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의 딸들, 한국 여성의 반쪽짜리 계보학

투사이자 열녀, 신분상승에 성공한 하층 여성에 이르기까지 <춘향전> 만에도 여러 모습의 춘향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춘향은 점차 시대의 필요와 요청에 따라 어느 한 면만 부각되거나 선택되어왔다. 초기에는 기생으로서 금지된 사랑을 이루기 위해 항거하는 도발적인 모습이 부각되었다면, 근대로 올수록 양가집 규수의 조신하고 순종적인 이미지로 모아졌다. 이 책은 춘향이라는 인물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가 현대 대중물 속의 여주인공들에게까지 면면이 이어지고 조금씩 변주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춘향, 그리고 춘향의 딸들에 대해 살펴본다. 1장은 춘향이란 인물이 어떤 방식으로 형상화되었는가를 살펴본 후 근대 대중물의 여주인공들에게 미친 영향을 파헤쳤다. 2장에서는 근대 대중물의 여주인공들의 좌표를 세 가지로 나누어 짚어보았다. 정절 이데올로기, 돈이냐 사랑이냐의 문제에서 발생하는 삼각관계, 민족 알레고리로서의 '팔려가는 딸' 모티프가 그것이다. 3장 ~ 5장에서는 구체적으로 텍스트에 드러난 여주인공들의 운명과 이미지를 분석했다. 식민지 시대의 대표적인 여주인공으로 '기생'을 중요하게 다루고, 해방 후에는 현모양처와 '하녀'로 대표되는 도시 하층 여성을 살핀다. 특히 '여귀'에 대한 상세한 분석은 근대화가 진행되는 이 땅에서 여성이 내면화하거나 흉내내야 했던 규율과 이데올로기가 무엇이었는가를 밝히는 구실을 한다. 또한 가부장적이고 근대 중심적인 문제틀 안에서 뒤틀려온 여귀의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우리 근대사의 흉측하고 공포스러운 일면도 밝혀내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