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산의 냉철한 새 #03
죽은 산의 냉철한 새 #03
2020 · 단편 · 한국
8분
<죽은 산의 냉철한 새#3>는 지난 몇 년간 천착해온 ‘자연사 박물관’ 프로젝트, 특히 살처분된 돼지나 죽은 상태 그대로 박제된 새들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상에 선다. 영상에서 반복되는 거대한 은색의 저장조는 살처분된 돼지들이 죽임을 당한 곳이고, 작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들리는 음악은 죽음을 애도하는 라흐마니노프의 ‘엘레지’, 즉 애가(哀歌)이며, 매 쇼트마다 다소 어색하게 등장하는 듯했던 자막은 사실 새뮤얼베케트의 부조리극 <해피데이즈(Happy Days)>에서 발췌한 것이다. 특히 은색 저장고의 표면에 보이는 자국들은, 지나치게 많은 양으로 던져진 돼지들은 물론, 약물로 살처분, 또는 ‘안락사’되었음에도 미처 죽지 않은 채로 던져진 돼지들이 저장조 안에서 발버둥치면서 남긴 흔적으로서, 유대인들을 샤워실에 넣은 뒤 가스를 투입해 학살했던 나치의 잔학상을, 벽을 때리고 손톱으로 긁으며 죽어간 사운드를 통해 (안)보여준 라즐로네메즈의 영화 <사울의 아들>(2015)을 떠올려준다. (글.곽영빈) (제21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