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시절

1960년대 동독에서 서독으로 이주한 한 가족이 안고 있는 혼란과 불안, 그리고 극복의 과정을 그리는 가족코미디다. 남편 디터는 좋은 직장을 가지게 된 것에 만족하면서 그들의 새집을 짓는 공사를 시작하지만 아내 이렌느는 소련이 프라하를 침범한 뉴스를 보면서 불안에 떤다. 이렌느는 무작정 두 딸을 데리고 다시 동독으로 도망가려는 시도까지 한다. 두 딸, 우테와 바사는 언제나 엄마의 상태를 걱정하며 엄마를 보호한다. 유약한 아내의 히스테리를 감내하던 디이터는 잠시 외도를 하게 되고 이렌느는 심리적으로 위험한 상태에 빠진다. 두 자매는 엄마 이렌느를 위한 방책을 연구한다. 비극적 코미디를 보면서 느끼는 유쾌한 에네르기는 우울한 감정을 남긴다. <평온한 시절>은 소란스러울 정도로 오르내리는 감정연기를 통해서 우리를 60년대 동서독의 사회정치적 상황에 위치시킨다. 유머와 감동으로 가득한 이 영화의 매력이 바로 세 명이 연기하는 인물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1968년 여름, 서독에서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이렌느(Irene)는 세 명의 자녀와 함께 동독을 떠난다. 이렌느(Irene)는 전쟁과 소련의 체코침략에 대한 공포로 자살할 날만을 기다리는 신경쇠약 직전의 여인이다. 서독에서의 삶이 그녀를 점점 더 강박적이고 우울하게 만들고 남편과의 위기에 이르게 되지만, 그녀의 두 딸인 우테(Ute)와 바사(Wasa)의 태도는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고자 한다. 영화의 내레이터이기도 한 우테와 바사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내면적인 성찰을 지니고 있다. 새로운 삶을 향한 두 소녀의 순수한 정서가 영화 전체를 가로지르며 가족의 절망과 슬픔의 순간들을 치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평온함이란 비극을 통과하여 감정의 조화를 향해 나아가는 현재 진행형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의 평온한 시절이란 바로 마지막 장면의 해후이지 않을까. <평온한 시절>은 프라하의 봄으로 상징되는 60년대 동서독의 사회정치적 불안감이 두 소녀의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인해서 강렬한 개인적 이야기 ? 내레이션이 전달하는 정서적 반응 ? 를 남긴다. 개인적이되 정치적인 삶 혹은 정치적이되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연출이 빛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전성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