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살

‘젖살’이라는 말은 귀엽고 가볍다. 덜 자란 몸과 곧 빠질 살. 신체와 정신이 폭발적으로 변화하는 사춘기와 달리, 젖살이 남은 아이의 시기는 성장을 유예한 채 돌봄을 기다리는 상태처럼 느껴진다. 〈젖살〉은 이 ‘젖살기’에 중요한 변화를 겪는 한 소녀의 시간을 포착한다. 뉴욕 퀸즈에 사는 소녀 시티는 침대에 누워 감자튀김을 케첩에 찍어 먹는다. 통통한 몸의, 전형적인 미국의 어린 십 대처럼 보이는 이 소녀는, 학교에서 필리핀의 전통 공연인 ‘카리뇨사’를 선보여야 한다. 엄마는 공연 때 입을 필리피니아나 드레스를 딸에게 건네며 이것이 대대로 물려 내려온 옷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시티에게 이 옷은 자신의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는 엄마의 타갈로그어를 알아듣지 못하고, 필리핀 음식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티는 경험한 적 없는 정체성을 이어받아야 한다. 바로 여기에서 긴장이 발생한다. 시티는 전통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수행해야 하고, 엄마는 그 당위를 의심하지 않는다. 디아스포라의 조건 속에서, 정체성은 종종 경험이 아니라 의무로 작동하기도 하는 것이다. 아카이브 사진들과 화면 위에 덧입혀진 낙서 같은 애니메이션, 엉뚱한 사운드는 아직 언어로 정리되지 않은 시티의 내면을 경쾌하게 드러낸다. 그것은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정체성의 형태다. 영화는 성장 서사의 익숙한 상징을 호출하면서 그것을 교묘하게 비틀기도 한다. 눈에 보이는 변화 이전에 시티는 이미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의심하는 내적 변화를 겪고 있지만, 어른의 시선은 명확하게 드러나는 신호에 머무른다. 이 혼란과 불일치 속에서, 이 영화는 ‘나는 무엇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묻는다. (강소정) [제14회 디아스포라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