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rdet
9 years ago

The Wind
Avg 4.0
Jul 25, 2017.
이 압도적인 경험을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감히 영화를 넘어서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마치 바람처럼 휘몰아쳐 당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만한 영화. 나는 바람과 함께 살았다. 혹은 그녀는 바람과 함께 산다. 바람이 시네마다. 시네마가 바람이다. 영화에서 느껴지는 바람의 물리적인 힘만으로만 따지자면 벨라 타르의 <토리노의 말>만이 이 영화의 적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로베르토 로셀리니가 <스트롬볼리>에서 해낸 것을 이미 무성영화 시대에 선취한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낯선 환경에서 물리적인 자연의 힘과 맞서는 여성의 이야기이며 물성 자체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공통점이 있다. <바람>에서의 바람의 위대함은 도저히 정의가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이 영화에서의 바람은 바람 그 자체이면서 인간의 마음이기도 하고 불가해한 자연이기도 하며 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영화의 마지막에 레티(릴리안 기쉬)가 도달하는 어떤 감정의 상태는 숭고하며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동시에 그 순간 그 바람은 기어코 관객의 마음마저 뒤흔들고야 만다. 영화 사상 최고의 멜로드라마 중의 한 편이자 최고의 심리극 중의 한 편이기도 하다. 혹은 어떤 의미에서 영화 사상 최고의 웨스턴 중의 한 편이자 최고의 공포 영화 중의 한 편이라고 볼 수도 있다. 릴리언 기쉬의 최고의 연기를 볼 수 있다. 이 영화만큼 기쉬가 연기를 잘 한다고 느낀 작품이 없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