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이 아주 좋습니다”

16일 전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영화 〈리틀 라이프〉. 어느덧 데뷔 30주년을 맞았지만, 극장에서 관객들을 마주하는 것은 여전히 긴장된다는 배우 김현주를 만났습니다 💌



영화 〈리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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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영화 〈리틀 라이프〉로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아주셨어요. 어떤 작품인가요?

- 〈리틀 라이프〉는 감정의 흐름대로 잔잔하게 스며들 수 있는 영화 같아요. 사건보다는 인물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에 집중하는 작품이죠. 아이와 어른이 만나서 서로 채워주고 메꿔줄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데요. 어른이라고 해서 다 어른이 아니고, 아이라고 해서 다 부족한 게 아니라고 말하죠.

작년 여름에 찍은 작품이라 그 당시의 감정이 많이 지워진 상태였는데, 이번에 다시 영화를 보면서 기억을 더듬다 보니 다시 새롭게 살아나는 기분이었어요. 제 극 중 캐릭터인 ‘자영’이 어젯밤에 다시 훅 들어오더라고요.

 

 

W.  영화제에서 가장 먼저 작품을 선보이실 예정인데, 처음 관객을 만나는 소감이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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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기분인지 아마 상상도 못 하실 거예요. 데뷔 이후에 가장 긴장되는 순간인 것 같아요. (웃음) 제가 이렇게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거든요. 특히 영화제에서는 관객분들을 직접 만나니까, 어떻게 봐주실지에 대한 기대감과 걱정도 더 많이 들고요.

사실 오늘 영화 상영 후에 GV가 있는데, 영화를 도저히 같이 볼 수는 없겠더라고요. 관객분들 숨소리만 들어도 ‘어떡하지’하면서 계속 걱정할 것 같아요. 그만큼 극장에서의 반응은 굉장히 직접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TV나 OTT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는 것보다 훨씬 긴장되는 기분이에요. 그래도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이런 과정들이 재미있어요. 



W.  〈리틀 라이프〉는 김용천 감독님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해요. 이 작품에서 ‘자영’이라는 배역을 맡기로 결심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 먼저 시나리오를 보고 선택했어요. 제가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잘하는 부분은 인물 표현인 것 같거든요. 감정선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보니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또, 경력에 비해 영화를 찍은 경험이 많지는 않다 보니 처음으로 장편을 찍으시는 감독님의 현장에서 같이 시작하는 느낌으로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신선한 열정 속에서 저도 성장하거나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아서요. 실제로도 모두가 한 작품을 위해 완벽하게 몰입하는 느낌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현장이었고요. 덕분에 열의를 찾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W. 어린이 배우들(박수아, 강혜원)과의 호흡은 어떠셨나요? 

- 저는 아이들과 하는 작업을 좋아해요. 생각보다 많이 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현장에서 아이들이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의 배우들이 너무 잘 해줘서 딱히 어른과 아이라고 구분 지어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전부 자기가 뭘 하는지를 알고 있는 프로였죠. 때로는 저도 같이 동심으로 돌아가 놀기도 하면서 즐겁게 촬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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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 굉장히 더운 여름이었다 보니 저 역시도 더위 때문에 힘든 순간들이 있었거든요. 짜증이 난다거나 투정을 부릴 수도 있었을 텐데 아이들은 전혀 그런 내색을 않고 묵묵히 자기 몫을 다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쩜 저렇게 감정 조절을 잘 할까’라는 생각도 하고, 어른들이 더 부족한 것 같다고 느끼기도 했어요.

저희 작품 속 관계를 떠올려 봐도, ‘어른이라서’ 그래야만 하는 것들을 의식했을 때 오히려 관계가 어긋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어른이고 선배니까, 다 알아야 하고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그 책임감 말이에요. 차라리 ‘자영’처럼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서로에게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W.  극 중 ‘자영’은 어느 순간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죠.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라는 물음에도 단호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만큼요. 주변에서 반대하거나 흔들어도 그렇게 강한 확신을 갖게 만든 건 무엇이었는지, 인간 김현주에게도 비슷한 면모가 있는지 듣고 싶어요.  

- ‘자영’은 항상 버려질까 봐 두려워하고, 뭔가를 잃어버린 경험들이 많기 때문에 뭔가를 갖거나 곁에 두기 전에 두려움이 앞서는 인물인 것 같아요. 내 곁에 무언가를 두었을 때 그걸 상실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먼저이기 때문에 아마 ‘은하’를 두고 고민하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하지만 은하에게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봤기 때문에 혼자 둘 수는 없었던 거죠.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결정이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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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김현주는 좀 단호한 편인데요. 한 번 결정을 내리면 다른 건 잘 듣지 않으려고 해요. 왜냐하면 제가 잘 흔들리는 성격이라서요. 한 번 더 들으면 흔들릴 게 뻔하니까 오히려 한 번에 단호하게 얘기하고 끝내버리는 거죠. (웃음) 그리고 극 중 자영이 뭔가 주변을 맴도는 인물 같았어요. 저도 사실 어딘가에 확 소속되거나 하는 성격이 못 되다 보니 그런 점이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짠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W. 이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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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는 인간의 관계성에 대해서 새로운 생각을 많이 하게 됐는데요. 아이라고 해서 어른보다 부족한 게 아니라는 점이 와닿았어요. 어른은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경험을 많이 하는데, 그만큼 편견과 선입견도 동시에 얻게 되죠.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아요. 우린 그걸 ‘순수함’이라고 부르는데, 때묻지 않은 자기의 솔직한 감정들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그 능력이 참 부러운 것 같아요. 이건 배우에게도 아주 중요한 포인트라서 스스로 노력하는 지점이기도 해요.

관객분들도 뭔가 솔직하지 못한 감정이나 관계를 갖고 있었다면 더 진정성 있게 한번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W.  어떤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개인적인 취향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 어렸을 때 제가 〈러브 어페어〉를 좋아했는데, OST와 잘 어우러지고 음악의 힘이 크게 느껴지는 작품들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아네트 베닝을 정말 좋아해요. 웃고 있을 때에도 약간 슬픈 듯한 복합적인 표정을 가지고 계시거든요. 저도 그런 연기를 하고 싶네요. (웃음)

나이대마다 알아가는 감정의 폭이 변하면서 좋아하는 게 달라지기도 했는데, 〈언페이스풀〉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도 있고요. 다이안 레인도 참 좋아했죠. 이야기하다 보니 두 작품 다 ‘선택’이라는 키워드가 있는 것 같네요. 첫 장면에서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을 떠올렸을 때 마지막 장면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져요. 



W.  취미 부자로도 유명하신데, 최근 빠져있는 것이 있나요?

- 저한테는 취미가 비우는 작업이에요. 제가 생각이 많은 편인데, 배우는 감정을 많이 담고 있어야 되는 직업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작품 하나를 끝내고 다른 인물이 들어올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부러라도 비워야 하죠. 

제가 미련이 많은 사람이라, 스스로 그런 저를 알기 때문에 비우기 위해 취미를 갖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작품을 하면서 채워진 감정들을 취미로 비워내는 거예요. 최근에는 도예를 했었고, 뜨개질도 종종 해요.



W.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신가요? 

- 잘 모르겠어요. (웃음) 성의 없이 답하려던 게 아니라 정말 솔직한 심정이에요. 저는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대단한 포부, 큰 그림을 그리면서 사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현재의 제 감정이 중요한 사람이죠. 

 

© ㈜영화적순간, ㈜영화사 웃음

작품 선택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시기에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 그때그때 넘치는 감정이 있다면 풀고 부족한 감정이 있다면 채울 수 있는 역할을 선택하는 편이에요. 감사하게도 시기에 맞게 적절한 배역들을 만나고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저는 계속 그런 식의 선택을 할 것 같은데요. 우리 영화 〈리틀 라이프〉처럼 잔잔하게 스며들어 있다가 어느 순간 딱 생각나는, 기억 저편 어딘가에 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네요. 그래서 저는 지금이 아주 좋습니다. 



W.  김현주 배우님이 애정하는 별 다섯 개 만점 영화들을 알려주세요.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을 좋아해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서 이번 영화를 준비할 때 〈괴물〉에 나오는 음악을 듣기도 했죠.

앞서 말씀드렸던 〈러브 어페어〉랑 〈언페이스풀〉도 좋아하고, 개인적으로 〈메멘토〉도 좋아해요.
그리고 최근에 극장에 혼자 가서 〈만약에 우리〉를 봤는데, 시작부터 어떻게 흘러갈지를 아니까 눈물이 계속 나더라고요. 마지막은 이걸로 할게요.

 



W. 영화 〈리틀 라이프〉에 직접 별점과 코멘트를 남겨주세요!

 

배우 김현주의 〈리틀 라이프〉 코멘트 © 왓챠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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