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산부인과 의사 은수는 남편으로부터 언제나 화사한 장미꽃 바구니를 선물 받는다. 은수의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 모두 은수가 일과 사랑에 성공한 여자라며 부러워 한다. 은수의 남편 태진은 신경정신과 전문의이고, 은수의 대학 선배이다. 태진은 방송 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하고, 강연을 다니며 부부 행복론을 설파하는 유명인이다. 태진의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그의 자상하고 따뜻한 모습에 반하고, 태진은 이미 많은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이상형이 되었다. 한편, 의대를 중퇴하고 뒤늦게 사진에 뛰어든 혜성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서 첫사랑 은수의 소식을 듣는다. 은수가 산부인과 의사로 성공했으며 그녀의 남편은 대학시절 신망이 두터웠던 김태진 선배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은수의 소식을 들은 혜성은 스무 살 첫 사랑의 기억에 가슴이 저려온다. 혜성은 우연히 은수의 새 병원을 홍보 사진촬영을 맡게 된다. 혜성의 십년 전 짧았던 사랑을 기억하며 가슴이 설렌다. 그 때처럼 밝은 모습에 연륜만큼 우아함과 화사함이 더해진 은수의 모습에 셔터를 누르는 혜성의 손끝이 떨린다. 그 때 임신 5개월에 심한 타박상을 입고 유산될 위기에 처해 있는 응급 환자가 실려온다. 은수는 환자에게 "누구예요? 남편한테 맞은 거죠?"라며 화를 내고, 혜성은 그런 은수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날 혜성의 스튜디오로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혼자 차를 몰고 가다가 사고가 났다는 은수의 다급한 목소리에 혜성은 단숨에 달려간다. 가끔 혼자 서울근교의 조그만 기차역에서 쉼을 얻는 은수는 차를 가지고 혼자 나왔다가 사고를 낸 것. 혜성은 은수와 함께 기차역에 앉아 여유로움을 함께 느껴본다. 그 때 바람이 불어오고, 은수의 스카프가 날린다. 은수는 두 손으로 얼른 자신의 목을 감싸고, 혜성은 은수의 목에 있는 멍자욱을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