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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철학서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난해한 문장으로 악명 높은 <왜 도덕인가?>는 <정의란 무엇인가>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하버드 대학 정치철학 교수 마이클 샌델의 저작이다. 2010년 5월 <정의란 무엇인가>가 출간된 이후 분 '센델 열풍'에 편승해 나왔지만 전작 만큼의 대중적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정의란 무엇인가>와 달리 이후 출간된 저작들은 한 단어, 한 문장을 깊이 생각한 후에야 책장을 넘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루고 있는 내용과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음은 물론 같은 작가가 쓴 글이었음에도 두 책이 이토록 큰 차이를 보인 데는 옮긴이의 역량과 출판사의 태도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다. 쉬운 내용을 어렵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에 쏟아진 악평엔 나름의 근거가 있다. 더욱이 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왜 도덕인가?>가 샌델의 <공공철학>을 번역한 것이며, 임의로 내용을 짜깁기해 글 제목과 본문이 많이 왜곡돼 있다'는 취지로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앞서 2014년 한국경제신문사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의 <위대한 탈출>의 취지를 왜곡해 번역했다는 논란에 직면해 증보판을 낸 전력이 있다. 당시 프린스턴 대학출판부와 디턴 교수가 직접 판매중단과 재번역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금껏 국내 독자들 사이에선 한국번역계의 부끄러운 초상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으로 회자된다.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는 <왜 도덕인가?>를 와이즈베리가 재편역한 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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