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틈
숲, 틈
2025 · 다큐멘터리/단편 · 한국
16분
일본 군마의 숲에 조선인 추모 공원과 추모비가 있(었)다.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지배했을 때 강제 징집되거나 극심한 노역으로 숨진 이들을 기리기 위한 이 추모 공간은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공간이었다. 영화는 군마 현이 이 추모 공간을 철거하고자 하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철거를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과 그 공간의 마지막을 담은 영화는 결국 철거한 현재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영화는 철거 전후를 기록하거나 부조리를 고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군마의 숲 조선인 추모 공원을 다중의 비문 낭독자와 함께 걸으면서 영화 자체를 추모 공간으로 그려낸다. 영화는 길 위에서, 길을 따라 걸으며, 길 이미지 위에 목소리를 더하여 추모하는 정신과 사람을 담은 창이 된다. 무엇보다 영화는 추모 공간 철거 및 원상복구의 대집행에 반하는 다양한 일본 시민의 모습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읽게 한다. 가해 사실을 기억하고 반성하고 평화를 촉구하는 이들의 모습은 우정과 연대의 가능성을 가늠케 한다. 이것이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방식인 것이다. 위로부터 역사가 아닌 아래로부터 풀뿌리 역사가 가진 힘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제목 <숲, 틈>은 거대 숲의 틈이 보여주는 가능성을 영상 언어로 형상한 작업이다. (이승민)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