디에도 ‘내재’하지 않는다 들뢰즈는 존재들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개념과 개념의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개념의 환경이라는 것이 바로 사유의 이미지, 사유의 환경, 혹은 내재성이라 불리는 것이다. ‘내재성’이라는 것은 우리말이 주는 선입견 탓에 어딘가에 ‘내재’해 있을 거라는 느낌이 강하나, 이 느낌은 사실이 아니다. 내재성, 즉 사유의 환경은 사유를 가능하게 하나, 그 스스로 사유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 것을 말하며 이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저자 신지영은 프랑수아 줄리앙(Fran?ois Jullien)의 ‘사물의 성향’을 참고텍스트 삼아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서양사유의 토대가 되는 초월철학과 함께 중국의 사유를 놓고 객관적인 전제의 환경과 전제 없음의 환경을 비교하고 있는 이 텍스트를 통해 저자는 중국사유에서의 ‘생성’(변화)을 들뢰즈의 맥락으로 가져와 ‘생명’이라 이름붙이고 내재성을 사유한다. 주체에도, 대상에도 속하지 않고 그 스스로 안에만 존재하는 들뢰즈의 내재성은 오로지 내재성에만 내재한다. 그리고 또한 들뢰즈가 주장하는 내재성의 환경은 아무 전제도 없는 사유를 강요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무조건 선(善)이나 참을 사유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선/악, 미/추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전제 없이 시작하는 것. 이러한 내재성의 환경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비자발성’이라는 개념이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부터 성의있게 설명하고 있는 이 비자발성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내재성에 접근하는 데 보다 수월한 힌트가 되어 줄 것이다. 다른 삶과의 소통을 위한 내재성의 환경 플라톤과 서양철학, 그 핵심에는 ‘초월’이 있고, ‘이데아’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바깥에 본질적인 근거로서의 세계가 따로 있음을 전제하는 이 초월성의 사유에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원인을 찾으려 했다. 따라서 이들에게서 수없이 많은, 다양한 삶들이 펼쳐지고 있는 내재성의 세계는 잊혀지고 말았다. 그러나 이 초월철학의 한편에서 내재성을 옹호한 철학자들, 그들의 사상을 끌어와 ‘내재성’ 개념으로 철학사(史)를 다시 쓰고자 했던 들뢰즈의 작업에서 우리는 초월적 사유와 내재적 사유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다. 플라톤 사상과 초월성의 철학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언제나 비슷함의 정도로만 측정되는 세계를 만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재성의 환경’은 다른 것을 생산하는 철학, 낯선 것과 마주하는 철학으로서의 들뢰즈 사유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통로가 되어 줄 것이다. 이분법을 넘어, 중심 혹은 하나로 집중되는 권력을 넘어서는 환경으로서의 내재성, 그것을 통해 비로소 우리는 획일적이고 비좁은 우리의 삶에서부터 벗어나 다른 여러 삶들을 이해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개념어총서 WHAT 001 채운 지음 ‘재현이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창조적으로 사는 것만이 재현에 대한 저항이다!” 사는 게 갑갑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왜 나는 남들처럼 살지 못하나, 왜 나는 남들처럼 행복하지 못한가…등등 우리는 매일 스스로를 스트레스 상황으로 밀어넣는다. 왜 그럴까? 우리가 정말 행복하지 않기 때문일까? 우리의 삶이 정말 잘못되었기 때문일까? <개념어총서 WHAT>의 첫번째 책 ‘재현이란 무엇인가’(채운 지음)는 이런 갑갑함이 바로, 우리 삶 전반에 퍼져 있는 ‘재현적 사고’ 때문이라고 말한다. 척도가 되는 이상적인 삶이 하나 있고, 나머지 다양하고 이질적인 삶은 모두 그 원본을 재현(再?現)하며 사는 거라는 생각. 따라서 지금-여기의 삶을 긍정하고 사랑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부정하고, 보다 완벽한 삶을 꿈꾸는 것이 행복이고 희망이라는 생각.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좀더 완벽한 직장, 사랑, 가정을 꿈꾸며 계속 행복을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재현-표상-리프리젠테이션? 철학개념이 아니라, 일상개념이다! 그런데 재현적 사고가 뭐 그렇게까지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사실 재현(representation)이라는 말은 우리가 쉽게 생각하듯이 ‘다시-드러냄’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에는 현상에 대한 부정, 그리고 현상 뒤의 어떤 실체나 본질에 대한 믿음이 내포되어 있다. 원본과 모사물 사이에 극복할 수 없는 거리가 있음을 전제하는 것이다. 또 하나. 재현(Vorstellung)의 또 다른 번역어는 ‘표상’이다. ‘앞에vor-세움stellung’이라는 뜻. 주체는 대상을 자신 앞으로 호출하고 그에 대응하는 어떤 상을 대리인으로 내세운다(表?象)는 말이다. 실재 이미지와 카피 이미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재현’과 마찬가지로 ‘표상’ 역시 주체와 대상 사이의 지울 수 없는 거리를 상정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리프리젠테이션’이라는 개념으로 세계를 보는 한, 우리는 언제까지고 우리 삶과 인식과의 괴리에 시달릴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재현은 단순히 어려운 철학개념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틀과 일상 전체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삶속의 개념이고, 따라서 평소 일상에서 전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투쟁의 대상이다. 재현을 향한 최고의 저항, 호모 파베르(Homo faber)! 재현의 세계는 움직이지 않는 고체의 세계다. 하나의 척도를 기준으로 줄지어 서 있고, 모델로서의 원본 이외에 나머지 것들은 다 가짜고, 정해진 틀을 이탈하면 안 되고, 표준이어야 하고 평균이어야 한다. 따라서 재현의 세계 혹은 사고라는 것은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묵살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가둔다. ‘재현이란 무엇인가’는 푸코, 마그리트, 들뢰즈, 클레를 넘나들며 이런 파시즘과 다를 바 없는 재현적 세계에 대한 저항을, 그리하여 새롭게 좀 살아볼 것을 부추기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그 재현에 대한 최고의 저항으로 저자가 내놓은 것은 바로 ‘호모 파베르’이다. 즉, 끊임없이 제작하고 만들어 내면서 그와 더불어 스스로 변화하고 다른 삶의 방식/비전을 주조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물론 재현의 세계를 넘어선다는 건, 그에 맞서는 더 견고한 세계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현실화하는 것이고 끊임없는 ‘-되기’를 통해 사는 것이며, 이 세계 속에서 또 다른 세계, 또 다른 개념, 또 다른 자신을 창안하는 것이다. 호모 파베르는, 그렇게 ‘새로운 자신’은 물론이고 ‘새로운 세계’를 마땅히 구성해 나갈 수 있는 인간을 말한다. “당신의 개념이 당신의 삶이고, 세계다!!” ―뭔가 다른 인문학 공부? ‘개념’이 답이다! <개념어총서 WHAT>! “개념은 한마디로 당신이 살고 있는 세계다. 만약 당신이 자본주의를 살고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 자본과 자본주의에 대해 당신이 형성한 개념을 통해서다. 만약 당신이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먼저 당신이 민주주의에 대한 어떤 개념을 형성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당신은 당신이 형성한 개념에 따라 만족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당신은 당신이 가진 개념에 따라 세계를 파악하고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니체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꿀벌은 자신의 집을 밀랍으로 짓지만, 인간은 자기 세계를 개념으로 짓는다고.” (고병권, ‘개념어총서 가이드북’, 10쪽)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