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
가연

가연

8 years ago

4.0


content

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Books ・ 2018

Avg 3.8

세실, 주희 감상문 유노윤호의 고향을 찾아서 한국에 온 세실과, J의 유년기 시절 고향인 뉴올리언스에 간 주희. 둘은 ‘쥬쥬하우스’라는 직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국적과 사상, 가치관이 매우 다른 인물들이다. 주희는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으로 열심히 영어를 공부하고, 틈만 나면 워킹홀리데이나 청년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검색해보면서도, 고작 연예인 ‘하나’ 때문에 한국에 온 세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주희에게 세실은 자신이 속한 한국에게 있어 이방인일 뿐이다. 고작 연예인 하나 때문에 타국에 뛰어든 외국인 노동자. 주희와 욕망과 세실의 욕망은 서로 엇갈려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면서,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던 J의 미국생활을 동경했던 주희. 일본인으로 살아가면서, 유노윤호의 나라 한국을 동경했던 세실. 세실의 한국어 작문을 보면서 영어에 능통했던 J를 떠올리는 주희, 그리고 잠시나마 그런 J가 된 듯이 한국인의 우월감에 젖어드는 주희. 이처럼 둘은 전혀 다른 욕구를 품고 있으면서도, 그 본질이 공유하는 바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주희의 미국과 J에 대한 동경심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는 별개의 것이었다. 그녀는 맞지 않는 옷이라도 입은 것처럼 뉴올리언스에서의 생활이 무척이나 어색하고, 결국 ‘마르디 그라(mardi grass)’라는 축제를 통해 일종의 시련을 겪게 된다. 그와 비슷하게, 세실의 동경심은 일본인의 정체성과 달리 한국을 향한 것이고, 그녀는 전쟁영웅의 후손에 속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안부의 집회에 참여하고, 그 사이의 간극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무지의 상태에 있다. 우리의 욕망은 언제나 타인과 결부되어 있다.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받으려는 욕구, 타인을 모방하려는 욕구, 타인보다 나은 삶을 살려고 하는 욕구에는 언제나 그 기준점이 ‘타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주희는 주희고, J는 J고, 세실은 세실이다. 이 세상에 완벽하게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방향과 성향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 쌓아온 결과물이다. 내가 살아온 환경과 접했던 사건들, 책들과 잡념들, 경험들이 켜켜이 쌓이고 모여서 ‘나’라는 사람의 인생을 완성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타인의 삶은 온전히 타인의 것이다. 그가 살아온 방향과 경험들, 환경들이 한데 모인 결합이 바로 그 타인인데, 우리는 왜 계속 타인의 삶과 생각들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선망하는 걸까? 그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는데. 인간은 유한하므로 불완전한 존재다. 따라서 계속해서 좌절하면서도 그 고통을 감내하고 성장해야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세상의 그 어떤 사람의 삶도 우열을 가릴 수 없다. 모두가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주희도, 세실도, 나에게는 모두 타인일 뿐이다. 나 자체를 똑바로 직시하고 바라보는 것은 현대 인류의 일종의 과업이기도 하다. 타인은 결코 나의 삶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나’는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