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우리는 어떤 소리와 무슨 관계를 맺고 사는가 소리 풍경은 우리를 둘러싼 소리 환경을 단지 물리적 음향 현상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듣는 행위와 관련지어 판단하는 사고방식이다. 캐나다의 작곡가 머레이 셰이퍼가 제창한 소리 풍경 개념은 서양 근대의 음악 예술 제도를 근원에서부터 성찰함과 동시에 생태학의 태동 시기와 맞물려 나왔다. 머레이 셰이퍼의 소리 풍경 사상과 연구를 바탕으로 <소리의 재발견>을 쓴 토리고에 게이코는 일본의 소리 풍경 연구 권위자이다. 토리고에는 소리 풍경의 개념과 의의, 조사 방법, 소리 풍경 디자인의 개념과 그가 직접 일본에서 실행했던 소리 풍경 디자인 사례를 소개하면서 소리 풍경의 사상과 실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다. 제1장 ‘머레이 셰이퍼와 20세기 음악의 지평’에서는 ‘현대의 르네상스인’이라 불리는 머레이 셰이퍼가 소리 풍경이라는 개념을 제창하게 된 배경과 그로부터 새 장을 열게 된 음악 교육 활동 내용을 소개한다. 머레이 셰이퍼는 ‘음악의 음(악음)’과 ‘일상의 환경음(비악음)’을 엄격하게 구별하는 서양 근대 음악의 전통이 현대인들의 듣는 태도를 폐쇄적으로 만들었고, 그러한 태도가 보편성을 얻은 것은 음악이 콘서트홀 안으로 들어가면서부터라고 주장한다. 오로지 콘서트홀 안의 소리에만 관심을 집중하며 바깥의 환경음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음악가들에게 소음 문제의 책임을 묻는다. “오늘날 세계에 소음 공해라는 문제가 있다면, 적어도 그 원인의 일부는 음악 교육가들이 일반 시민들에게 소리 환경 일반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 교육을 하지 않은 데에서 기인한다”고. 셰이퍼의 소리 풍경 개념은 사람들이 소리를 통해 일상의 환경과 생생하고 풍부한 관계를 맺게 하려는 시도였다. 소리 풍경 개념은 고대 그리스의 음악관에서 볼 수 있는 ‘우주의 음악(Musica Mundana), 즉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서 소리의 조화를 조율해 가는 사상과 닿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콘서트홀을 벗어나 환경에 귀를 열어야만 한다는 것이 셰이퍼의 소리 풍경 사상과 활동이었다. 셰이퍼는 세계 사운드스케이프 프로젝트를 만들어 소리 풍경을 조사하고, 새로운 소리 풍경 활동을 활발히 펼쳐 나갔다. 그가 직접 만든 소리 풍경 예술 작품 ’별의 여왕‘과 ’달을 물려받은 늑대‘도 이 장에서 소개한다. 제2장 ‘소리 풍경을 듣는다’에서는 소리 풍경이라는 새로운 사고방식이 환경을 이해하는 원리와 방법을 소개한다. 그리고 소리 풍경을 통해 파악되는 주변 환경에는 기존에 시각 중심으로 이해되어 온 환경을 보충하는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이 있음을 강조한다. ‘듣는 아트’를 회복하고 육성하기 위해 셰이퍼가 개발한 풍부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소리 그리기, 소리 산책, 소리 달력, 소리 지도 등-과, 소리 풍경을 해석하는 여러 개념들-음향체와 음사상, 표식음, 음향적 리듬과 밀도 등-을 소개한다. 이러한 소리 풍경의 사고로 파악하는 환경은 사람들이 소리를 듣는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는 청각적 사건으로 다루어진다. 개인이나 사회가 어떤 소리를 어떻게 지각하고 이해하고 있는가에 강조점을 둔 것이기에 소리 풍경을 통해 파악한 환경은 ‘의미 부여된 환경’이면서, ‘기억을 간직한 환경’이자 변화와 리듬과 주기를 갖는 ‘프로세스로서의 환경’이라고 이야기한다. 제3장 ‘소리 풍경 디자인’에서는 소리 풍경이라는 사유 방식이 현대 사회의 환경과 관련한 디자인 활동에 새로운 견해와 지평을 열어줌과 동시에 디자인 개념 자체를 확장한다는 논의를 펼친다. 토리고에가 직접 진행한 ‘다키렌타로 기념관 정원’ 정비 활동을 사례로 들면서 사상으로서의 소리 풍경 디자인이 현실에서 어떻게 펼쳐질 수 있는지 소개한다. 소리 풍경 디자인은 좋은 소리 만들기나 사물 만들기를 훨씬 뛰어넘어 환경 계획과 마을 만들기라는 실천의 장에서 종래의 모든 디자인 활동 영역에 도입되어 그 내용을 한층 충실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소리 풍경을 토대로 한 디자인에서는 어떤 소리가 놓이는 환경 전체와의 관계, 나아가 소리를 듣는 사람과의 관계를 근거로 하는 관계성의 디자인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리 풍경 디자인은 소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소리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다.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한 장치 만들기야말로 소리 풍경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소리와 함께 살아간다 소리 풍경은 현대 사회의 소음 문제를 비롯한 환경 문제를 기존의 시스템이나 발상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은 결과 탄생한 개념이다. 소음 문제를 예로 들면, 자신이 소음의 피해자가 되지 않는 한 소음과 관련한 귀찮은 일은 전문가나 계측기에 맡겨 버림으로써 귀의 감성은 한정되고 바깥의 소리 환경에는 귀를 닫아 버린다. 이는 소음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발견하려면 인간의 감성과 오감을 통한 실감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세계를 느끼는 감각은 시각에만 편중되어 있다. 소리 풍경을 이해하고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청각을 복권해야 하며, 청각의 복권을 통해 감성의 복권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날마다 살아가는 공간은 여러 가지 소리를 만나는 장소이며, 그 소리와 관련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 소리 풍경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재발견하는 일인 것이다. 건축물의 방음이 절실한 문제가 되는 지금이야말로 소리와 함께 살아간다는 관점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소리 풍경이라는 사고방식의 본질적 의의는 바로 더 넓은 지평에서 환경을 배려하고 전 지구적 관점에서 접근하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