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드

Vortex
Avg 3.5
영화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독특한 연출법은 사실 말하면 스포일러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프로그램 노트에도 써 있고 하니 따로 표시하거나 하지 않겠습니다. 사길 처음엔 제목이 볼텍스기도 하고 포스터에 글자도 휘갈기며 쓴 듯한 느낌이라 얼마나 정신없고 강렬한 영화를 또 만들었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가장 서정적이고 슬픈 영화였습니다. 기존 영화가 불쾌함의 쾌감으로 가득한 영화들이라면 이 영화는 더 보편적이기도 하고 애초에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으니 더욱 진솔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의 필모에서 가장 다른 작품이기도 한데 가장 와닿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소용돌이> 이후로 작품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 혹은 이전과 같을지에 대해서 궁금해질 정도로 확 꺾이는 지점에 있는 영화입니다. 근데 또 생각해 보면 애초에 평범한 걸 극도로 싫어하는 감독의 색이 그대로 나오는 연출 방식이나 있는 것을 그대로 끝까지 보여줘야 직성이 풀리는 장면들이 아무리 다른 얘길 하더라도 가스파 노에 영화구나 싶은 정도는 느껴졌습니다. 연출법으로 들어와서 크레딧을 시작부터 올리는 건 예전에도 많이 봤지만 이렇게 이분할을 대놓고 쓰면서 끝까지 진행하는 건 진짜 파격적이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500일의 썸머>의 오프닝에서처럼 아주 잠깐 쓰거나, 혹은 노에의 전작도 사실 그 영화는 단편이니까, 짧껜 쓸 수 있다고 쳐도 이렇게 한 편을 다 그렇게 만든 건 저한테는 상당히 신선하면서도 과연 이 시도를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결국엔 이 시도가 영화 속에서 적절하게 펼쳐졌는가와 관객이 이 두 화면을 동시에 보는 걸 버틸 수 있을까에 대한 지점을 어떻게 해결할지 의문이였습니다. 결과만으로 보면 저는 잘 썼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영화에서 두 사람을 보여줄 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서 감독들이 정말 많이 고민할텐데, 이 영화는 애초에 두 사람이 다른 행동을 하더라도 한 화면에 담을 수 있으니, 물론 장면을 두 번 혹은 하나로도 찍을 수 있을 장면을 두 대의 카메라로 찍어야 하는 수고로움은 있지만 편집으로 할 수 없을 행동과 감정의 섬세함을 온전히 다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잘 활용합니다. 영화 자체가 환자가 하루하루 겪어 가는 일상을 모두 보여주기도 해서 더욱 잘 맞는 방식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루하루 일어나는 일을 다 보여주니까 사실은 좀 뻐근하기도 했는데, 영화는 한 지점을 지나면서 급격히 변화를 맞고 결국 그 때부터 슬픔이 밀려 오면서 다 끝까지 보고 나면 그 이전의 이야기도 그냥 지루한 게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의 모든 것을 다 담는다는 감상으로 저는 바뀌었습니다. 또 그게 자전적인 얘기라고 생각하면 더 뭉클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면 전반부보다는 후반부가 훨씬 울림이 크고, 그 감동이 전반부의 감상을 좋게 만들기까지 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두 화면이 동시에 나와서 이걸 볼 수나 있으려나 했는데, 노부부가 같이 겪어 가는 이야기다 보니까 양쪽 화면에 비슷한 내용이 펼쳐지고, 두가지를 막 번갈아 보는 게 아니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끔 영화가 만들어져 있어서 저는 괜찮았는데, 사실 어지럽거나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해도 저는 충분히 수긍할 것 같습니다. 가스파 노에 영화들은 항상 좋은데도 좋다고 말하기가 참 어려웠는데, 이 작품은 제겐 노에의 최고작으로 보였습니다. 기존에 했던 얘기와는 완전히 다르지만, 어쩌면 본인의 모든 것을 담은 듯한 가장 사적이면서도 솔직하게 느껴지는 영화가 주는 울림이 기존 영화들이 주는 어떤 자극보다도 훨씬 짙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