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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일

오세일

7 month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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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ado Territory

Movies ・ 1949

Avg 3.7

아직 라울 월쉬의 작품을 몇 편 보지 못했기에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기묘한 관계의 연결고리와 그에 대한 어긋남에 관심이 많은 감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이트 히트>의 오이디푸스적인 아들과 어머니의 관계도 그랬지만, <콜로라도 테리토리>의 주인공 맥퀸과 그와 엮인 두 여인 사이의 불균질한 기류가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맥퀸은 탈옥 이후의 행보에서 두 명의 여인을 만난다. 아버지와 함께 귀농의 꿈을 안고 시골로 내려온 딸 줄리안과, 기차를 털기 위해 만난 파트너의 여인 콜로라도. 영화는 줄리안에게 정실의 기류를 안긴다. 그녀를 보고 한눈에 반한 맥퀸과, 그에게 옷 선물을 받고 기뻐하며 볼 뽀뽀로 화답하는 줄리안의 모습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이내 이루어질 연인의 관계'를 확신하게 만든다. 그에 반해 콜로라도와의 첫 만남에서는 그다지 로맨틱한 기류가 잡히지 않는다. 다시는 엘 파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남자의 힘에 의지하던 그녀는, 맥퀸의 출현 이후 그의 곁에 머물기로 결정한다. 이는 마치 사랑의 관계라기보단 호혜성의 관계에 가까워 보이며, 여전히 맥퀸의 관심사는 줄리안에게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셋의 관계는 전복된다. 아버지에게 이끌려 억지로 먼 타지까지 떠나온 줄리안은 항상 궁핍한 삶이 불만이었으며, 마침 자신을 좋아하는 맥퀸을 거래 수단으로 이용한다. 적당히 그를 사랑해 주는 척만 하면, 알아서 선물을 바치는 그런 관계. 하지만 오히려ㅡ맥퀸을 이용하려는 줄만 알았던ㅡ콜로라도는 처음부터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를 위해서라면 수 십 명의 보안관을 향해 거침없이 총을 겨눌 수 있는 그런 존재.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의 발길이 끊인 교회에도, 여전히 순례길을 돌며 탑의 종을 울리는 수도사가 있기 마련이다. 아직 죽지 않은 공간에 대한 희망을 증명하는 수도사의 종소리. 수도사가 재건의 희망을 본 무너진 폐허의 가능성은, 어쩌면 맥퀸의 삶을 닮아 있을 지도 모른다. 아무도 종을 울리러 와주지 않는 맥퀸이라는 이름의 탑. 곧 영구적인 소멸의 절차를 밟을 것만 같던 그 탑에, 불현듯 콜로라도란 수도사가 방문한다. 분명 <콜로라도 테리토리>는 기본적으로 서부극이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서부의 황량한 배경보단 차라리 맥퀸과 콜로라도의 사랑 이야기를 더욱 간직하고 싶어진다. 아무래도 라울 월시는 '인물과 사랑의 서부극'을 만드는 감독인가 보다. 그가 왜 항상 존 포드와는 또 다른 서부극을 만드는 감독으로 비교되는지 얼핏 알 것 같다.