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무산계급의 현실을 문학적으로 재창조한 혁명적 낭만주의자 임화는 1908년 10월 13일 서울 낙산에서 태어났다. 십대 후반 문학청년 임화는 보성고등보통학교 자퇴와 가계 파산, 어머니의 죽음으로 경성거리를 방랑하며 하이네와 연인 랭보에게 권총을 쏜 폴 베를렌의 시에 열광했다. 1929년 만 21세 때 임화는 <네거리의 순이>와 <우리 오빠와 화로>를 발표하면서 카프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부상했다. 평론가 김기진은 임화의 시를 ‘단편 서사시’로 명명하고,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현실을 문학적으로 재창조한 임화의 작품이 프로 시가 나아가야 할 대중화의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흰 얼굴에는 분명히 가슴의 ‘로맨티시즘’이 물결치고 있다.“ 일제는 1930년대 초, 중반 카프를 포함한 식민지 조선의 진보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감행하였다. 1931년과 1934년 두 차례 카프 검거를 통해 대다수 문인들이 검거되었고, 이후 카프 내부의 극심한 분열과 대립으로 서기장 임화는 1935년 10년에 걸친 카프 조직을 해산하였다. 카프 해산 후 임화의 시적 소재는 첫 시집 《현해탄》(1938)에 수록된 <해협의 로맨티시즘>을 비롯해 <밤 갑판 위> <현해탄> 등 식민지 시대 역사의 현장인 ‘바다’에 집중된다. 국문학자 김윤식에 따르면 20대 초 일본에서 유학한 임화에게 “움직일 수 없는 진리”는 식민지 문학청년이 배워야할 근대화된 일본의 예술과 학문이었으며, 그것을 “해협의 로맨티시즘”으로 불렀다. 임화, “역사의 격랑 속에 침몰한 혁명시인” 해방 후 월북에서 처형까지 임화의 삶은 신경림 시인의 말대로 “역사의 격랑 속에 침몰한 혁명시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조선의 레닌’이자 남로당 당수 박헌영에 열광한 임화는 1947년 월북하여 자신이 꿈꾸던 계급문학을 실현하고자 했으나, 북한 정권을 전복하려는 미국 스파이란 죄목으로 숙청당하기에 이른다. 1950년 한국전쟁 참전에서 모티프를 얻은 <너 어느 곳에 있느냐>와 <바람이여 전하라>는 임화 시의 걸작으로 손꼽히지만, 카프 시절 노선의 차이로 갈등했던 한설야 등이 염전(厭戰) 사상을 주입시키는 작품으로 혹평하고, 전쟁 후 북한의 남로당계 숙청 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숙청 뒤 임화 문학에 대한 재평가는 1980년대 말이 돼서야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고은 시인은 《만인보》에서 임화를 “감격 없는 시대를 감격으로 마치고자" 했던 "애오라지 시인적인 시인"으로 칭송했다. 아티초크의 《임화 시선: 해협의 로맨티시즘》은 혁명을 꿈꾸던 경성거리 문학청년에서 미국 스파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임화의 극적인 삶과 시 세계를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아울러 격동의 시대를 함께 했던 부인 지하련, 박영희, 박헌영, 여운형 등 당대 인물들에 대한 사진과 설명은 임화의 시와 삶을 재조명하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