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F 최초 전미도서상 후보, SF 작가들의 작가
김보영 첫 창작론!
핵심이 틀려야 시작되는 이야기 《종의 기원담》 《쿼런틴》부터,
이중 스토리라인으로 독자를 놓치지 않는 〈0과 1 사이〉 〈인터스텔라〉까지
김보영 작가의 생생한 목소리로 듣는, 세계를 사로잡은 SF 서사의 비책!
“내가 집필하며 체화한 방식에 대해서만 말하고자 했다”
SF의 상상력이 필요한 현대의 모든 작가를 위한 필독서
SF? 우선 그대의 글을 쓰라
“만약 그대가 한껏 자유로워진다면
그 글은 어쩌면 SF에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인간과 비인간의 인간적 초상을 나란히 그려냈고 동시대 사회적, 환경적 이슈들에 관해 사유한다.”
_《종의 기원담》에 대한 전미도서상 심사위원단의 심사평
“김보영의 소설은 그 자체로 숨 막히는 영화적 예술 작품이다. 〈매트릭스〉 〈인셉션〉 〈다크 시티〉에서 경험했던 세계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구조로 우리를 이끌며 획기적이고 신비로운 문학적,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 정말로 강렬하면서도 우아하다.”
_《당신을 기다리고 있어I'm Waiting For You and Other Stories》에 대한 봉준호 영화감독의 서평
“김보영의 책은 레이 브래드버리와 어슐러 르 귄,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옆에 놓일 것이다.”
_《고래눈이 내리다Whale Snow Down》에 대한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서평
이처럼 기념비적 SF 작품들을 써온 작가이지만, 그 역시 신인 시절 SF가 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공부해서 답을 해야 했다. 그건 마치 처음 외국에 간 한국인이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한국인의 특징을 설명해달라”고 질문 받은 것과 같다는 것이다. 지금은 어떨까?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서 SF 소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고, ‘(SF적) 세계관’이 뚜렷하고 매력적인 작품들이 전 세계 넷플릭스 관객들을 사로잡는 시대이지만 SF는 여전히, 어쩌면 더욱 종잡을 수 없는 개념이 되었다.
종잡을 수 없는 SF에 도전하는 예비 소설가들에게 저자는 “당신이 SF를 쓰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글쓰기를 시작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조언한다. SF도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이고 실체가 있는 개인적 관심사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교육에 문제의식을 느낀 저자는 자신의 학창시절을 재현한다는 분명한 목적으로 〈0과 1 사이〉를 썼다. 어슐러 K. 르 귄은 아나키즘적인 공동체 사회의 사고실험을 위해 《빼앗긴 자들》을 썼고, 도리스 레싱은 괴물을 임신하는 여성을 통해 출산의 공포를 그린 작품 《다섯째 아이》를 썼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당신의 관심사를, 당신을 웃고 울고 설레게 하는 것을, 자유롭게 쓰는 것’이다.
“무엇이 당신의 당면한 관심사인가.
무엇이 당신을 웃고, 울고, 설레게 하는가.
그것을 표현할 적절한 방법이 SF에 속한다면 SF를 쓰라. 그렇지 않다면 그저 자유롭게 쓰라. 아마도 SF라는 폭넓고 너그러운 장르는 그대의 자유로움을 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대가 한껏 자유로워진다면 그 글은 어쩌면 SF에 가까워질지도 모른다.”(본문에서)
저자는 SF를 쓰려는 이들에게 그 개념에 갇히지 말고 자유로워지기를 독려하면서도, SF에는 그만의 고유한 매력이 있음을 강조하며, SF를 쓰기 위해 자신이 체화한 방법론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그렇다. SF를 정의하는 것과는 별개로 분명한 점은, 어떤 경이로운 SF 작품은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고 황홀경에 가까운 체험을 선사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 매력에 빠져본 이들은 열렬한 독자가 되고, 나아가 작가를 꿈꾸기도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좋은 SF를 쓸 수 있을까?
좋은 SF를 쓰기 위한 비책 1
― SF의 서사의 주역은 둘이다
첫 번째 핵심은 ‘소설의 3요소’인 인물/사건/배경 가운데 SF에서는 ‘배경’이 인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설정’이다. 저자는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설정은 보편적으로 하나이기에 ‘주설정’으로 정의한다. 이 주설정은 주인공과 함께 서사를 이끌고, 역시 주인공과 함께 갈등의 중심에 있어야 하며 결국 그 해결도 주인공과 함께 해야 한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주설정은 ‘방패’다. 이 이야기는 유약한 주인공이 유약한 방패인 쓰레기통 뚜껑을 여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주설정은 ‘모임’이며, 그 많은 영웅들이 모이는 결말은 적을 물리치는 장면보다도 더 중요한 순간이다.
나쁜 예로는 조스 웨던 감독 판본의 〈저스티스 리그〉를 들 수 있다. 이 영화는 중간에 배트맨이 죽은 슈퍼맨을 되살리기로 했을 때 서사의 힘을 잃는다. 이 작품 역시 주설정은 ‘모임’이며, 한 명의 강한 인물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러한 결정은 마치 주인공이 사망한 것처럼 이야기의 흥미를 잃게 만든다. 저자의 경우는 어떨까. 《저 이승의 선지자》에서 저자는 ‘사후세계가 실상 모든 생물이 하나의 생물인 세계’라는 상상에서 출발하여 ‘세계는 하나의 생물이고 우리는 그 파편이다’라는 주설정을 도출한다. 따라서 서사의 갈등은 ‘합일’하느냐 ‘분열’하느냐이고, 이 둘을 각각 대변하는 인물이 주요 인물이 된다. 그리하여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주인공 나반은 분열하려는 아만과 합일하고자 한다.’
좋은 SF를 쓰기 위한 비책 2
― 가장 핵심적인 것을 대놓고, 뻔뻔하게, 빼 째라며 틀려라
‘좋은 SF는 과학적으로 엄밀해야 하는가?’ 이 논쟁에 저자는 다음과 같은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 소설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틀려라
․ 그 외의 쓸데없는 것들은 과학적으로 엄밀하라
하드SF의 정수로 불리는 《쿼런틴》은 양자역학에 기반한 소설이다. 입자 수준의 미시 세계에서 일어나는 불확정한 가능성이 거시 세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과학적으로 아예 틀린 상상이 전제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부분이 틀리지 않으면? 소설은 시작도 할 수 없다. 역시 세계적인 SF 작가 테드 창의 〈바빌론의 탑〉은 우주가 원통형이라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당연히도 사실이 아니다. 저자의 《종의 기원담》에는 의식과 자아를 가진 로봇들이 등장한다. 현재로서는 상상의 영역이지만 이를 전제하지 않으면 이 소설은 태어날 수도 없었다.
여기서 핵심은 틀린 것들이 모두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팬이라면 모두 좋아하는 초광속 우주선 팔콘은 주인공이 위기에 빠졌을 때 탈출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만약 팔콘이 아무 쓸모가 없는 배경 중의 하나라면? 초광속으로 날지 말아야 한다. 과학적으로 엄밀해야 한다. 저자는 이를 ‘체호프의 총’ 원칙의 맥락에서 설명한다. 이야기에서 총이 나왔다면 반드시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원칙은 또 다른 한 가지 원칙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핵심 외의 중요하지 않은 모든 것들이 엄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쿼런틴》에서 핵심 이외의 다른 모든 것들은 최대한 과학적인 근거 하에 진행된다. 〈바빌론의 탑〉은 원통형 우주를 발견하기까지 탑을 쌓아올리는 동안 중요하지 않은 모든 부분, 즉 벽을 뚫고, 쌓는 건축적인 모든 과정이 매우 현실적이다. 핵심적인 것 외의 모든 부분에서는 독자들이 소설을 읽는 동안 몰입할 수 있을 만큼 개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개연성의 해상도가 높은 만큼 몰입감도 커진다.
“뻔뻔하게 틀리라.
그런 뒤에는 틀렸음을 알라. 그걸 모르면 또 다른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 뒤에는 그 틀린 세계를 진심으로 믿으라. 진심으로 믿고 그 진실함 속에서 세계를 펼쳐나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