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 더 큰 무언가가 가능하다고 믿어요”

11일 전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포문을 연 개막작 〈나의 사적인 예술가〉. 영화에서 고전 할리우드 디바를 연상케 하는 캐릭터 ‘글로리아’를 맡아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 그레타 리를 만났습니다  💌



영화 〈나의 사적인 예술가〉 © Late Fame LLC



W.  영화 〈나의 사적인 예술가〉로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아으셨어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 아직도 믿기지 않는 것 같아요. 여기, 전주에 와 있다는 게 정말 특별한 일이잖아요. 미국 영화를 전주에서 처음 선보이게 됐는데, 저는 한국인이고 여긴 제 모국이죠. 늘 ‘이 간극을 어떻게 연결하고 좁혀갈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왔기 때문에 더 의미 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한국 관객들이 한국어 자막으로 〈나의 사적인 예술가〉를 보는 모습이 정말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전주에 직접 와서 젊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특히 큰 영감을 받기도 했어요. 그들과 연결되고, 유대감을 느끼는 경험이 놀라웠거든요. 앞으로도 더 많은 연결과 만남이 가능해지리라 생각하고, 저는 영화를 통해 더 큰 무언가가 가능하다고 믿어요.

그리고 시차 적응을 위해 하루 일찍 입국해서 개막식 행사에 참석했는데요. 
(한국어로) “음식을 많이 먹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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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나의 사적인 예술가〉에서 ‘글로리아’라는 인물을 맡으셨어요.

-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이야기도 좋았지만 저는 글로리아라는 캐릭터에 강하게 끌렸어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많이 담고 있는 인물이거든요. 지금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변화 속에 살고 있는데, 글로리아는 제게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상기시켜주는 인물이에요. 여기서 말하는 외부 영향이라는 건 영화에서도 나온 것처럼 기술, 인터넷, 소셜미디어 같은 것들이죠.

저는 늘 ‘이런 시대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각자의 고유한 예술적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글로리아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영감을 얻었어요.



W.  영화에서 ‘글로리아’는 다소 과장된 느낌으로 표현된 인물이기도 한데, 실제 그레타 리와 닮은 점이 있다면?

- 전혀 안 닮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파편적으로는 제 모습이 있다고 인정해야 할 것 같네요. (웃음)  배우는 늘 어느 정도 ‘연기’를 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사실 지금 이 자리에서도 저는 연기하고 있는 셈이죠. 집에서 두 아이와 있을 때는 이런 모습으로 있지 않거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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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글로리아는 아주 특정한 ‘고전 할리우드 미’를 가진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글로리아를 그렇게 설정한 건 감독님이 옛 할리우드 전설들에게 바치는 오마주이기도 했는데요. 캐릭터를 만들면서 〈상하이 익스프레스〉나 〈진홍빛 연구〉의 마를렌 디트리히를 참고하기도 했고 〈캬바레〉의 라이자 미넬리, 혹은 이사벨라 로셀리니 같은 강렬한 여성상도 투영했죠. 그래서 글로리아의 몸짓이나 제스처를 굉장히 과장되게 표현했어요. 요즘 영화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스타일이지만, 그걸 다시 스크린으로 불러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특히, 한국인인 제가 아주 서구적인 배경 속에서 그런 연기를 한다는 게 굉장히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W.  영화에 다양한 종류의 예술가들이 나오는데, 그레타 리는 어떤 배우일까요? 어떤 캐릭터에 끌리나요?

- 잘 모르겠네요. (웃음) 여전히 발견해나가고 있다는 게 기뻐요. 

최근에는 〈패스트 라이브즈〉처럼 현실적인 작품에서 자연스러운 스타일의 연기를 했고, 그다음에는 〈트론: 아레스〉 같은 액션/SF 장르의 작품도 했는데, 저는 늘 다시 연극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제 출발점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 만난 글로리아가 제가 어떤 장르를 하든 한 켠에 ‘늘 하고 싶다’라고 간직하고 있던 것을 상기시켜준 인물이었어요. 저는 어쨌든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연기나 작업으로 돌아오고 싶은 것 같아요. 

 

 

최근에 깨달았는데, 제가 ‘평범한 사람들’을 좋아하더라고요. 정확히는 평범한 사람이 예상치 못한 특수한 상황에 던져지는 이야기를 좋아하죠.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을 들여다보고, 그런 사람이 어떤 선택을 통해 어떻게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되는지를 지켜보는 게 흥미로워요. 이미 완벽한 인물보다는 이런 입체적인 캐릭터가 훨씬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W.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도전하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레타 리가 예술가로 살아가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자유’예요.
그 의미는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변해왔지만, 저는 늘 어떤 기대나 편견에도 갇히고 싶지 않았거든요. 예를 들면 ‘저 같은 부류’가 어떤 배경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 같은 것들 말이에요.

그리고 가능성이 얼마나 무한한지를 이렇게 직접 탐구해 볼 수 있다는 건 저를 포함한 모두에게 굉장한 특권이고 모험이라고 느껴요. 이 자리에 제가 지금 앉아있다는 게 그걸 증명하는 셈이죠. 누군가는 제 행보를 보며 ‘꿈이 이루어질지도 몰라’라는 가능성을 느낄 수도 있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면 스스로도 용기가 나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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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사람’을 위한 기회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연출에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지금 연출을 준비 중인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어린 한국인 소녀고, 제가 그 나이였을 때 정말 간절히 원했을 역할이기도 해요.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제가 직접 만들고 있어요.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그런 기회는 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W.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 한국 감독들과도 작업하고 싶어요. 사실 저는 아직 한국영화를 배우는 입장인 것 같아요. 봉준호 혹은 박찬욱 감독 외에도 아직 서양에 잘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한국 감독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제가 그 연결고리를 할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네요. 

말씀드렸다시피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유’인데요. 성별, 나이, 인종과 같은 틀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예전에는 스테레오타입에 갇힌 역할들을 피하는 동시에,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타협해야 했거든요. 들어오는 역할들을 전부 거절하면 미디어에서 저와 같은 사람들이 아예 보이지 않게 될 테니까요. 업계도 저도, 지금은 상황이 조금 나아졌는데 그래서 더 조심스럽기도 해요. 균형을 잘 잡는 것이 관건이에요. 

그리고 제가 지금 준비 중인 프로젝트들은 전부 ‘한국적인 이야기’예요. 제가 가진 위치 덕분에 어떤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됐어요. 



W. 마지막으로 그레타 리 배우님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다섯 편을 알려주세요.

- 다섯 편을 빠르게 떠올리려니 너무 어려운데, 그래도 한 번 해 볼까요?

먼저 앤드류 헤이의 〈45년 후〉,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그리고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비포’ 시리즈도 좋아해요.
이제는 모두가 최애 영화로 꼽는 〈화양연화〉, 제가 먼저 좋아했고요. (웃음)
마지막은 〈브레이킹 더 웨이브〉로 할게요.

제가 방금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걸 믿을 수가 없네요!

 



아래 관련 콘텐츠를 통해 영화 〈나의 사적인 예술가〉와, 배우 그레타 리의 별 다섯 개 영화들을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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